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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 닮은 섬에 유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횡간도 이야기] 여수와 완도 사이 작은 섬,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 입력 2019.04.01 14:26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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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횡간도 모습 ⓒ이재언

물개를 닮은 섬 제주 횡간도. 횡간도 앞에 제주를 넣은 건 횡간도가 여수와 완도에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 횡간도는 제주시에서 북서쪽으로 52km 해상에 위치하며 면적은 0.602㎢이다. 완도 보길도와 25km정도 떨어져 있어 날씨가 좋은 날이면 보길도뿐만 아니라 해남 땅끝전망대까지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추자면 대서리에 속하는 섬으로 횡간도 어원은 추자군도의 북단에 동서로 길게 뻗어 있어 엄동설한의 북풍을 막아 준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섬의 서쪽 끝과 동쪽 끝에 각각 높이 130m와 170m의 산이 솟아 있고 두 산의 안부인 중앙 남쪽 해안 부근에 횡간마을이 있다. 1851년 주민들이 입도한 것으로 전해지며 1970년대 이전까지는 멸치잡이가 성행했다. 

횡간도 마을로 가는 꼬부랑길에 유채꽃이 만발했다 ⓒ오문수
철모르는 보리수가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육지에서는 5~6월에 꽃이 피어 10월에 열매가 익는다. 그만큼 날씨가 따뜻하다는 뜻도 된다 ⓒ 오문수

많을 때는 30세대가 넘게 살았지만 현재 5가구에 7명만 살고 있다. 그나마 젊은이는 없다. 일행과 함께 부두에 배를 대고 모노레일을 따라 마을로 가는 길에 유채꽃이 노랗게 피어있다. 바다와 어우러진 꼬부랑 고갯길에 핀 유채꽃이 너무나 아름다워 길옆을 보니 철모르는 보리수가 열려있다.

깜짝 놀라 재확인하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봐도 보리수다. 크기도 어린아이 손가락 크기다. 육지에서 나는 보리수는 보통 5~6월에 흰색이나 연한 노랑꽃을 피웠다가 10월에 열매가 익는다. 보리수 열매가 열리는 시기를 육지와 비교해보면 육지보다 몇 개월 빠른 셈이다.

정감어린 돌담길을 따라 마을 중앙으로 가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김영심(68)씨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횡간도 생활이 힘들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김영심(68세)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오문수
노인들만 사는 횡간도주민들을 위해 설치한 모노레일은 구세주나 다름없다 ⓒ 이재언
학생이 없어 폐교된 추자초등학교 횡간분교 모습. 40년 동안 161명의 졸업생 중에서 4명의 초등학교 교장을 배출했다. 운동장이라야 10여평 밖에 안됐다 ⓒ 오문수

"횡간도에 살기가 어때요?"
"먹고 살기 힘들죠. 전에는 생수도 공급해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물이 안 나와서 빗물 받아먹고 살아서 짠물이 나와요. 물질을 하면서 해초채취를 하지만 오염되어서 전보다 잘 안 돼요. 우리가 이 섬을 지키고 살고 있으니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


꼬불꼬불한 마을길을 따라 산 중턱에 이르자 추자초등학교 횡간분교의 옛 건물이 남아있었다. 폐허가 되어 풀이 무성하게 자란 운동장. 운동장이라야 10여평 정도 밖에 안 된다. 교문 옆 비석에 학교 연혁이 기록되어 있었다.
      
1951년 8월 23일에 설립된 학교는 1991년 3월 1일에 문을 닫았다. 40년 동안 26회에 걸쳐 총 161명의 학생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생 중에서 4명의 초등학교 교장을 배출하기도 했다. "횡간도에 둘레길을 만들자"는 의견을 듣고 반대를 표명한 김영태 이장의 말이다. 

다음 일정이 바빠 김영태 이장 소유 트럭을 타고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일행 중에는 사진작가들도 동참했다 ⓒ 오문수
김영태 이장(왼쪽)과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 모습. 이웃집 개와 혈투를 벌이고 힘들어하는 개를 주인인 김영태씨가 쓰다듬어 주고 있다 ⓒ 오문수

 "주변 사람들이 횡간도에 둘레길을 만들자고 하는데 저는 반대합니다. 도회지 사람들이 와서 저희 섬에 도움이 되어야지 쓰레기만 버리고 가면 안 되잖아요. 제가 이 섬을 지키다 죽으면 20년 후에는 보물섬이 되지 않겠어요? 도회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 억지로 막을 수는 없어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섬을 둘러보고 추자도로 돌아가려는데 배가 멀리 떨어진 발전소 옆으로 이동해 있었다. 바닷물이 빠지는 '사리'때라 물이 빠져 일행이 처음 내렸던 부두에 더 이상 배를 매어놓지 못하고 이동한 것이다.

마을에서 발전소 인근 선착장까지는 거리가 1km쯤 떨어져 있었다. 하는 수 없어 김영태 이장의 트럭을 타고 선착장까지 가는데 이장 개가 차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따라왔다.

한참을 가는데 사단이 났다. 이웃집 할머니를 따라 나왔던 개와 대판 싸움이 났다. 영역싸움인 것이다. 한참 후 헐떡거리며 나타난 개 몸뚱이 여기저기에 물어뜯긴 흔적이 보인다. 추자도로 돌아오는 배에는 외국인 선원 둘이 일하고 있었다.      

횡간도 선착장에 선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이재언(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씨와 바쁜 중에도 일행을 안내한 황충남(추자도 이장)씨 모습 ⓒ 오문수
일행을 태운 배에는 스리랑카에서 온 젊은이 두명이 일하고 있었다. 추자도에 온지 3년째라는 그들은 "섬 생활이 괜찮다"고 대답했다 ⓒ 오문수

스리랑카에서 온 젊은 선원들이다. 추자도에 온 지 3년 됐다는 두 젊은이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엔진소리 때문에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스리랑카 수도인 콜롬보 가까운 곳이 고향이라는 그들에게 "섬에서 사는 게 괜찮냐?"고 묻자 "괜찮다"고 대답했다.

추자도 인구는 1960년대  7천명에 달했지만 작년 1800명에 불과했다. 요즈음 연간 출생율은  5명밖에 안된다. 젊은이가 떠나고 외국인 선원들이 대신하는 섬의 현실이 걱정스럽다. 남아있는 섬주민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누가 섬을 지킬까? 외국인 노동자들이? 개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혈투를 벌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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