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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연안' 해양도시 여수, 그 물밑 사정은?

연안, 바다밑은 온통 쓰레기.. "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 입력 2019.01.01 19:16
  • 수정 2019.01.02 11:49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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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부터 올해도 어김없이 잠수복을 입은 수중정화활동 참가자들은 여수 바다 속을 청소했다.

1일 오전 10시 해양공원 하멜등대 앞 광장에는 바다환경의 심각성을 알리고 아름다운 여수를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여수 기온은 1도, 바닷속 온도는 8도였다. 냉탕 온도가 20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온도인데 자원봉사 잠수가 이뤄졌다.

여수구조대 다이버와 다이버동호회 회원 등 10명의 다이버가 수중정화활동을 펼쳤다. 모두 4~5년 된 경력자들이다. 이들은 취미로 다이버들을 즐기면서 봉사대에 들어왔다. 봄 여름은 초보자도 입수 가능하지만 오늘처럼 추운 날씨에는 경력자가 들어가야 한다는 게 다이버들의 설명이다.

특히 한겨울 다이빙에는 드라이수트 등 체온을 확보할 장비가 필수다. 수트에는 건식수트와 습식 수트가 있는데 이날 봉사자들이 입은 수트는 건식 수트다. 수트를 갈아입고 장비를 챙긴 다이버들은 차례로 바닷속으로 입수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입수하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두세 명씩 시간차를 두고 입수한다고 한다.

 

바닷속에서 수거한 불가사리
잠수부가 바닷속에서 주운 해양쓰레기들
한 봉사자가 입수자들이 바닷속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들을 건져올리고 있다
잠수부가 수거한 해양쓰레기들
선원들이 바닷속에 버리고 간 폐어구
바다에 버려진 긴 막대를 육지에 있는 봉사자에게 건네고 있다
바닷속에 버려진 닻을 수거하는 해양구조단

봉사자가 많은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불가사리와 쓰레기가 그물 안에 한가득 모였다. 이렇게 모인 불가사리는 당밀과 설탕 등을 섞어 발효하여 퇴비로 사용한다. 과실 농사에 이 퇴비를 사용하면 벌레가 들끓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불가사리보다 심각한 문제는 해양쓰레기다. 특히 어선에서 함부로 내버리는 쓰레기는 그 무게 탓에 수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쇠와 철 재질이 녹으면 생태계를 심각하게 오염시킨다. 이처럼 무게가 많이 나가는 쓰레기는 잠수자가 로프로 묶어 지상에 있는 봉사대가 힘을 합쳐 끌어당기는 방법으로 수거한다. 특히 이곳 종포는 캠핑카들이 바다에 내버린 쓰레기가 많다.

이곳 종포는 뻘이 일어나면 수중에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손을 헤집어 감각에 의존하여 폐기물을 수거해야 한다. '거의 봉사 문고리 잡는 수준'이라는 게 홍태경 봉사자의 말이다.

특히 여수와 같이 양식업이 발달한 곳은 바다청결은 필수다.  이들은 양식장 주변 바다 밑도 엉망이다고 귀뜸했다.

서태호 해양구조단원이 입수를 마치고 육지에 올라왔다

잠수 봉사자 서태호 씨는 “한해 중 수온이 제일 낮은 2월에 입수한 적도 있다”며 “오늘은 그나마 따뜻한 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바닷속에서 나오면 바람이 차서 춥다고 한다.

그는 “바닷속에 쓰레기가 너무 많은데 오늘은 이중 100분의 1도 못 주웠다. 술병과 타이어 등 자잘한 쓰레기들이 끝이 없다”고 한탄했다.

해양구조단 이치형 잠수자는 매달 바닷속을 청소하러 다니므로 늘 더러운 바다만 보고 다닌다. 그는  “입수를 하면 시야확보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잠수할 수 없어, 세 번 네 번 나눠서 들어가기도 한다. 오늘은 한번만 입수하여 그나마 체력소모가 적었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의 노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폐어구를 주운 잠수대원
잠수대원들이 바닷속 수중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닷속 환경은 직접 정화활동에 동참하지 않으면 그 실태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관련부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박 대장은 전날인 31일에도 만성리해수욕장과 세계박람회장 근처 바닷가에서 해양정화활동을 실시했다. 그는 “해양쓰레기는 일회용 페트병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용품인만큼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박 대장은 “매년 수중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쓰레기와 불가사리 양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우리같은 아마추어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어 온전한 정화활동이라 보기 어렵다. 관련부처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아직까지 여수시는 지원은커녕 관심조차 미비하다. 지난주와 그 전 주에 여수시 어업생산과에 참가를 요청하는 연락을 했지만 오늘 일이 있다고 오지 않았다. 이렇게 심각한 환경이면 시에서 한 명쯤은 와서 보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선 단속하여 쓰레기 버리는 문제도 살펴보면서 공공근로 등 예산을 투입하여 전문용역을 투입하는 등 청소를 꾸준히 하면 쓰레기 양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수중정화활동 봉사에 참가한 신기초 이헌영(12), 정찬주(11)학생

바닷가 주변에서 쓰레기를 주운 신기초등학교 정찬주(11)군은 “쓰레기를 치우는 게 너무 힘들다. 바닷속에 냉장고가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육지에서 본 아름다움과 다른 바닷속의 실체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신기초 이헌영(12)군 역시 “바닷속에 쓰레기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앞으로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면 안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중정화활동에는 신기초 학생들과 은혜요양병원, 모두모아봉사대, 몽이네 공방, 민들레마을, 여수환경운동연합, LG화학 직원 등 시민들도 적극 참가하여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정화활동이 끝나고 봉사자들과 시민들은 민들레마을에서 준비한 떡국을 나눠먹었다.

민들레마을이 준비한 떡국

 

신기초 학생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신기초 학생들이 버려진 냉장고 밑에 타이어를 끼워 옮기고 있다
불가사리로 만든 문구 뒤에서 봉사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봉사자들이 피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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