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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에 ‘못질‘을... 대체 누구 짓입니까?

  • 입력 2012.09.13 18:27
  • 기자명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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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434호‘ 증도에 암벽등반용 볼트 13개 박혀
전남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 증도는 천연기념물 제434호입니다. 그 섬에 암벽등반용 볼트가 박혀 있습니다. 지난 6일 오후, 아름다운 섬 증도를 찾았습니다. 푸른 바다와 맞닿은 섬 절벽을 자세히 보니 암벽등반용 볼트가 박혀 있습니다. 높은 절벽 중간쯤에 ‘U자‘ 형태와 ‘마름모꼴‘ 형태로 쇠사슬이 묶여 있습니다.
높은 곳에 있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수를 헤아리니 13개나 됩니다. 자세히 살피면 또 있겠지요. 아름다운 절벽에 누가 이런 못된 짓을 했을까요? 누군가 해안절벽을 오르려고 천연기념물을 훼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여수시는 그동안 천연기념물에 볼트가 박힌 사실을 몰랐습니다.
‘증도‘는 작은 섬입니다. 시루섬이라고도 불리는데 참 아름다운 섬이죠. 사람 옆모습을 닮은 ‘얼굴바위‘가 있고 거북이가 고개를 쳐들고 있는 형상의 ‘거북바위‘도 있습니다. 이곳에 발 디뎌 본 사람은 기이한 바위와 주변 경치에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A건축, 문화재보호구역에서 해벽 등반대회 열어
증도가 소중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이 섬은 지난 2003년 2월 4일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됐습니다. 문화재명은 ‘여수 낭도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 및 퇴적층‘입니다. 증도를 포함해서 인근 낭도, 사도, 추도, 목도, 적금도에는 3546점의 공룡발자국이 분포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84미터 초식공룡 조각류가 걸어간 흔적도 있습니다. 또 교과서에 나오는 퇴적구조가 풍부해서 공룡이 살던 당시 환경을 연구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특히 이 섬은 탄소연대측정 결과 백악기 최후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라서 공룡 멸종 연구에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보존 가치가 매우 높고 경치 또한 아름다워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된 이 섬을 누가 훼손했을까요? 천연기념물을 망친 사람을 찾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2010년 6월 9일 증도에서 해안 절벽 등반대회가 열렸더군요.







대회는 여수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A건축이 열었습니다. A건축은 여수세계박람회 지원시설을 만든다며 이 섬 주변을 개발하기로 시와 약속한 사람들입니다. A건축 사장은 지역 신문과 인터뷰에서 대회 개최 목적을 밝혔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여수세계박람회 성공개최를 위한 홍보와 전국적인 이목을 집중하기 위해 해벽등반대회를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산악인들의 큰 관심과 모래섬을 찾은 관광객들의 호응에 감명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섬을 아름답게 개발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천연기념물을 타고 올랐군요.
이들은 행사를 마치고 멋진 사진도 찍었습니다. 또, A건축 사장은 "해안 절벽 등반대회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등반대회 이후 시가 행사 개최 사실을 알았습니다. 시는 부랴부랴 그들에게 암벽에 박아놓은 볼트를 치우게 하고 다음 행사도 막았답니다.
천연기념물을 대상으로 암벽등반대회를 개최한 A건축도 대단하지만 그 행사에서 암벽 오르는 길을 개척한 사람이 더 신기합니다. B등산학교 교장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블로그에 "중앙 바위 좌측으로 25개의 코스가 완성되어 있다"며 "현재는 상단에 쌍볼트가 세 개 설치 되어 있습니다"라고 적어 놓았더군요.





"천연기념물에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지난 8월 23일, 대회를 개최한 A건축 사장과 통화했습니다. 그는 "대회는 A건축이 후원한 게 아니다"며 "행사를 한다기에 환영 현수막을 걸어 줬을 뿐"이라고 행사 개최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통화 말미에 "당시 볼트를 우리가 모두 제거했다"며 "시로부터 허가받은 행사는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또, 같은 날 암벽등반 코스를 개척한 B등산학교 교장과도 통화했습니다. 그는 "암벽 등반 인구는 늘어나는데 등반할 공간이 부족하다"며 "국립공원에도 등반 코스를 개척한 곳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정부가 너무 규제만 한다"며 "증도는 문화재보호구역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볼트도 직접 박은 것인지 더 물어보려 했지만, 그 뒤로 B등산학교 교장과 통화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암벽 등반 전문가 C씨에게 증도 절벽에 등반용 볼트가 박혀 있다는 사실과 2년 전 그곳에서 등반대회가 열렸다는 사실을 말하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는 "천연 암벽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자체도 문제인데 천연기념물에다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최근에는 등반 흔적을 남기지 않는 클린(Clean) 등반이 대세"라고 말했습니다.





문화재보호법은 천연기념물을 훼손한 자를 엄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법 제99조를 보니, 지정문화재나 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답니다.
2년 전 A건축은 ‘천연기념물‘ 증도에서 등반대회를 열었고, 누군가 암벽을 타기 위해 천연기념물 바위에 볼트를 박았습니다. 그 후, 시는 A건축이 볼트를 제거했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시가 천연기념물을 잘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래서 시는 천연기념물 제434호 증도에 암벽등반용 볼트를 박은 사람을 찾아 나섰습니다. 여수시 문화예술과 정수만 팀장은 "현재 (볼트 제거 문제와 관련해) 문화재청과 협의 중이며 천연기념물을 훼손한 사람을 찾아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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