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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 5천만원 노린 '한탕주의' 이렇게 검거했다

[찾아가는 인터뷰] 단순사고로 묻힐뻔한 사건 조명한 여수해경 수사 뒷이야기... 수사팀 제갈승환 경사

  • 입력 2019.03.14 11:42
  • 수정 2019.03.14 23:04
  • 기자명 여수넷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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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금고털이범에 이어 아내 살해혐의로 17억 5천을 노린 보험사기범을 검거한 여수해경 형사계의 모습

"17억 5천만 원 아내 살해혐의 보험사기범, 7년전 현금 5,200만 원 턴 금고털이범이었다니..."

지난해 12월 31일 밤 10시 58분 여수시 남면 금오도 직포 선착장에서 차량이 바다에 추락되었다. 이 사건은 올해 초하루부터 해돋이객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며 전국뉴스를 탔다. 해돋이를 보러간 인파가 죽은 첫 사례였기 때문이었다. 이후 잠잠히 묻혀가는 듯했다. 

허탈한 주민들 "세상에 금고털이범이 또..."

여수해경은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50대 남성을 살인죄와 자동차 매몰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이 사건은 전국적인 이슈로 불거졌다. 재혼한 남편이 17억 5천이라는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타고 있던 자동차를 바다에 빠트려 살해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더 놀라운 건 이 남성은 2012년 12월 경찰관과 짜고 여수산단 우체국 금고에서 현금 5,200만 원을 턴 금고털이범으로 밝혀지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시민들은 "세상에 금고털이범이 또...."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수해경(서장 장인식) 조사에 따르면 이 남성은 범행을 모의하기 위해 일주일전 현장을 답사해 치밀한 범행을 준비했던 것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이 실마리가 풀린 건 해경의 발 빠른 언론 배포와 대응 탓이 컸다. 사건을 수상히 여긴 여수해경은 즉각 수사본부를 차리고 한 달 반에 걸쳐 이번 사건이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저지른 '살인죄와 자동차 매몰죄 혐의'로 결론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반해 피의자는 고의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중이다.

사건사고 소식이 포탈에 심심하면 오르내릴 정도로 보도량이 많은 여수해경. 이번 사건이 묻히지 않은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사건에 대한 빠른 언론대응과 보도로 많은 뉴스가 생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여수해경 최광천 공보관은 ”이곳이 여수산단과 광양만권 진입 길목이다 보니 대형 선박의 입출항이 많아 좌초, 충돌, 해양오염 사고가 많다“면서 ”여수해경은 관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나 구조와 미담사례를 신속하게 알려 여수시민을 넘어 국민들이 알게끔 빠르게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여수해경 수사팀 제갈승환(40세) 경사와 13일 나눈 수사뒷이야기다.

- 정초부터 일출을 보러간 한 부부의 단순추락 사고로 끝날 뻔했는데 해경의 끈질긴 수사로 메톤급 파장이 일었다. 어떤 점을 수상히 여겼나
“이번 사건이 접수되고 현장에서 차량을 인양후 감식해 보니 갈수록 의문이 커졌다. 보통 경사로에서 차량이 받히면 사이드를 채우고 기어를 P에 놓고 내린다. 그런데 바다에 빠진 차가 사이드도 풀려 있고 기어도 중립에 놓여 있었다. 또 조수석 창문이 7cm가량 열려 있는 점을 수상히 여겨 수사본부를 차렸다.”

- 보험사기에 포커스가 모아졌다
"피의자(남편)와 피해자(아내)의 보험 가입내역을 확인해 보니 아내 명의로 5개 보험이 단기간에 가입되어 있었다. 교제후 2달 동안에 이뤄진 거다. 사건 발생 20일전에 혼인신고가 이뤄졌고 혼인신고후 5개 보험 수익자를 피의자로 변경된 점이 눈에 띄었다.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차량을 추락하지 않았나 강한 의심이 들었다.“

