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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등정, 열대기후부터 극지까지 체험

  • 입력 2012.08.17 12:54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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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대장과 함께하는 킬리만자로 여행기3] 자연의 황홀경에 취하다

6천미터에 가까운 킬리만자로 등정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기후를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생태계의 식생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덤으로 따라오는 행운이다.

적도 남쪽 330㎞에 위치한 킬리만자로는 긴축이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80㎞에 이르고,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50㎞의 폭을 가진 아프리카 최고봉으로 탄자니아 북쪽에서 케냐와 국경이 맞닿아 있다.

키보(5895m), 마웬지(5149m), 시라(3962m)의 세 높은 봉우리를 가진 킬리만자로는 경작지(0~1800m), 삼림지대(1800~2800m), 잡초지(2800~4000m), 황무지(4000~5000m), 극지(5000m~)의 5개 식생으로 나눌 수 있다.



경작지는 원래 덤불지대였으나 지금은 농장이 되었다. 삼림지대에서는 열대우림의 울창한 수목을 구경할 수 있다. 잡초지에는 작은 관목이 자라며, 황무지에는 용암이 부서진 작은 돌들이 굴러다니고 밤에는 영하로, 낮에는 영상 40도까지 오르기도 한다. 5천 미터 이상의 극지에는 빙하와 만년설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킬리만자로 산의 빙원(氷原)은 1912년에 비해 82% 가량 감소했으며, 빙하는 1962년에 비해 55%가 사라졌다. 키보는 사철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고, 마웬지에도 반영구적인 빙하 지역들이 있지만, 15년 뒤에는 킬리만자로 산의 빙원 전체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1년 연구에 따르면 식물 2500종이 킬리만자로 산에 서식하는데, 그중 1600종이 남쪽 산비탈에, 900종이 삼림 지대 안에 서식한다. 국립공원에 일부 속하는 산림 지대를 포함해 킬리만자로 산 전체에는 영장류 7종, 육식동물 25종, 영양 25종, 박쥐 24종 등 포유류 140종(87종이 숲에 서식)을 비롯하여 매우 다양한 생물 종이 살고 있다.


스와힐리어에서 온 킬리만자로의 이름은 ‘빛의 산‘ 혹은 ‘하얀 산‘이란 뜻이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 엘리어스가 전해준 의미는 ‘킬리마 -산, 자로- 물의 원천‘의 뜻으로 ‘물의 원천인 산‘이란 뜻이다. 현재 킬리만자로는 탄자니아와 케냐의 주요한 수자원 공급처이다. 그러나 정상부에 있는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있어 세계인들에게 지구온난화에 대한 또 하나의 경고를 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발아래 펼쳐지는 구름... 하얀 눈 뒤집어 쓴 정상

컴컴한 밤에 3천 미터를 오르느라 휘청거렸던 다리가 자고 나니 풀렸다. 간밤에 얇은 침낭 속에서 발이시려 잠이 깊이 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숨 잤다고 컨디션이 회복됐다. 자고 일어났던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에 텐트다. 마차메루트는 출발지에서부터 하산할 때까지 모두 텐트에서 잠을 자야한다.

걱정은 용변이었지만 가이드가 가르쳐준 화장실은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푸세식 화장실이다. 그마저도 없어 나무 밑에서 용변을 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사라졌다. 식사를 하라는 소리를 듣고 텐트에 들어가니 30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만큼 크다. 3중으로 빙둘러 놓은 의자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제야 포터들이 그 무거운 의자며 갖가지 짐들을 메고 75명이나 따라왔는지가 이해됐다. 힘들고 추운 이때 난장에서 밥을 먹으면 어떻게 저 높은 산을 오를 것인가. 포터들 중에는 가이드와 요리사, 각자의 텐트를 담당하는 요원들. 고산병에 시달려 뒤처지는 등산객들의 배낭을 대신 짊어지고 끝까지 안내하는 특별요원. 중간 보스 등의 다양한 직책에 따라 품삯과 일의 용도가 달랐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엄홍길 대장 앞에서 점호를 하고 주의사항을 들었다.

"여러분 산에서는 솔직해야 합니다. 옆 사람이 미안하다고 몸 아픈 것을 숨기고 있다가 중간에서 낙오하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아프면 미리미리 신고하세요."



엄대장이 모두를 불러 모아 등산용 스틱을 가운데 맞대고 선창하고 일행이 따라했다. "우리는 하나다. 도전 킬리만자로!" 3천 미터를 지나니 관목 숲지대가 나온다. 열대우림지역에서 그렇게 많이 보아왔던 나무이끼들이 말라붙어 허연 수염이 됐다.

올라갈수록 숨은 가빠오는데 나무가 작아지니 주위 경치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발아래 하얀 구름이 펼쳐지고 구름보다 위에 사는 관목숲이 장관을 이루며 펼쳐진다. 저 멀리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정상이 햇빛에 반짝인다. 황홀경이다.



제2캠프인 시라캠프로 가는 길은 키보 분화구에서 뻗어 나온 분화구 능선을 따라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높이 3658m의 능선에서 점심을 먹고 키보 분화구를 보며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경사면을 따라 간다. 에버래스팅(everlasting)이라 불리는 꽃들이 만발하고 유럽퍼(Europer)라 불리는 노란 꽃들이 등산객들의 발길을 가볍게 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황홀경에 빠진 채 등산을 계속하던 일행을 괴롭히는 건 고산병. 한 두명씩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힘이 없어 자꾸 뒤처지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토하며 힘없이 발을 질질 끌고 뒤따라오는 사람이 증가함에 따라 동료들 사이에서 서서히 두려움이 나기 시작한다. 고산병에는 장사가 없다는 데 어떡하나!


선두와 후미의 차이가 계속 벌어지기 시작하지만 마음뿐이지 도와줄 방법이 없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일행은 각자에게 고산병이 오지 않기를 빌며 억지로 물을 마신다. 고산병에 특효약은 하루에 물을 3~5리터 마셔 피속에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고 엄대장이 누누이 강조했기 때문이다.

한 시간쯤 달려가면 금방 오를 것 같이 가까이 보이는 정상이 바로 코앞인데 몸 가누기가 힘들다. 자연은 정복하려는 사람한테는 쉽게 허락하지 않는가 보다. 그래 자연의 뜻에 몸을 맡기자!

관련기사 : 검은 대륙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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