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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하게 걷는 사람들, 배우 하정우 저리가라네

여수 갯가길 찾은 서울시청 OB산악회원들을 만나다

  • 입력 2019.02.12 16:42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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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자당 기거지를 찾은 서울시청시청OB산악회원들 모습 ⓒ오문수

제주에 올레길이 생긴 이래 전국 각지에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둘레길이 생겨났다. 여수에도 여수주변을 도는 갯가길이 있다. 설날을 며칠 앞둔(1월 28일) 서울시청에 근무하다 정년퇴직했던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금 여수 만성리에 있습니다" 반가워 "아니! 연락도 없이 갑자기 여수를 찾아오는 법이 어디 있냐?"고 핀잔을 줬다.

"집에서 만성리까지는 10여㎞ 떨어진 곳이라 차로 모시러 가겠다"고 했더니 "지금 일행과 함께 오동도를 향해 걸어가고 있으니 오동도에서 만나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인 일행이 오동도를 구경하고 돌아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동도 입구에서 만나 점심을 같이 하며 일행들의 활동기를 들었다.

50년째 걷는 사람들

1969년 9월 14일 조직된 서울시청 산악회에는 일반회원 1000여 명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 100여 명이 있다. '적극적'이란 의미는 날짜를 정해놓고 주기적으로 산행을 하는 회원을 의미한다. 서울시청 산악회원 중 일부는 해외원정을 떠나기도 하지만 크게 네 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서울시청산악회원들의 백두대간 탐방자료 ⓒ오문수

▲ 일반산행팀 - 매월 정기적으로 산행에 나서는 팀
▲ 백두대간팀 - 백두대간의 구간을 정해서 산행팀
    9정맥팀 -  13개 정맥 중 남한에 존재하는 9개 정맥 탐사팀
▲ 암벽등반팀 - 인수봉 등의 암벽을 등반하는 팀
▲ OB산악회팀 - 서울시청 퇴직자들이 다시 산악회를 결성해서 산행하는 팀

필자와 만난 이들은 서울시청을 퇴직한 '서울시청OB산악회팀'이다. "산이 좋아 50년째 대한민국을 걷고 있다"는 '서울시청OB산악회팀' 박돌봉(70세) 회장에게 서울시청 산악회가 조직된 경위와 산악회원이 된 연유를 들어보았다.

"서울시청 산악회는 1969년 9월 14일 조직되었어요. 당시 저는 시청공무원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1969년 3월 1일 회원들을 따라 관악산에 올랐는데 눈이 녹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에 반해 산악인이 됐습니다. 산이 좋아 따라 다니다가 지금은 무릎관절에 이상이 생겨 중단했습니다."

일행 중에는 겉모습만 봐서는 도무지 안 갈 것 같은 모습의 윤창훈 씨가 있었다. 그런데 내 짐작이 틀렸다. 회장의 설명으로는 모든 산행을 기획하는 산악전문가란다. 윤창훈씨가 입을 열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남한에 있는 9개정맥을 마무리하는 10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참석한 성취감은 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산을 타다가 아찔한 적도 있었죠. 일행 중 한 분이 10m 직벽을 내려오는데 중간에서 로프가 뚝 끊어져 큰일 날 뻔하기도 했어요."

한반도에는 1대간(백두대간), 1정간(장백정간), 13정맥이 있다. 그 중 남한에는 9개 정맥이 있다. 서울시청 9정맥 종주대원들은 2006년 3월 18일 울대고개의 여명을 뚫고 첫발을 내디뎌 2015년 6월 20일 속리산 천황봉에서 10여 년의 마루금 걷기의 결실을 맺었다. '마루금'이란 산악인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산마루 같은 산능선을 넘어가는 곳을 말한다.

10년 동안 9정맥을 걸으며 우여곡절도 많았다. 6월의 뜨거운 햇살 속에서 무더위와 싸우며 식수부족으로 인한 갈증과의 싸움, 암릉지역 통과 시 암벽동우회의 안내와 도움, 군부대 인근 통과 시 지뢰매설지역 통과의 어려움,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 등의 아픔도 겪었다. 9정맥 종주단장 조홍기씨가 여덟 번째 한남정맥을 통과할 때 느꼈던 일을 말했다.

