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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그대에게 묻는다

지금부터는 꿈을 꾸지 말자

  • 입력 2019.04.24 14:54
  • 수정 2019.04.24 15:04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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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달궁계곡 Ⓒ김자윤

하루가 그대에게 묻는다.

오늘은 하루에 대하여 말하고 싶다. 지금부터는 하루만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 하루가 지나가야만 내일이 오기 때문이다. 

우린 어릴 때부터 꿈을 꾸라는 말을 수 없이 듣고 자랐다. 꿈이 있어야 희망이 있고 희망이 있어야 미래가 있다는 말이 타당한 듯싶다.

문제는 꿈의 내용이다. 과연 기성세대가 신세대에게 원하는 그 꿈은 어떤 꿈일까? 

정말 그 꿈이 이루어지면 진짜 행복의 꿀단지에서 꿀만 먹고 살 수 있을까? 기성세대가 말한 꿈은 좋은 직업일 가능성이 높다. 그 직업을 향해 나가는 것이 바로 꿈이다.

직업과 꿈은 확연히 다르다. 꿈은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상상하며 한발 한발 나가는 과정이요, 직업은 먹고 살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업(業)이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향하기도 전에 업으로 향하는 문턱으로 안내를 받는다. 그 업이 바로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등등 사(士)와 관련 있는 전문업들이다.

기성세대는 그래야만 신세대가 행복할 수 있다는 정의를 내린다. 더 나가 문서화한다. 누가 그런 결론을 내렸는가? 바로 전통이요 앞 세대였다. 그 시절에는 그게 모범답이었다. 그분들이 그 답을 찾아 나섰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분들의 삶의 정의를 재해석하고 싶다.

지금은 하루를 살아야 할 시기이다. 새로운 문을 열어 자존(自尊)있는 삶을 살 수 있는 토양을 깔아야 한다. 기필코나 반드시 같은 부사는 버려야 한다.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기필코와 반드시가 꿈이라면 동의하겠지만 직업이라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꿈과 직업을 혼동하지 말자. 제발 이 직업만 이루면 행복할거라는 권위적인 언어에 굴종하지 말자. 우린 모두가 전인미답(全人未踏)의 길을 걷고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말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아이와 학생 그리고 부모 역할을 해볼 것이다. 처음으로 이모와 고모 그리고 할머니 역할을 해 볼 것이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혹 모범 답이 있다고 선언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 논리이다.

잠시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읽어보자.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이 시는 많은 사람들의 삶의 여정을 함축하고 있다. 그 누구도 그냥 공짜로 삶을 완성하지 않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야한다. 최선을 다해야 차선책을 엿볼 수 있고 차선책이 보여야 꿈과 직업에 성큼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태풍과 천둥 그리고 벼락과 마주하며 지금을 찬양 해야 하고 무서리, 땡볕, 초승달과 함께 동행 하며 여기를 노래해야 한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밤은 책이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 무슨 의미일까? '삶은 하루살이다'라는 의미이다. 그 하루하루가 모여 내일 그리고 모레가 된다는 의미이다. 

하루를 살면서 고통과 행복을 만끽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바로 이것이 살아있다는 반증이다. 그랬을 때 그 고통과 행복의 어디쯤에 꿈이 있을 것이며 그 꿈 너머에 직업이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꿈을 꾸지 말자. 하루하루만 살자. 다만 그 하루하루의 숨결에는 꿈을 향안 거친 호흡이 있어야 한다. 그 호흡이 거칠어 목구멍을 죄어 올 때 고맙다는 말을 연발해야 한다. 그 마음 자세가 꿈을 찾는 과정이요 자아를 재생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너에게 묻는다. 내일보다는 오늘을 살고 미래보다는 지금을 살 수 있겠냐고. 그 오늘과 지금도 꽃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났다가 꽃잎을 휘날리며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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