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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써도 0원... 햇빛온풍기, 직접 만들어 봤더니

책과 유튜브 참고해 셀프 제작, 일조량·평수·위치 고려해야

  • 입력 2019.01.07 08:41
  • 기자명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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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온풍기 제작 완료한 햇빛온풍기. 주름관을 보온을 위해 은박 매트로 쌌다.
▲ 햇빛온풍기 제작 완료한 햇빛온풍기. 주름관을 보온을 위해 은박 매트로 쌌다.
ⓒ 정병진  

  
칼바람 불어대는 한겨울이다. 아직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 생활, 이번 겨울이 길게만 느껴진다. 지난 10월 말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자 약 40만 원을 들여 기름보일러에 기름 두 통을 넣었다. 최대한 아껴 쓴다고 썼지만 1월 초 현재 보일러의 기름은 거의 바닥이다.

전기나 기름 같은 값비싼 에너지를 쓰지 않고 겨울을 따습게 보낼 묘책은 없을지 궁리했다. 그러다가 적정기술(適正技術, appropriate technology)을 활용한 '햇빛온풍기'가 있음을 알게 됐다.

'햇빛온풍기' 제작 방법은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여러 개의 국내외 영상이 뜬다. 그 가운데 몇 개를 골라서 봤다. 제작 원리는 간단해 보였다. 하지만 세세한 설명을 해 주지 않기에 과연 잘 만들 수 있을지, 만든 뒤 실제 효과를 맛보게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다행히 햇빛 온풍기와 온수기의 제작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놓은 이재열의 <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2012, 시골생활)란 책이 눈에 띄었다. 유튜브 영상과 이재열씨의 책을 참고해 지난달 26일 햇빛온풍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재열 지음, <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 햇빛온풍기와 온수기 제작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놓은 <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2012, 시골생활)
▲ 이재열 지음, <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 햇빛온풍기와 온수기 제작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놓은 <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2012, 시골생활)
ⓒ 정병진  

  
나무, 캔, 비닐 있으면 끝

먼저 집열판 용도의 나무 상자가 필요했다. 자재상에서 판자를 사다가 나무 상자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도서관을 다녀오다가 골목길에 버려진 책장 하나를 발견했다. 이 책장을 재활용하면 굳이 나무 상자를 만드느라 비용과 품을 들일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책장을 확보한 뒤 집열판 재료로는 알루미늄 캔을 재활용하기로 했다.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둔 곳에서 캔을 약 백여 개 모았다. 알루미늄 캔은 열전도율이 높기에 집열판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다만 캔 뚜껑 부위와 밑판을 뚫어 연결해야 한다. 이게 귀찮으면 알루미늄 주름관을 사다가 설치하면 된다.

알루미늄 캔을 뚫어서 연결하는 작업은 그리 수월하진 않았다. 둥그렇게 뚫기 위해선 둥근 모양의 드릴 날이 필요했다. 전기 드릴은 이미 구비돼 있었기에 날만 사서 작업을 다시 했더니 작업 진척이 훨씬 빨랐다. 구멍을 뚫은 캔들은 실리콘으로 서로 연결해 가지런히 줄을 세웠다. 그다음 집열의 효율을 높이고자 캔들 위에 검정 무광 래커를 뿌려 칠하였다.
  

캔 뚫기 작업 알루미늄 캔의 뚜껑과 밑판을 뚫어 연결하는 작업
▲ 캔 뚫기 작업 알루미늄 캔의 뚜껑과 밑판을 뚫어 연결하는 작업
ⓒ 정병진  

   
래커 도색 작업이 끝난 뒤 집열 상자 맨 아래 부위와 위 부위에 구멍을 뚫었다. 아래쪽 구멍은 찬 공기가 들어가는 곳이고 윗구멍은 열풍이 배출되는 통로다. 집열 상자는 투명 아세테이트지로 덮고 빈틈없이 막았다. 투명 비닐이나 폴리카보네이트, 유리 등으로 덮어도 된다. 이 중에 무엇으로 하든지 효과는 비슷하다. 비닐하우스처럼 햇볕만 받아들이고 외부 찬 공기는 차단해 집열 상자 내부 온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이렇게 하면 햇빛온풍기 제작은 끝난 셈이다. 햇빛온풍기를 햇볕이 가장 잘 비치는 각도로 세워 놓았다. 한참 뒤 찬 공기 들어가는 구멍의 온도와 열풍 통로의 온도를 쟀다. 바깥 온도는 영하 2℃였고 열풍 구멍의 온도는 영상 50℃를 훌쩍 넘었다. 내 온도계로는 영상 50℃까지만 측정이 가능해 온도계를 금방 꺼내야 했다.

이재열씨의 설명에 따르면 햇빛온풍기 온도는 최고 70℃ 이상 올라간다고 돼 있다. 설마 했는데 사실이었다. 찬 공기는 아래서 위로 올라가면서 데워져 열풍구에 모아졌을 때는 60~70℃에 달했다.