- 보험은 어떻게 들어 있었나
"17억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보험금은 주로 아내 명의로 갑작스런 사고가 발생하면 받을 수 있는 '상해와 화재'로 가입되어 있었다. 사망보장 금액이 12억 5천만 원이었다. 또 남편 차량 제네시스 자동차 보험금은 5억이다. 동승자 사망시 지급되는 보험인데 보험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보통 1~2억 가입하는데 소멸성으로 이렇게 높은 액수의 보험가입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여수해경의 빠른 언론대응 '범인 검거에 큰 역할' 

발빠른 언론대응으로 많은 뉴스를 생산해 내는 여수해경 모습

-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차가 왜 추락했는지, 피해자가 섬에 입도한 시간과 추락당시 차량상태와 추락후 피의자가 주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러간 CCTV를 살펴보니 다급함이 전혀 안보였다. 피의자는 아무 일 없는 듯 사고현장을 유유히 걸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특히 섬에 입도한 내역을 보니 사고 나기 일주인 전 똑같은 현장의 동선을 둘러본 흔적이 나왔다. 금오도에 왜갔나 물어보니 금오도가 너무 좋아 여행과 해돋이를 볼겸 왔다고 진술하더라.“

- 수사팀을 소개해 달라
"수사과 형사계에서 이번 사건을 담당해 20여명이 수사에 착수했다.“

- 지금까지 수사 진행과정을 설명해 달라
"한 달반 가량 수사에 착수했다. 해경이 조사한 5개 보험에 가입된 점, 피해자와 교제중 보험 가입된 점, 현장 차량감식에서 수집된 정황과 CCTV에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검찰에 올렸고 보강 조사가 진행 중이다. 2월 27일 구속영장을 발부, 3월 6일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피의자는 현재 순천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 수사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차가 바다에 빠진 시간이 야간이었고 섬이라서 접근성이 떨어진 점을 노렸을 수도 있다. 피의자가 119에 신고했지만 경비정이 돌산해경 파출소에서 금오도 섬까지 도착한 시간은 26분 걸렸다. 현장에 CCTV가 한 대 있었지만 사고현장과 벗어나 있어 전체 장면이 담기지 않았다. 피의자가 이동하는 모습만 촬영돼 있었다. 

피의자가 진술이 번복이 어려운 점이다. 일례로 차가 바다에 빠진 건 차가 멈춘 상태에서 바람에 밀려 추락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날 기상청 바람은 차량의 반대에서 불어와 신빙성이 떨어진다. 평지에 주차되어 있는 상태에서 차가 밀렸다면 차를 밀었거나 외부 충격을 주지 않으면 바다에 빠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 CCTV에 나타난 피의자의 행동은 어떠했나
"차량이 물에 빠진 다급한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구조요청 하러가는 모습이 이상했다. 너무 한가했다. 영상을 법의학전문가에게 의뢰하니 영상전문가도 피의자가 다급한 면이 없이 유유히 걸어간다는 결과를 회신 받았다. 마치 차량이 침수되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수사하면서 의심된 부분은 어떤 것인가
"수사중 변사사건이 발생하면 보험가입 내역을 확인한다. 일반적인 사례는 단기간에 보험이 들어 있지 않고 장기간 보험이 가입되는 사례가 많다. 이번 건은 정반대였다. 단기간에 보험가입이 이뤄졌다. 암관련 보장 내용은 없다. 사망보험금이 높은 위주로 가입시켰고 만기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이 아닌 소멸성 보험위주로 들어 있다.“

- 바닷가 선착장 도선 닿는 곳의 사고가 빈번하다. 승선이후 차량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철문 설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여객선이나 도선 선착장에 출입문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안전상 설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건 맞다고 본다.“

- 2012년 12월 경찰관과 짜고 여수산단 우체국 금고에서 현금 5,200만 원을 훔쳐 징역 2년 6월을 복역한 금고털이범이었다.
"방송보도와 기사 등 언론에 잘나와 있다.“

-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상에 귀하지 않은 생명은 하나도 없다. 검찰구형을 앞두고 언론에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취재요청을 거절하다 어렵게 나왔다. 결국 보험금을 노린 사건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점을 인식시켜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끝날 때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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