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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선배에 담긴 조금새끼 알면 눈물이 '왈칵'
[문학산책]'조금새끼로 운다' 임호상 시인과 나눈 여수사랑 이야기
  • 2018.12.22 18:50
임호상 시인 ⓒ심명남

여수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여수밤바다와 여수맛집이다. 또 있다. 여수 이야기다. 여수이야기는 여수문학이다.

최근 여수문학 속에 어부들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가 실린 중선배와 조금새끼의 애환이 관심을 끌고있다.  그 여수이야기 주인공이 시인 임호상이다.

임호상 시인이 쓴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겨울여행은 여수의 해안가로 향하지 않을 수 없다.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판잣집에 육자배기 가락이 울려 퍼진 선술집이 모여 있던 해안가. 그곳에서 막걸리 한잔 걸치고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여수의 어촌풍경을 걸어보라. 시꼬미를 준비 중인 중선배들이 출어를 위한 분주한 모습에서 어부들의 애환과 활력이 느껴진다.

조금새끼를 아는 진정한 ‘여수지킴이’

<조금새끼로 운다>를 쓴 임호상 시인은 여수를 사랑하는 우리시대 진정한 여수지킴이다 ⓒ심명남

임호상 시인은 <조금새끼로 운다> 시집에 이렇게 썼다.

중선배 타고 나간 아버지는 한 달에 두 번 조금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초여드레, 스무이틀 간만의 차가 없는 조금이면 바다로 나갔던 아버지들 돌아오는 날. 조금이 되면 어머니 마음도 분주하다.

보름을 바다에 있다 보면 얼마나 뭍이 그리웠을까. 얼마나 밑이 그리웠을까. 어머니 마음도 만선이다. 뜨거워진 당신은 선착장 계선주에 이미 밧줄을 단단히 동여맸다. 아버지도 그랬지만 선착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머니도 그랬다. 조금이 돼야 뜨거워질 수 있었던 그때, 갯내음으로 태어난 우리들은 조금새끼

서방 들어오는 날 속옷을 널어 방해하지 말라는 수줍은 경고가 마당에서 춤을 춘다. 어머니의 빨랫줄에 속옷과 함께 널린 고등어 세 마리 누구 것인지 알사람 다 안다. (중략)

어쩌면 남편을 바다로 보내는 어머니는 모두 다 작은 각시 아닌가. 바다는 아버지를 데려다가 보름이 되어서야 돌려보내곤 했다. 조금이 돼도 돌아오지 않으면 어머니의 바다에는 소리 내지 못하는 파도가 쳤다. (중략)

문밖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파도소리 자꾸만 자꾸만 어머니의 가슴을 쳤다.

2016년 4월 이 시를 세상에 내놓자 반향을 일으켰다. 보성에서 태어난 그는 4살때 여수로 와서 지금까지 여수에서 살고 있는 '여수지킴이'다.

임호상 시인은 2008년 정신과 표현, 겨울노동 외 4편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인의 아버지는 어부는 아니다. 그런데 이 시를 읽다보면 시인의 아버지가 중선배를 탄 어부로 보여 마치 시인이 보름새끼로 태어난 듯 착각케 한다. 체험하지 않는 것을 이토록 정교하게 쏟아낼 수 있다는 건 그가 '여수사람'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인지 절로 감탄사가 연발한다.

그가 이 시를 쓰게 된 동기는 막걸리를 한잔하다가 대포집 이모에게 조금새끼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이후 자신이 직접 조금새끼라고 생각하고 6개월에 걸쳐 시를 완성했다. 중선배 나간 아버지와 이를 기다리는 엄마가 되었다. 망망대해에서 아버지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조금새끼가 어떤 것이냐는 물음에 “노가다를 하는 분들은 비가 오면 하루를 쉬지만 조금새끼는 보름에 한번씩 조수 간만의 차이가 없는 조금이 되었을 때 중선배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바다는 날것 그대로... "뭍과 밑이 그리운 삶“

출어를 준비중인 중선배가 포구에서 떠날채비를 하고 있다 ⓒ심명남

이어 그는 “한 달에 두 번은 바다에 나갔던 남편도 뭍이 그리울 거고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도 바다에 나갔던 남편이 그립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며 “바닷가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때 사랑을 하고 그때 애를 가져 태어난 새끼를 '조금새끼'라 부른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거의 바닷가는 그 시점에 애가 많이 태어났고 특히 제삿날도 비슷하다”면서 “바다에 가서 배가 안 들어오면 그 동네 제사가 똑같다. 돌아가신 날짜가 같으니까”라며 바닷가 사람들의 슬픈 애환을 들려줬다.

