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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여한 없어" 400m 암벽호텔에서 하룻밤 보낸 부부

⑧ 3000m 높이에 있는 소금밭 살리네라스와 이색적인 암벽호텔

  • 입력 2019.01.02 11:31
  • 수정 2019.01.03 17:13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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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네라스 염전 모습       ⓒ오문수

남미여행 7일차는 쿠스코 인근 유적지를 방문하는 날이다. 전날 마추픽추를 등정하고 난 감동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호텔에 남아 쉴 수는 없다(관련 기사 : 세상사가 시들해? 마추픽추에 가라). 일행이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마라스에 있는 살리네라스 염전으로, 쿠스코에서 서북쪽으로 약 58㎞ 떨어진 조그만 마을이다.

마라스로 가는 길 주변에는 라마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한 시간여를 달린 버스가 염전 인근에 도착했다. 버스 차창 밖에 펼쳐진 풍경을 보니 우리네 산골짝에 있는 조그만 다랑이 밭들이 떠오른다. 마치 눈 내린 것처럼 하얀 모습을 띠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해발 3천미터의 고산지대에 있는 살리네라스 염전으로 4천개의 소금밭으로 이뤄져 있다   ⓒ오문수
소금골에서 흘러나온 물이 조그만 소금밭두렁에 만들어놓은 수로를 따라 흘러들고 있다. 물이 다 차면 다음 소금밭에 물을 댄다 ⓒ오문수

염전은 해발 3000m 고지의 깊은 골짜기 바닥 경사면에 조성되어 있다. 염전 아래로는 우루밤바강이 흐르고 있었다. KBS프로그램 '차마고도'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소금기가 있는 물을 길러 논에 가둬 증발시킨 뒤에 남는 소금을 거둬들이는 줄 알았지만 아니다. 관리사무소 인근 조그만 골짜기에서 도랑을 따라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도랑에 내려가 흐르는 소금물을 찍어 입에 댄 일행이 "와! 짜다!"를 연발했다. 물은 도랑을 따라 졸졸 흐르다가 소금밭두렁에 낸 수로를 따라 흘렀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소금밭 하나가 다 채워지면 다음 소금밭을 채우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소금밭에 고인 염수의 수분이 햇볕을 통해 증발하면서 염전이 생긴다. 4000여 개나 되는 소금밭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불순물이 섞인 정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최상급 소금은 백색소금으로 연간 수백 톤 생산한다고 한다.

해발 3천미터의 살리네라스에는 4천여개의 소금밭을 가진 염전이 있다. 염전의 원천은 이 조그만 소금골이다. 골짜기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소금물을 가둬 햇빛에 증발시켜 소금을 만든다      ⓒ오문수
소금골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손에 찍어 입에 댄 일행..."와! 짜다"      ⓒ오문수

지금은 소금이 흔하지만 교통과 운반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소금은 권력과 돈줄의 바탕이 됐다. 오죽했으면 '작은 금'이라는 의미의 '소금'이라고 했을까. 하늘이 준 천혜의 자원을 누렸을 살리네라스 염전주인들의 삶은 옛날의 영화가 사라진 것 같다. 마을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제법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400m 절벽에 매달린 호텔에서 잔다고?

깎아지른 듯한 400미터 절벽위에 있는 암벽호텔 모습. 9부 능선에 있다 ⓒ오문수

세상에는 참 별난 모험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살리네라스 염전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 까마득한 절벽 위에 통처럼 생긴 물건 3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가이드가 차를 세우고 그 물건들에 대해 설명하길 암벽호텔이란다.

쿠스코 세이크리드 밸리(Sacred Valley)에 지어진 호텔 이름은 '스카이로지 어드밴쳐 스위트( Skylodge Adventure Suite)'. '스위트(suite)'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니 '(호텔 등의) 특별실, 스위트 룸(거실과 침실이 이어져 있는 호화로운 방)'이라고 적혀 있다.

400미터 위 암벽호텔로 올라가는 이원희씨 부부 ⓒ이원희
암벽을 타고 암벽호텔로 가는 이원희씨 부부 ⓒ이원희

홈페이지에 들어가 호텔 내력을 찾아보니 지상 400m 높이에 설치된 캡슐형 암벽호텔이다. 호텔은 장비를 갖추고 암벽등반을 해서 올라가야 한다. 밑에서 위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암벽에 박은 말뚝을 잡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 젊은 기업가의 발상으로 만들어진 호텔은 길이 24피트(7.31m), 높이 8피트(2.43m) 크기로 6개의 창문과 4개의 환기 닥트, 화장실, 거실과 침대가 있다. 호텔에서 보이는 각도는 300도로, 아침과 와인을 곁들인 정찬이 준비되어 있다.

웃고는 있지만 떨리지 않을까? ⓒ이원희
내려올 때는 짚라인을 타고 하강한다 ⓒ이원희

놀란 눈으로 호텔을 바라보던 사람 중에는 "저 곳에서 한 번 자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돈 줘도 안 자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행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부부가 "우리는 이미 저 호텔에서 잤는데요"라는 말을 하자 일행의 시선이 모두 그들 부부에게 쏠렸다.

그들 부부는 인천공항을 거쳐 남미까지 여행 온 부부가 아니었다. 남편인 이원희씨의 환갑을 기념하기 위해 호주 시드니에서 출발해 페루에서 합류한 호주교민들이다. 부부는 남미여행팀이 페루에 도착하기 전 이곳 호텔에서 1박을 했다. 무서워 아무도 이용하지 않을 것 같은 호텔인데도 6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원희씨가 암벽호텔에서 잔 소감을 말했다.

암벽호텔 3 개의 방에서 잠자게 된 사람들이 기념촬영했다. 이원희 씨 부부와 호주인 부부, 미국인 부부 모습 ⓒ이원희

"깎아지른 400m 암벽등반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본 겁니다. 힘도 들고 무섭기도 하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올랐지요. 캡슐호텔 내부는 아주 안락했어요. 바람 불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누워서 천정 커튼을 걷으니까 별이 쏟아져 들어왔어요. 환상적인 밤하늘 별자리를 보고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려올 때는 짚 라인을 타고 내려온다. 밥 먹으러 갈 때도 줄을 타고 가야 한다는 암벽호텔. 나는 돈 주면서 자라고 해도 잘 생각이 없다. 무서울 뿐만 아니라 밑에서 까마득한 절벽에 걸린 호텔을 쳐다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공동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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