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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도 문 여는' 다문화도서관.. 주민 발길 붙들 수 있을까

외국인주민종합지원센터 내에 위치, 도서 재정비와 예산 배정 절실

  • 입력 2019.01.28 15:07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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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동에 위치한 여수시 외국인주민종합지원센터. 센터 내에 다문화도서관이 있다

지난 2013년 10월 신기동 외국인주민종합지원센터 개원과 함께 문을 연 다문화도서관이 올해로 개관 6주년을 맞았다.

이곳 다문화도서관은 2013년 ‘국민건강보험 Zone 공모사업’에 광주전남 최초로 선정되며 문을 열었다. 개관 초기부터 꾸준히 일요일에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지만 지금은 홍보 부족으로 한정된 주민만이 이용하고 있다. 6년을 맞은 지금, 다문화도서관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개관 당시 7개국의 도서 200권을 소지한 도서관은 외국인지원센터의 도서 추가 구입과 건강보험공사의 지원을 받아 현재 외국도서 동남아, 유럽, 영미권 13개국을 포함한 외국도서 982권과 국내도서 3,864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도서들은 2021년까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2년마다 도서가 업그레이드 된다.

27일 다문화지원센터 도서관을 찾은 두 명의 아이가 책을 읽거나 슬라임을 가지고 놀고 있다

다양성 없는 구매로 도서보유량 맞추기?

언뜻 보면 부족해보이지 않는 이 보유량은, 그러나 대부분의 도서가 시리즈 구매라는 데 함정이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외국인자녀를 위해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한 시리즈이다. 그러다보니 한 권의 도서가 서너 개 언어로 번역되는 ‘다국어판’ 인데다 그마저도 같은 번역을 서너권 배치하여 보유량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관리자는 배치도서가 어린이 방문교육사업에 이용되기 때문이라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출판(위) 도서와 길벗어린이 출판도서. 같은 번역서가 여러 권 꽂혀 있다

국가별로 아동도서와 소설이 혼재되어, 어떤 언어는 국내 출판사가 펴낸 아동도서만 비치되어 있고, 어떤 언어는 외국에서 수입한 소설 원서가 그대로 배치되어 있기도 했다. 

중국출판사가 펴낸 ‘해리포터’ 도서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러시아어판, 톨스토이 러시아어 원서를 그대로 배치하는 등 언어와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이는 도서구입을 손쉽게 해결하려다 보니 발생한 문제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책 제목이나 내용에 궁금증을 갖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이 읽을 수 있는 언어의 도서를 읽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어 도서. 맨 왼쪽이 톨스토이 책으로 아동이 읽기에 무리가 있다
러시아어도서. 왼쪽에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가 꽂혀 있다

 

외국도서, 타도시 다문화도서관 보유량에 한참 못 미쳐

외국인지원센터 도서관 출입대장. 겨울방학이라 도서관을 찾는 학생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 배치된 외국도서가 1천여권도 안된다는 사실은 다문화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서울시 동대문구 다문화도서관 ‘모두’는 12개국 도서 8천권을, 경기도 안산의 다문화도서관은 중국, 러시아, 캄보디아, 인도 등 22개국 외국도서 1만 5천여권을 비치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도서관 다문화도서는 약 1천 2백권이다.

작년 11월 기준 외국인주민 6,754명으로 전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한 여수시로서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주요도서 대부분이 2012년~2015년 도서.... 신간업그레이드 늦어

2012년 출판된 한국아동도서 why시리즈
한국에서 1999년 출판된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 의 중국어판

도서지원을 받는 만큼 주체적으로 좋은 도서를 선정할 수 없는 점은 가장 큰 한계로 지목된다. 그러다보니 최신 도서를 스스로 선정하는 대신, 철지난 유행 도서나 저학년 도서가 많다.

기자가 방문한 27일, 도서관에는 외국인 직원 두 명의 자녀만이 책을 읽고 있었다. 작년 다문화도서관 누적 이용자수는 120명, 도서대출권수는 282권으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새 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여수시는 더이상 건강보험공단의 지원에만 의지하지 말고 질좋은 도서 배치에 힘써 주민들의 발길을 붙잡아 둘 필요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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