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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지려니 아쉬워요”

  • 입력 2012.08.13 17:32
  • 기자명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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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93일간의 열정, 여수세계박람회를 만든 숨은 주인공들
여수세계박람회가 끝났습니다. 8월 12일 오전 8시 16분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찾은 입장객수가 800만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5월 12일, 개막을 선언한 여수세계박람회가 8월 12일 밤 페르디난드 나기 BIE의장 축사로 93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습니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박람회는 그동안 해양의 중요성을 잊고 있었던 인류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박람회를 통해 사람들은 더욱 건강한 바다와 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지요.
여수세계박람회에 대한 평가는 잠시 미루렵니다. 단, 93일간 박람회를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움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만났습니다. 박람회장을 찾으면 가장 먼저 출입구에서 환한 웃음으로 관람객 맞이해준 도우미가 생각납니다.
또, 해양을 주제로 한 박람회 때문인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던 해양경찰도 만났습니다. 아쉬운 점은 기사를 통해 소개하지 못한 분들이 참 많다는 겁니다. 모든 분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욕심입니다. 시간과 지면이 허락되면 박람회 이후에도 그들의 기억을 기록하겠습니다.


"시원하고 섭섭하다" 그리고 "사람들과 헤어지는 일 아쉽다"
지난 11일 오전, 엑스포 제3문 도우미 안내팀장 강수연(31)씨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전라남도 광주에서 박람회를 위해 달려왔습니다. 폐막소감을 물었습니다. 간단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시원하고 섭섭하다"고 말합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했더군요.
하지만 국제적인 행사에 작지만 힘을 보태고 있다는 자긍심이 폐막일까지 버티게 만들었답니다. 아쉬운 점을 물었더니, "도우미 맡으면서 일끝나면 바로 잤기 때문에 박람회 구경도 제대로 못했고 여수 구경도 충분히 못했다"고 말합니다. 박람회 끝나면 여수를 다시 찾아 여유 있게 즐기겠답니다.
엑스포장 파출소는 붐비지 않았을까요? 한산하면 좋을 곳입니다. 전남지방경찰청 경찰관기동대 허남열(27) 경장을 만났습니다. 93일간 파출소는 한가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아쉽게도 쉴 틈이 없었답니다. 하지만 "큰 사건, 사고 없이 박람회가 마무리 돼서 다행"이랍니다.
특히, "길 잃은 미아나 노인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족 품에 데려다 준 일이 보람 있었고 단체 관람객 중 꼭 한, 두 명이 길을 잃었는데 모두 무사히 귀가시켰다"고 기억을 더듬습니다. 안전 박람회를 위해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닌 보람이 있군요.
길을 걷다 무전기를 양 주머니에 걸치고 있는 귀여운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안전보안팀 이정은(21)씨입니다. 경북 대구과학대 2학년에 다니고 있답니다. 박람회 폐막에 대한 소감을 물으니 무엇보다 "함께 지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일이 아쉽다"고 말합니다. 그럼,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뭘까요?
돌아온 답은 "회식 하는 날"이었습니다. 또, "쉬는 날 박람회장을 둘러보는 일도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관람객 안내를 맡다보니 박람회장 지리를 잘 알게 됐고 어느 곳에 재밌는 행사가 열리는지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라네요. 박람회장에서 이분 뒤를 쫓아 다녔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재밌는 공연 놓치지 않으려고 급하게 달려가다 넘어지셨나요? 걱정 마세요. 박람회장에 있는 중앙의료센터로 가시면 됩니다. 이곳, 굳이 구경하러 찾을 곳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다치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죠. 중앙의료센터 총괄팀장 박재성(26)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보건위생과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박람회 폐막 소감을 이렇게 전합니다. "좀 더 잘할 걸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박람회장에 4개의 의료실을 운영했는데 대체로 환자 만족도가 70% 정도 된다"며 "더 노력해서 만족도를 끌어 올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합니다.
덧붙여 "박람회장 찾은 환자들이 센터 찾는데 애를 먹은 듯하다. 안내가 부족했다"며 "진료는 친절했고 시설도 의료기관은 아니지만 대체로 만족해했다"고 환자들 말을 대신 전해줍니다.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그곳 사람들이지만 환한 웃음을 잃지 않고 있더군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 "천당과 지옥 오갔다"
중앙의료센터 문을 밀고 나오니 거대한 구조물이 보입니다. 박람회장에서 가장 인기를 끈 빅-오(Big-O) 해상무대가 저 멀리 보입니다. 빅오 사업단 김홍주(53) 시설과장을 만났습니다. 그의 첫 마디는 강력합니다. 그는 공연을 하면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어 그는 "관람객인 많이 와서 환호성 지를 때는 천당에 있는 기분이었지만 3D 무빙라이트(움직이는 3방향 조명) 한, 두개가 기계적인 결함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환불소동 벌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고 아슬아슬한 순간을 전합니다. 화려한 불빛에 그 사실을 몰랐는데 고장도 있었군요.
덧붙여 그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공연이 끝나야 오늘 하루를 마쳤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세계 최초의 ‘뉴미디어 쇼‘를 우리 팀이 해냈다는 자부심이 남는다"고 폐막에 대한 소감을 말합니다.
여수세계박람회는 ‘해양‘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각종 무대도 대부분 바다위에 세웠죠. 때문에 가장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해양경찰입니다. 해양을 주제로 한 박람회장에서 해양사고가 생기면 말이 안 되잖아요? 때문인지 박람회장 밖 해양경찰 부두에서 만난 정호준(37) 경장은 말합니다.
"박람회 종사자들은 누구나 같은 마음이었겠죠. 무엇보다 안전사고가 없어서 기쁩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해양경찰은 두 배의 책임을 진듯합니다. 바다가 주제였기 때문이죠. 행사 잘 끝나서 기쁩니다. 해양경찰 파이팅!" 더운 여름 해수욕장에서 안전을 지켜줬듯 박람회장 안전도 끝까지 책임져줬습니다.
씩씩한 한마디를 듣고 길을 걷다 보니 폐막일을 하루 앞둔 그날도 문전성시를 이룬 곳이 있더군요. 박람회 전시관중 관람객을 가장 많이 끌어 모은 곳입니다. 도대체 관람객이 몇 명이나 이곳을 찾았을까요? 조직위 공식집계를 들여다보니, 250만 명이 아쿠아리움을 찾았습니다. 입이 떡 벌어집니다.
이곳, 인기 전시관답게 박람회 폐막 후에도 문 엽니다. 김재성(25)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매니저를 만났습니다. 그는 "박람회 개장부터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와 힘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사고 걱정도 컸다. 자원봉사자와 운영요원들이 잘 대처해 행사가 잘 마무리됐다"며 기뻐했습니다.
이어, 그는 "박람회 폐막 곧바로 재개장하는데 박람회 때 보여주지 못한 수중발레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 준비했다"며 많은 기대와 관람을 요청했습니다. 박람회 폐막 후 아쿠아리움 찾아가면 긴 줄은 없겠지요? 실은 아쿠아리움 구경하려고 아침부터 줄 섰던 기억이 강력하게 남아 있거든요.
박람회장 걷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드넓은 박람회장을 걸어 다닙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조그마한 차를 몰고 신나게 돌아다닙니다. 넓은 박람회장 차 몰고 다니니 편할까요? 박람회장 환경미화관리를 맡은 임다윗(26)씨를 만났습니다.
작은 차에 쓰레기를 싣던 그가 대뜸 한마디 던집니다. "깨끗한 박람회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지만 열심히 뛰었습니다. 오전 6시 50분 출근해서 오후 3시 30분 퇴근합니다. 또 다른 조는 3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3시 30분까지 일했죠"라며 대단한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이 사람에게 런던올림픽 봤냐고 물었다가 구박만 받았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당연히 올림픽 못 봤죠. 숙소에 들어가면 그대로 쓰러집니다. 피곤한데 올림픽이 귀에 들어오나요. 다음날 인터넷 통해 결과만 봤다"고 대답합니다. 여수에 살고 있다는 젊은 청년에게 박수만 열심히 쳐주고 돌아섰습니다.


