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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봄, 세월호 5주기 추모식

  • 입력 2019.04.13 22:29
  • 수정 2019.04.14 09:48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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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에 가라 앉아 인양되지 못한 진실, 그것만이 마지막 희망"

5년 전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을 기리려고 여수에서도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3일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5주기 추모식’은 그날을 잊지 않으려는 다양한 시도들로 채워졌다.

오후 세 시, 여문청소년문회의 집 청소년운영위 소속 이은빈 학생의 추모시 낭독으로 추모식이 포문을 열었다.

"기억하고 행동하는 봄,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고 생명이 보장되는 안전한 나라의 시작을 알리는 봄입니다. 세월호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알립시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새로운 세상을 위한 '기억과 다짐 그리고 행동하는 4월"을 시작합시다."

정한수 여수연대회의 상임대표가 추모발언을 하고 있다

이어진 추모발언에는 정한수 여수연대회의 상임대표와 신성남 민주노총 여수지부 위원장,  김우현 여양고 학생이 각각 발언자로 나섰다.

정한수 상임대표는 “당시 고2였던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400명 되는 아이들이 바닷속에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칠 때 ‘가만히 있어라’며 사람들은 손놓고 있었다”며 당시의 안타까운 모습을 회상했다.

이어 정 대표는 “촛불운동으로 탄생한 문재인정권에 희망을 걸었지만 임기가 절반이 지나도 바뀌지 않고 그저 ‘잊지 않을게’만 외치고 있다. 각종 위원회는 늘어가지만 진상규명은 어느 곳에서도 이뤄지지 않는다. ‘잊지 않는 것’ 보다 누가 왜 40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물속에 수장시켰는지 사건의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그 후에 기억해도 늦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신성남 위원장이 추모발언을 하고 있다

신성남 위원장은 “시간이 흐르며 세월호 참사에 관한 기억들이 하나 둘 잊혀져감을 느낀다. 그러나 당시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청소년들은 잊을 수가 없다. 기울어가며 침몰하는 세월호를 보면서 국가의 무능함을 알았다"고 당시의 절망적인 현실에서 느낀 좌절을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가 덮으려 한 진실이 알고 싶다 아이들에게 평등하고 차별없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주고자한다면 세월호침몰의 진실만큼은 밝혀내야 한다. 이제는 특별수사로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이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오늘 참여한 시민들의 서명운동이 그 첫 걸음이다”고 희망을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YMCA청소년운영위원회 동아리 '오아시스' 소속 김우현 청소년발언자

그러나 무엇보다 시민들의 가슴에 와닿는 발언은 여양고 1학년 김우현 군의 발언이었다. 김우현 군은 YMCA청소년운영위원회 동아리 ‘오아시스’ 회원이기도 하다.

김 군은 ‘저는 아직도 4월 16일에 살고 있습니다’는 고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의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김 군은 “학생들이 사라진 채 단원고 학생들은 졸업식을 했고, 우리는 또 다시 5번째 봄을 맞았다. 우리는 지난 4년간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어느새 아픈 참사를 마음 한 구석에 넣어둔 채 잊고 살아버렸다”고 미안한 마음을 나타내며  “여전히 변한 곳 없는 이곳에 그들만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 바닷속에 가라앉아 인양되지 못했다. 우리는 진실을 알고 더 깊은 마음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싶다.  진실만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다”고 말했다.

감동적인 추모발언을 준비해 눈길을 끈 김우현 발언자

김 군은 추모발언을 준비하며 유투브와 각종 뉴스 등에 실린 희생자 부모님들의 인터뷰와 당시의 동영상을 많이 찾아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군은 재작년 세월호가 인양된 목포 신항에 다녀오기도 했다. 김 군은 “그곳(목포 신항)에서 전원 구조라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을 가족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생각해봤다. 사랑하는 가족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유가족들의 마음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고 그날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추모발언이 끝나고 나서는 열린교회 오케스트라 '열린패밀리앙상블' 의 ‘그날이 오면’ 과 ‘천개의 바람이 되어’ 공연이 이어졌다.

열린교회 오케스트라

추모제에는 시민들이 세월호를 기억하도록 추모영상을 상영하는 한편 종이배를 접어 전시하고 세월호 리본을 나눠주거나 뱃지를 판매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동원됐다.

학생들은 추모 플래시몹 공연과 사진과 설명을 함께 참사 과정을 되짚으며 의문을 되짚은 사진전 등을 준비하여 시민들의 이해를 도왔다. 

희생자를 애도하며 침묵의 시간을 갖고 있다
침묵의 플래시몹

추모제를 마무리하며 사회를 맡은 정은주 학생은 세월호 참사의 재조사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은주 학생은 “세월호 CCTV 전환장치의 조작은폐 진모가 드러난만큼 검찰의 강제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건” 이라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수사요점을 넘어서는 검찰의 전면재수사만이 범죄사실과 책임을 밝혀낼 수 있다. 여러분의 가족의 안전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함께 동참해주시기 바란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박성주 ‘청소년터전’ 정책국장도 “세월호 참사 이후 소방청 독립 등 우리나라 구조시스템의 부재를 개선하는 작업이 시작됐다”며 “이제부터는 생명 존엄과 안전에 대해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그는 “그동안 묻혀 있던 세월호참사 진실이 이번 촛불정권에서 밝혀지길 희망한다. 2기 세월호참사 특조위가 진실을 밝혀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추모제는 세월호참사 5주기 여수시민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여수시민단체연대회의, 여수진보연대가 주관했다.

세월호 선체에 관한 5가지 의혹을 설명하는 플랜카드
세월호 참사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진실을 알기 위한 국민들의 투쟁 과정을 담은 사진전
완성된 종이배에 세월호 진상규명의 바라는 문구를 적고 있다
노란종이에 단원고 희생자들에게 전하고픈 말을 적었다
이순신광장에 준비된 대형리본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기념품을 구입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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