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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이 가져다준 국제교류의 ‘선물’

힌국출신 입양아와 함께 여수 온 네델란드 부부

  • 입력 2019.02.15 13:23
  • 수정 2019.02.16 03:42
  • 기자명 김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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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을 겸한 우두리 농가 앞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네델란드 부부와 필자(왼쪽 뒤)

민박하는 귀촌생활중 뜻밖의 행운도 있다. 외국인과의 교류다.  우두리 농가가 민박집 등록이 되어 있어 외국인이 묵게 돼 그들과의 교류가 우연찮게 이어졌다.

한국인 입양딸과 브라질리언 장애인 입양아들을 키우고 있는 네덜란드 부부가 여수에 우리 민박집에서 에어비앤비 예약을 통해 3박4일 묵게 된 것이다. 2015년 9월의 일이다.

한국인 입양아는 네덜란드식 발음이 어려워 내가 한국식으로 ‘예지’라고 이름지어 주고 한국서는 그렇게 불렀다.

네덜란드 사람 예지맘과 아빠, 그리고 예지는 에어비앤비 예약을 통해 우두리 우리 집에서 묵었던 외국인 게스트다.  이들 말고도 독일인, 프랑스인, 미국인들이 다녀갔다.

돌산 우두리 민박집에서 요리하는 예지 아빠

사실, 예지는 신생아 때 입양되어 네덜란드에서 자라고 성장한 소녀로,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친엄마를 찾게 되었고, 끙끙 앓는 그녀를 알아본 양부모가 예지를 위해 한국으로 나선 것.

한국에 와서 서울에서 예지와 친엄마는 상봉했다. 그러나 생모는 새 가정을 꾸려 아픈 과거를 숨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네덜란드어나 세계 공용어인 영어가 전혀 되지 않아, 모녀는 그저 흐느낌으로만 애틋한 만남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서울서의 슬픈 만남을 풀어보고자 휴식하러 여수에 온 것이다.

여수의 푸른 바다가 그들의 상처에 치유가 되어 주었으면, 하고 나는 기도했다.

그들은 우두리에서 예약된 3박 4일을 묵고는 더 있고 싶다며 돈을 지급하려고 했다. 그러나 숙박영업하는 사람처럼 처신하긴 싫었다.  더구나 그들의 슬픈 사연까지 아는 나로서는 "우리는 이제 친구가 되었으니 프리~~~"라고 말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기도 하며 반가워했다. 그 후 그들은 우리의 생활 속에 더 깊숙이 들어와 자신들의 이야기도 많이 전해 주었다.

이들 가족과 여수 이곳저곳을 다녔다.

우리는 그렇게 친구가 되어 우두리 농가에서 내가 사는 시내 아파트로 초대해 방문하기도 하고,  여수의 이곳저곳을 함께 다니며 생활 속의 한국을 들여다 보는 여행을 즐겼다.

여행은 즐거운 일. 그들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여수를 보니 여수가 새롭게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사는 곳을 새롭게 느끼는 방법 중에 하나가 외지인과 함께 자신이 사는 곳을 여행 다니는 것이란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외국인과는 더욱 그렇다. 

우린 서로 여수를 여행하며 놀라워하고 좋아하고 감탄했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여수, 어디가 좋냐?"

그들은 내게 대답했다.

"동양화에서 본 것처럼 첩첩이 포개진 산들과 어우러진 바다 풍경이 아름답다"

그렇다. 우두리 농가집은 남해 바다를 배경으로 병풍처럼 별쳐진 산들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국적은 다르지만 우린 서로 그렇게 통했다.

엑스포장 여행 중에 예지 아빠가 설치물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들과는 말이 잘 통하는 것이 아닌,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가 되었다. 서로 대화는 어버버 하면서도 깔깔거리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추가로 1주일을 더 묵고 여수를 떠나기 하루 전 그 아쉬운 시간에 그들이 우리 가족에게 한마디 건넨다.  유럽 여행을 오면 자기 집에도 꼭 놀러오라고.....

“오! 예~~~ ” 나는 즉문즉답으로 "올해 유럽 일정 여행계획이 있는데 네덜란드도 꼭 포함시키겠다. 그런데 정말 당신 집에 가도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이 사는 집과 세컨하우스를 담은 사진을 진지하게 내게 보여주었다. 오라고 하면서.

'아니 이렇게 소박해 보이는 사람들이 이렇게 호화스런 멋진 집에 살고 있었네...'

운하 위에 있는 하우스 보트, 그 물 위를 지나 집으로 가기 위해 모터 보트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닌가!  어디 서양잡지에서나 봄직한 데 그 집이 예지네 집이란다. 와우!!!

나는 웃으며 그 곳에서 메이드라도 되어 잠시라도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젠 몸동작까지 더하며 “불쌍한 동양여인을 보살펴 달라”고 큰 액션으로 애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그들도 웃고, 나도 웃었다. 우린 깔깔거리며 게스트와 호스트가 곧 바뀔 거라며 유쾌한 결정을 내렸다며 서로 만족해 했다.

엠블호텔의  오동도가 보이는 곳에서 예지와 예지 엄마.  맨 왼쪽이 필자

그들과 그렇게 여수서 헤어졌다.

호수를 가르며 보트를 타는 상상여행과 함께 ‘역마살’이 발동해 그들이 간 후 나는 곧 바로 추진력으로 이어졌다.

나의 유럽여행 계획은 수정되고 네덜란드가 포함되었다. 네덜란드가 눈 앞에 아른거리며 기대와 들뜬 날들 속에 여행을 기다리는 행복한 날들이 이어졌다. 꼭 가보고 싶은 여행 날짜가 확정되고 기대에 부푼 상태에서 손꼽아 출발을 기다리는 그 마음을 알 것이다. 아! 여행지가 아른 거리는 날들~~~~이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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