"한남정맥은 김포 보구곳리에서 안성 칠장산까지를 말합니다. 한남정맥 김포구간은 택지 개발이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지역으로 마루금을 찾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특히 2014년 2월 진행한 3구간(방아재-아나지고개) 중간 지점은 경인 아라뱃길로 인해 정맥이 단절된 곳입니다. 이는 산자분수령의 원칙을 인위적으로 깨뜨린 대표적인 사례로 산악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례라고 볼 수 있죠."



참 징한 사람들

일행이 모처럼 여수에 왔으니 여수를 둘러보며 문화해설을 해주기로 했다. 현천에 있는 이순신 자당 기거지를 들러본 일행은 여순사건 발발지인 14연대 주둔지와 자산공원을 거쳐 케이블카를 타고 여수시가지를 구경했다. 필자의 차에 배낭을 실었으니 복잡한 여수시가지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 내려주려는 찰나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자산공원에서 남해를 바라보며 기념촬영한 서울시청OB산악회원들 모습 ⓒ오문수

"아니! 왜 여기서 내려줘요?"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 내려주면 다음 목적지까지 편히 가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안 돼요! 원래 우리가 탔던 오동도까지 다시 되돌아 가주세요."


징헌 사람들이다. 할 수 없이 차를 되돌려 오동도 앞까지 돌아가는데 회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에게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예정된 구역을 따라 걷는 것입니다" 참! 대단했다. 그들이 가능하면 지키려고 노력한 원칙 중 하나는 1무 2박 4일.

서울시청OB산악회원들이 걸었던 길이 표시된 지도로 바다 한 가운데 묘도가 보인다 ⓒ오문수
일행이 사용하는 "산으로 가는 길" 프로그램에는 산행날짜, 산행시간, 이동 도상거리, 평균속도, 고도, 오르막(내리막)거리, 휴식횟수와 시간까지 자세히 나와 여행에 유익한 자료가 되고 있다 ⓒ오문수

 

그들의 설명을 듣고 나서 그들의 걷기원칙이 이해가 됐다. 이들은 월요일(1월 28일) 밤 10시 45분 용산역발 무궁화호를 타고 다음날 새벽 3시 25분에 순천역에 도착했다. 순천역에서 택시를 타고 율촌에 도착해 여수를 향해 걷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5시 10분. 이들이 만성리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09분. 무려 10시간 59분을 걸었다. 총 34㎞다. 이들은 여행도중에 2박을 하고 마지막 4일째 오후에 서울로 돌아간다.

그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 나서볼까 하다가 엄두가 안 나 다시 한번 그들의 족적을 살펴봤다. 그들은 2017년 1월  31일 강원도 고성군의 민통선인 재진검문소를 출발하여 부산 오륙도 해파랑길(2017. 12.26) 탐방을 마치고 이어서 남해안길을 걸어 오늘(2019. 1. 28.) 여수에 들어왔다.

만성리에서 1박한 그들은 마래터널을 거쳐 오면서 여순사건희생자 묘역도 둘러보며 여수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박돌봉 회장이 서울시청OB산악회 멤버가 지키려고 노력하는 원칙 4가지를 설명해줬다.

▲안전한 산행 ▲서로 도와주는 산행 ▲자연을 사랑하는 산행 ▲ 생각하는 산행 -과거나 미래를 반추하는 산행

산이 좋아 전국을 걸어서 도는 서울시청OB산악회원들 모습. 박돌봉(70세) 회장은 무려 50년째 걷고 있는 중이다 ⓒ오문수
서울시청산악회들의 백두대간 종주일정표 ⓒ오문수

산행이 좋은 이유에 대해 묻자 이광만씨가 답했다. "무념무상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동행하는 산행이 좋습니다." 조재윤씨는 "건강을 위해서 좋기도 하지만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50년 동안 산행을 한 박돌봉 회장은 "여행은 짐싸는 것"이라며 허허 웃었다.

이들에게는 신발이 대여섯 켤레나 된다고 한다. 계절별 신발, 용도별 신발, 거리별 신발, 특히 중요한 것은 길들여진 신발이라나. 길들지 않은 새 신발을 신으면 발에 물집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백두대간 36개 구간을 36회로 나눠 3년 걸려 종주했다는 이들은 북한쪽 백두대간도 가고 싶다고 했지만 할 수 없어 중국 쪽 백두산을 통해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이들이 북한쪽 백두대간도 종주할 수 있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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