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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4.9 장)날 여수 서시장 탐방

24일 휴일에 만난 여수 서시장... 전통시장 약세 나타나

  • 입력 2019.03.25 14:01
  • 수정 2019.03.25 17:21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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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엔 벌써 향긋한 쑥내음이 한창이다

오일중 4와 9로 끝나는 날이 서시장 장날이다. 여수밤바다로 유명한 종포해양공원과도 가까워 바다를 보러 온 사람들이 한번씩 들르기에도 좋다. 이제는 마트가 익숙한 사람들도 장날이면 한번씩 시장에 들러 제철나물과 식재료를 살펴본다.

봄이 오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드는 이즈음, 시장에는 벌써 쑥이 지천이다. 된장국에 넣어도 맛있고 쑥버무리를 해도 맛있다. 여린 쑥이 부드럽기 때문에 늦기 전에 캐야 한다.

여수하면 해산물을 빼놓을 수 없다. 굳이 수산시장을 찾지 않아도 어시장에 늘어선 다양한 생선들을 보면 이곳이 바닷가 도시임이 실감이 난다.

어선에서 급랭시킨 조기는 신선도가 우수하다

한 할머니가 얼린 조기를 뾰족한 도구로 하나씩 뜯어내고 있다. 일주일 혹은 열흘에 한번씩 육지로 오는 어선은 잡은 생선을 배 안에서 바로 급랭시키기 때문에 이렇게 얼어 있는 상태로 팔린다. 갈치나 병어 모두 마찬가지다. 한 손님은 장어를 사러 왔다가 허탕만 치고 돌아갔다. 일요일엔 경매를 하지 않아 생선 종류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 따 온 미역을 들어보이고 있다
만성리 바닷가에서 3일간 캐고 말린 파래

만성리 바닷가에서 3일간 썰물에 따 온 생미역과 파래를 파는 상인도 있다. 파래는 여름이면 햇볕에 녹아 없어지기 때문에 지금이 제철이다.

아직 쌀쌀한 날씨 탓에 군밤 장사도 쏠쏠하다. 언제부터 사용한 것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낡은 군밤기계는, 그러나 아무 탈 없이 잘만 돌아간다. 방금 구워 나온, 적당히 노릇노릇한 군밤을 본 행인이 슬쩍 손을 뻗어 껍질을 벗겨 입에 넣는다. 군밤 장수는 돼지감자도 함께 팔고 있다. 돼지감자를 산 손님도 자연스럽게 막 나온 군밤을 하나 집어들어 까먹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인은 돼지감자 설명에 여념이 없다.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드는 군밤기계
군밤을 사는 행인
상인들이 갓을 다듬고 있다. 손님에게 파는 게 아니라 물김치를 담가 나눠먹는다 한다

열두 시가 지나자 시장 안에 위치한 분식집과 족발집에는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중에는 대낮부터 소주를 찾는 아저씨도 있다. 분식집 밖에 걸린 솥에 팥칼국수가 한가득이다. 주인은 김이 나는 팥칼국수를 비닐봉지 가득 담아 바로 옆 가게에 배달도 한다.

다음은 김밥을 쌀 차례다. 데쳐서 간을 한 시금치와 가지런히 썬 당근과 어묵, 맛살, 단무지를 하나씩 집어 밥알을 편 김 위에 올린다. 김밥 위에 바르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가게 앞을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손님들은 음식을 포장해가기도 하고 가게에 들어가 먹기도 한다. 주인은 가게에 앉은 손님에게 따뜻한 국물을 서비스로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가지런히 포장된 떡

떡집에서도 떡을 뽑아내는 데 한창이다.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떡집을 아이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어린 딸의 성화에 떡집 앞에 멈춰선 아버지가 천원짜리 몇 장을 건네자 아이가 포장된 가래떡을 집어든다.

장날 서시장엔 유난히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서시장 안의 넓은 거리는 아이의 손을 잡고 걷기에 좋다. 마주보고 늘어선 가게 사이로 노점이 늘어서 있다. 기름냄새 솔솔 풍기는 해물전도 닭강정도 뜨끈한 국물이 일품인 잔치국수도 있다. 장을 보다 허기진 이들의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는 어딜 가든 시장상인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는 뻥튀기과자를 양손에 들고 조용히 먹고 있고 그 모습을 상인들도 흐뭇하게 바라본다.

장날을 맞아 시장에 나온 가족이 자장면을 먹고 있다

날이 좋은 탓에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부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 네 명 혹은 세 명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걷는다. 장날 온 가족이 총출동하여 시장에서 맛보는 국수 한 젓가락과 핫바는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맛을 잊지 못한 아이는 엄마 손을 잡아끌고 다시 시장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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