"바다에 나가면 망망대해에서 조금이 아니면 돌아올 수 없으니까 기다리고 참는 애환들이 있죠. 모든 부모님들이 바다 뿐 아니라 내 어머니도 칼바람 맞아가며 다라이 놓고 겨울을 견디고 장사를 해왔던 것처럼 바다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합니다.

또 그렇게 해야만 가정을 이어갑니다. 저는 조금새끼는 아니지만 부모님들의 고단한 삶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그 애환을 내 나름대로 글로 풀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뭍이 그리웠을까. 얼마나 밑이 그리웠을까라는 표현이 조금 야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시가 서정시였다면 밑이 그리웠을까라는 말을 뺏을 텐데 조금 더 날것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보름동안 바다생활을 하다보면 선급 받은 돈을 봉투째 가져가서 선술집에서 먹어버린게 그만큼 뭍과 밑이 그리운 삶이 바다 생활”이라며 날것 그대로 표현한 이유를 설명했다.

시인에 대한 평도 다양하다. 최향란 시인은 “임호상 시인은 꽃에 비유한다면 모과꽃과 같은 시인이다”면서 “모과나무는 잎이 크다보니 꽃이 숨겨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사과꽃처럼 굉장히 예쁜 연분홍 꽃을 피운다”라며 "그의 시를 읽으면 이사람 오래된 시인이구나 하는 그런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신병은 시인은 ”그의 시를 읽으면 시가 어려워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우리에게 길들여져 있는 언어가 얼마나 넓고 깊은 시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알게 해준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하루만 머물러도 여수에 반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임호상 시인이 쓴 시 <당신>이 기념타올에 새겨져 있다 ⓒ심명남

<여수의 노래>에는 여수의 토속적인 표현이 살아 있다. 하루를 머물러도 여수에 반할 수밖에 없다는 그런 표현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여수를 사랑하고 좋아하다보니 애틋한 마음과 여수에 대한 고민이 깊숙이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수에 오면 다 안다네 여수에 오면 다 안다네
맛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촌놈이란 걸

그냥 문 열고 들어가면 다 맛집인 것을
식객의 허영만 화백도 여수사람 아닌가(중략)

어머니 손맛이면 특급호텔 부럽지 않네
하루를 머물러도 여수사람이 된다

특히 요즘 건배주로도 많이 쓰이는 <당신>이라는 시는 연말에 더 인기다.

19도 잎새주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더니만
36.5도 당신
그 눈빛 한잔에

취하네

19도 잎새주를 알코올 도수와 술 제목만 바꾸고 나머진 그대로 쓰면 멋진 건배사가 된다. <세계일보>와 <경인일보>에도 실렸다. 이 시는 울산 고래축제에 초대되어 시를 썼는데 너무 길게 쓴 시가 날아가 버렸고 한 부분만 남아 탄생한 시다. 시인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많이 버렸을 때 좋은 시가 만들어진 대표적인 시가 바로 이 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수살롱 내부 모습 ⓒ심명남

그가 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교 때다. 대학교 동아리 시절부터 시를 쓰게 되었고 이후 갈무리문학회와 여수문인협회 지부장 활동을 통해 시집을 준비하면서 점점 성숙해졌다. 여수 문인협회장 역임 후 현재는 갈무리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32대째 활동 중이다.

한때 청소년들을 도와주는 BBS단체에서 '10대들의 소리'를 만들었던 그는 집에서 반대가 심해 이벤트 행사전문기업인 ‘소리기획’을 만들었다. 창업한지 벌써 25년이 흘렀다. 소리기획은 2012년 한국이벤트협회에서 지역문화 예술부분에서 이벤트 대상을 수상했다.

시 잘 쓰는 팁에 대해 “너무 예쁘게 쓰려고 하지 않고 내 경험에 의한 시들을 많이 썼다”면서 “잘 다듬고 버릴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형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시를 음식에 비유하자면 코스요리가 아닌 집밥처럼 편안한 느낌의 시라고 표현했다.

특히 그는 복합문화공간인 ‘여수살롱’을 만들었다. 이곳은 3000장의 레코드가 소장된 멀티기능을 가진 현대식 공간으로 지난 7월에 오픈했다. 연말에 와인파티를 비롯 단체들의 송년회 행사장으로 사용하면 딱이다.

그는 “이곳은 술 파는 데가 아니다”면서 “옛날에 살롱은 친교와 좋은 사람들이 만나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여수라는 이름이 들어간 여수사람들의 만남과 소통의 공간을 꿈꿨는데 마침내 그 꿈을 실현했다”라고 말했다.

심명남  mnshim24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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