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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로드킬 피하는 이유
[남미여행기 22] 토레스 델 파이네... 말이 필요 없는 산
  • 2019.02.28 13:32
토레스 델 파이네의 멋진 모습. 세 개의 멋진 봉우리를 자세히 보면 "山"자 처럼 생겼다. "토레"는 "봉우리", "파이네"는 "파란"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문수

막바지에 다다른 일행의 다음 여정은 '토레스 델 파이네'. 세계 10대 절경 중의 하나이며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여행지 목록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는 곳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칠레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안에 있다.

칠레 파타고니아 지역에 속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1978년 유네스코 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때문인지 이정표와 트레킹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고 휴게소 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었다.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공원 중 하나다. 

칼라파테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로 가는 도중 저 멀리 구름을 이고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의 멋진 산이 보였다 ⓒ오문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1978년 유네스코 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트레킹 코스 중간에 있는 입간판에 이 곳에 사는 야생동물사진이 그려져 있었다 ⓒ오문수

 

토레스 델 파이네의 토레스(Torres)는 스페인어로 '탑'을, 파이네(Paine)는 '푸른색'을 의미한다. 이 국립공원에는 토레스 델 파이네를 상징하는 세 개의 '토레'가 있다. 북쪽으로부터 2700m의 토레 몬시노(Torre Monzino), 2800m의 토레 센트랄(Torre Central), 2850m의 토레 데 아고스티니(Torre de Agostini)가 바로 그것들이다.

세 봉우리를 자세히 보면 마치 '山' 글자처럼 가운데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고 좌우에 두 봉우리가 중앙 봉우리를 보좌한다. 이 세 봉우리는 빙하가 만든 호수와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만들어낸다.

파타고니아라는 명칭은 1520년 유럽인 최초로 이 땅을 밟은 마젤란과 그의 선원들이 처음 만난 거대한 몸집의 원주민들을 보고 '발이 크다'는 의미의 '파타곤(patagon)'이라 명명한 데서 유래했다.

실제 원주민 테우엘체족의 평균 키는 180㎝였고 추운 날씨 탓에 짐승의 털가죽 옷과 신발을 신고 있어 거대해 보였을 걸로 추측했다. 파타고니아는 강수량이 많고, 안데스 산지에 빙하의 침식 작용이 더해져 복잡한 해안선과 산악 지형이 특징이다.

파타고니아를 대표하는 것들이 뭘까 생각해보았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멋진 산, 가만히 서 있기 힘든 바람, 호수, 초원들이 아닐까? 하나 더 보태면 라마와 알파카, 과나코 등의 이색적인 동물이다. 이 모든 게 한국의 도시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장면들이다.



바람의 고장, 토레스 델 파이네

너무나 아름다운 산이어서인지 다 보여주기 싫은가 보다. 한쪽 산은 구름에 덮여 있었다 ⓒ오문수
계곡을 건너는 다리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건너면 위험하다며 동시에 다리를 건널 수있는 인원을 제한하고 있었다 ⓒ오문수

 

모레노빙하 구경을 마친 일행은 다음날 아침 일찍 칼라파테를 출발해 토레스 델 파이네로 향했다. 팜파스 초원지대를 달리는 차창 밖에 보이는 땅은 듬성듬성 풀이 나있어 척박한 모습이다. 갑자기 이 땅의 주인인 과나코 무리가 길을 막는다.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천천히 길을 건너고 운전사는 그들이 길을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려준다. 운전사는 "길 건너는 동물을 차로 치어죽이면 엄청난 벌금을 물린다"고 얘기해줬다.

토레스 델 파이네로 가던 도중 이 땅의 주인인 과나코 무리가 길을 막았다. 운전사의 얘기에 의하면 "이들을 자동차로 치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너무나 바람이 세 사진 몇장만 찍고 차로 돌아왔다 ⓒ오문수
세찬 바람을 피해 점심을 먹기위해 호숫가에 자리를 잡았다 ⓒ오문수

 

차를 세운 일행이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모델이 되어준 동물들. 바람이 너무 세서 잠시도 서 있을 수 없어 사진 몇 장만 찍고 얼른 차 안으로 들어왔다. 바람의 고장이라더니 말 그대로다. 목적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책로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갈수록 바람이 세진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최고봉을 자랑하는 세로 파이네 그란데(Cerro Paine Grande)는 만년설로 뒤덮여 있으며 주봉인 쿰브레 프린시팔(Cumbre Principal)이 3,052m로 가장 높다. 전망대 가까운 곳에는 만년설이 녹아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내는 살토 그란데(Salto Grande)폭포가 있다.

가슴 속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벅차 올라온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 왜 이런 멋진 산에 감동할까? 내 안에 숨은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일까? 아니면 일상에 지쳐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지만 가슴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다.

바람이 너무 세 옷깃을 여미고 모자를 잡은 채 사진을 찍는데 일행의 주머니에서 중요한 자료를 간직한 종이들이 바람 부는 방향으로 굴러가더니 이내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아무리 잡으려 해도 소용없다. "아이 참나!"를 외치는 그 분. 속상하지만 하늘이 한 일을 어쩌랴. 갑자기 박은용 화가의 시 구절 하나가 떠올랐다.
 

"바람은 울지 않는다. 오직 바람에 스친 세상이 우는 것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에 서니 구름이 산을 덮었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급기야 일행 중 한 분의 주머니에 넣었던 서류들이 날라갔지만 잡을 수가 없었다 ⓒ오문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살토 그란데(Salto Grande) 폭포 ⓒ오문수

그렇다. 바람은 하늘이 준 자연현상인데 인간은 바람 탓을 하며 운다. 세상에는 세파에 지쳐 우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이 만든 바람을 맞고 내 탓이 아닌 바람 탓으로 돌리며 운다. 내 탓이 아닌 남 탓을 하며 우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산장으로 돌아와 트레킹 코스를 따라 호숫가로 갔다. 골바람이 너무 세서 걸어갈 수가 없을 정도다. 또 다른 멋진 곳이 있다는 데 포기하고 돌아섰다. 이렇게 바람이 센데 굳이 끝까지 갈 필요가 있는가?

멋진 모습이 있다기에 나섰지만 골바람이 너무 세서 돌아왔다. 호수에 이는 파도를 보면 토레스 델 파이네 골바람이 얼마나 센지를 짐작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역시 바람의 땅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바람을 맞으며 트레킹 코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어디 세상사가 내 뜻대로만 되는가 ⓒ오문수
몇해전 외국인 등산객이 이곳 야영장에서 불을 피우다 초목을 태워버린 흔적이다. 불에 탄 나무들이 말라 죽어있다

황홀한 장관을 보여준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 나이가 있어 두 번 다시 못 올 것 같지만 그게 대수인가. 정 보고 싶으면 그림으로, TV로도 볼 수 있다. 내가 하늘을,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

그래! 불어라. 바람아!

 

 

 

오문수  oms114k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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