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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여순항쟁 70주년 , 성과와 한계

  • 입력 2018.12.27 06:14
  • 수정 2018.12.27 06:43
  • 기자명 주철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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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항쟁 70주년인 2018년에 괄목할만한 성과
학문적 토대로 다양한 개별적인 여순항쟁 문화프로그램 나와
방송사의 70주년 관심도 큰 몫.. 도올 강의는 '정점'
지역의 한계도 노출... 70주년 이후도 '여순항쟁은 역사다'   

도올 김용옥 교수와 함께 한 필자(오른쪽) , 도올TV에서 '여순항쟁' 방영

2108년은 여순항쟁 70주년의 해였다. 금기되었던 ‘여순사건’이 지역사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지 어언 20년이다. 때론 한 데 모아지기도 하고 때론 지역의 작은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정부에서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법’이 제정되어 숨죽였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기뻐했으나,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아 실망하고 절망도 했다. 2018년 지금도 여전히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고도 있다.

그런데도 진실을 밝히려는 20년의 노정에서 올해 여순항쟁 70주년은 남달랐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학문적 성과를 통해 ‘반란’족쇄 끊고 ‘항쟁’으로

이렇게 여러 성과 중에 가장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학문적 성과이다. 2017년 펴낸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다」를 통해 그동안 족쇄처럼 따라다녔던 ‘반란’이란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는 여순항쟁의 성격을 규명했다.

학계에서 주목했고, 그동안 관행처럼 여겼던 여순항쟁 연구에 새로운 전환점을 부여했다. 여기에 여수MBC의 ‘도올 말하다, 여순민중항쟁’이 3회 방영되면서, 일반 민중도 여순항쟁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여순항쟁 문화프로램 개별적으로 ‘봇물’

두 번째 성과는 ‘여순항쟁 기록전’, ‘여순항쟁 사진전’, ‘뮤직토크 콘서트’, ‘거리 그림전’, ‘오페라 1948 침묵’ 등 개인 또는 개별단체에서 주도한 프로그램이 연일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특정단체 주도로 위령제 중심의 사업을 탈피하고 시민과 함께하려는 프로그램이 넘쳤다.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어느 해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지속해서 시민과 함께할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하는 숙제도 남겼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행사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 없이 해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송에서도 쏟아져

세 번째 성과는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다. 여수MBC, 순천KBS의 기획특집 방송을 비롯하여 CJ호남방송, KTV국민정책방송에서도 특집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그리고 여수MBC의 ‘여순사건 뮤직토크’와 ‘도올 말하다 여순민중항쟁’과 순천KBS의 여순사건 70주년 음악회 ‘해원’은 여순항쟁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특히 여수MBC 라디오에서 6회 방영한 ‘여순사건 9일간 기록’은 그동안 피해자 중심의 다큐멘터리를 넘어 사료를 고증하여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진일보한 방송이었다.

여순관련 강의요청, 역사기행.. 전국적 관심 높아져

네 번째 성과는 전국적인 관심이다. 여순항쟁의 역사적 현장을 찾아 서울, 광주, 전주, 대전, 제주 등 전국에서 여수와 순천을 찾아 역사기행을 했으며, 여순항쟁을 바로 알기 일환으로 전국 곳곳에서 초청 강연이 있었다.

또한, 전국의 시민단체의 역사기행과 강의(교육) 이외에도 교육부, 전남교육청, 전남역사교사모임 등에서 여순항쟁에 관심을 두고 교사와 교육 행정가의 계기 수업이 있었다. 여순항쟁이 올바른 인식을 위해 매우 뜻깊은 프로그램이었다.

여순항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제주도에서 여순항쟁을 정식 의제로 논의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울에 ‘여순항쟁 70주년 범시민위원회’가 결성되어 처음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위령제가 열렸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정치인의 역사인식 한계와 연대엔 다소 미흡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계도 분명했다. 여수시가 결성한 ‘여순사건 70주년 기념 시민추진위원회’는 70~80년대 공안정국에서나 있을 뻔한 일이었다. 통합이라는 핑계로 관변단체 주도 위령제는 불협화음으로 끝났다.

인위적인 관변단체의 구시대 산물이 남긴 씁쓸함이었다. 이는 정치인의 여순항쟁 인식과 결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의 여순항쟁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여순항쟁 70주년 행사가 대체로 여수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순천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미처 행사를 준비 못 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특정 단체 중심의 주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순항쟁은 특정 개인이나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론 여수에서만 있었던 일도 아니다. 여순항쟁의 역사가 여수에서만 논의될 경우 여순항쟁의 진상규명은 더욱더 어려울 수 있다. 폭넓은 연계와 연대활동에 대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시간만 허비 진일보 못해

무엇보다도 ‘여순사건 특별법’은 국회 발의와 논의만 무성할 뿐 전혀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렇지만 결과는 녹록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여순사건 특별법’ 등 과거사법에 대해 진일보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했지만,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왜 ‘여순사건 특별법’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공론이 필요하다.

70주년으로 ‘끝’ 아니다. ‘여순항쟁’은 역사다

마지막으로 소회를 말한다면, 여순항쟁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이렇게 바쁜 나날을 보낸 것도 처음이었고, 환희를 맛본 것도 처음이었다. 환희는 시민들이 여순항쟁에 대해 새롭게 인식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순항쟁이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사회에 중요한 역사로 인식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하게 느낀 한 해였다.

이제 2019년 여순항쟁 71주년을 준비해야 한다. 작은 차이를 극복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시민 자발적인 프로그램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었으면 한다. 그러한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뜻있는 분들의 작은 모임이 2019년 초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단체장 그리고 정치인의 여순항쟁 역사 인식에 대한 진일보한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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