햇빛온풍기의 효과를 확인한 뒤 주변의 아는 분 도움으로 거실 벽을 뚫었다. 햇빛온풍기가 만든 열풍을 거실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벽 뚫는 작업은 콘크리트나 벽돌도 뚫을 만큼 힘센 드릴이 있어야 한다. 벽 뚫기가 끝나자 알루미늄 주름관으로 햇볕 온풍기와 거실을 연결했다.

"드디어 따뜻한 바람이 거실에 솔솔 들어오겠구나!" 기대하며 송풍관에 손을 대 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냉랭한 공기밖에 흘러나오지 않았다. '손을 댈 만큼 뜨겁던 열풍은 왜 나오지 않는 걸까' 생각하다가 아차 싶었다. 햇빛온풍기 자체가 "찬 공기는 아래로,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는 원리를 활용한 건데, 거실에 뚫은 구멍은 햇빛온풍기 열풍구보다 훨씬 아래쪽이라 더운 공기가 내려오지 않는 게 틀림없었다.

햇빛온풍기 제대로 활용하는 법
  

송풍기 햇빛온풍기의 더운 공기를 강제 순환시키려고 설치한 송풍기. 컴퓨터 팬을 재활용했다.
▲ 송풍기 햇빛온풍기의 더운 공기를 강제 순환시키려고 설치한 송풍기. 컴퓨터 팬을 재활용했다.
ⓒ 정병진  

 
컴퓨터 가게를 하는 지인에게 중고 컴퓨터 팬을 하나 얻었다. 그걸 돌려 더운 공기를 강제로 순환시키면 될 거라 생각했다. 12v 컴퓨터 팬을 활용해 송풍기를 만들어 달았다. 예상대로 이전과 달리 더운 공기가 흘러나오긴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기 온도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이유가 뭘까' 고민하다가 열풍구부터 거실 송풍구까지 연결한 주름관을 보온재로 싸주지 않았기 때문임을 알았다. 열풍구의 더운 공기가 주름관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바깥의 매서운 찬바람을 맞아 많이 식어버린 거다. 보온 물병처럼 주름관의 '보온'이 필요했다. 은박 매트를 사서 주름관을 둘둘 말아줬더니 확실히 전보다 더 더운 공기가 송풍구에서 나왔다.
  

50도 넘은 온도계 햇빛온풍기 열풍구에 넣자 온도계가 50도를 넘었다
▲ 50도 넘은 온도계 햇빛온풍기 열풍구에 넣자 온도계가 50도를 넘었다
ⓒ 정병진  

 
이제 날씨 맑은 날 햇빛온풍기 효과는 어느 정도였는지 측정 결과를 말할 차례다. 지난 30일, 약간 구름 낀 날씨였고 바깥 온도는 최저 –4℃~최고 3℃였다. 햇빛온풍기를 사용한 거실 온도는 오전 11시 9℃, 오후 11시 10분 11℃, 오후 4시 11.5℃, 오후 6시 10℃를 보였다.

1월 1일은 약간 구름 낀 날씨였고 바깥 온도는 최저 –1℃, 최고 4℃였고, 거실 온도는 오전 8시 40분 12℃, 9시 10분 13℃, 밤 7시 20분 11℃였다. 1월 2일은 맑은 날씨였고 바깥 온도는 최저 –1℃, 최고 5℃였으며, 거실은 오전 10시 9℃, 오전 11시 25분 10℃, 오후 1시 12℃, 오후 2시 20분 14℃, 오후 4시 40분 14℃로 나타났다.

분명히 '햇빛온풍기'는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실내 온도 10℃~14℃ 정도로는 따뜻하다고 느끼기엔 부족하다. 앞서의 책 설명에 따르면 "단층 기준 8평 정도 공간이라면 햇빛온풍기의 크기는 1.5평 정도"여야 하고, "25평 정도의 단층주택은 약 5평 면적의 햇빛온풍기"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 집 거실은 주방과 연결돼 있고 약 12평가량이다. 게다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통로가 실내에 있다. 즉 방 공간에 비해 햇빛온풍기가 너무 작아 충분한 효율을 내지 못한 거로 보인다. 앞으로 햇빛온풍기를 하나 더 만들어 연결하거나 온풍기 밑 부위에 반사판을 달아 온도를 더 높일 수 있다. 반사판을 달면 절반 이상의 효율이 생긴다고 한다.

햇빛온풍기의 최고 강점은 전기나 기름, 가스 같은 비용이 들어가는 에너지가 아니고 반영구적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햇빛온풍기는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또 소음이나 오염 따위가 없는 청정한 자연 에너지다. 시골의 단층집이 설치에 유리하다. 도시에서도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가 가능하다.

제작 방법이 간단하기에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쓸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은 '햇볕'을 활용한 온풍기라 '햇볕'이 나지 않은 날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다. 또 햇볕이 있더라도 그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위치한 집이라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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