박람회 기간 더 길었으면... 몸무게 4kg이나 늘었어요.
시간은 벌써 점심시간을 지났습니다. 배에서 열심히 일한 대가를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그때 코끝을 끌어당기는 매혹적인 냄새가 납니다. 향기로운 냄새를 쫓아 간 그곳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온 아미르씨(29)가 있더군요. 세계3대요리에 속하는 ‘터키 이스탄불 케밥‘을 열심히 싸고 있는 그를 만났습니다.
박람회 폐막에 대한 소감을 물었습니다. 의미 있는 말을 던져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간단합니다. 그는 "박람회 기간이 너무 짧다.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더 많은 음식을 팔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합니다. 이어 "다시 터키로 돌아간다. 하지만 박람회 기간 동안 괜찮게 팔았다"며 기뻐했습니다.
박람회장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기업들이 자사 홍보를 위해 만든 기업관입니다. 이곳도 관람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최첨단을 달리는 다양한 전시물을 선보였습니다. 그중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만든 전시관을 찾았습니다.
단아한 복장을 한 황진아(26)씨를 만났습니다. 폐막 하루 앞둔 시점이지만 여전히 전시관은 북새통입니다. 안내하느라 정신없는 황 씨에게 인상적인 기억을 물었습니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살이 4kg이나 늘었다"고 대답합니다. 7시간동안 서 있으면 몸이 힘들만도 한데 도리어 몸무게가 늘었다네요.
그 이유를 물었더니, "관람객들이 고생한다며 준 음식과 음료수를 너무 많이 얻어먹었다"며 고통 아닌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늘어난 체중 줄이려면 고생좀 해야겠군요. 살찐(?) 아가씨를 뒤로하고 2015년 박람회를 준비하는 이탈리아 관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이혜민(29)씨를 만났습니다.
2015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박람회가 열립니다. 이혜민씨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살고 있는데 밀라노 박람회 홍보를 위해 여수에 왔답니다. 여수세계박람회 홍보요원으로 일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합니다.
또, "고풍스런 분위기와 현대적인 모습을 갖춘 밀라노에 꼭 찾아오라"고 전합니다. 특히, "2015년 밀라노 박람회에 오시면 세계 여러 나라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밀라노는 패션의 도시로 유명한데 음식 맛도 좋은가 봅니다.
끝으로 박람회 준비한 여수 지자체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수 관에서 관람객 안내에 한창인 이한올(23)씨를 만났습니다. 중국 유학중인 이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박람회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BIE 실시단이 여수 오면 환영 깃발 들고 팔 아프도록 흔들었던 기억이 뚜렷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대도 많았고 오래도록 기다렸던 행사였기에 기꺼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며 "고향에서 치른 큰 행사에 함께 하게 돼서 보람 있었다"고 박람회 폐막 소감을 전했습니다. 93일간 숨차게 달려온 여수세계박람회가 끝났습니다.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여수,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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