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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 대장과 계룡산에 가다

  • 입력 2012.10.23 11:02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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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토), 지난 여름 엄홍길대장과 함께 킬리만자로 등정에 나섰던 일행이 다시 모여 계룡산 산행에 나섰다. 산행에 참가한 인원은 킬리만자로 팀의 절반. 사업과 각종 행사로 바쁜 분들이 많아 동참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연락이 왔다.

올 가을 들어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를 들어서인지 바람이 차다. 아름다운 계룡산 여기저기에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했지만 절정은 아니다. 오히려 등산객들이 입고 온 등산복이 더 화려하다. 동학사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하고 인파가 넘쳐난다. "도전! 킬리만자로"를 외쳤던 일행은 엄 대장의 선창으로 "도전! 계룡산"을 외치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3개의 천년 사찰과 풍수지리학상 길지인 계룡산

계룡산 국립공원은 1967년 12월 31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행정구역상 공주시, 계룡시, 대전광역시, 논산시의 4개시에 위치한 계룡산은 동학사, 갑사, 신원사의 3개 사찰이 있고 국보 2점과 보물 10점이 있다. 세 사찰은 창건된 지 천년이 넘었다.


닭벼슬을 쓴 용의 형상과 같다하여 계룡이라는 이름이 붙은 계룡산은 예부터 풍수지리상 길지로 산태극수태극(山太極水太極) 문양으로 펼쳐있다고 해서 매우 신성시 되고 있다. 산태극수태극이란 풍수지리에서 산줄기와 물이 휘둥그스름하게 굽이져 태극 모양을 이루는 형세를 말한다.

동학사에서 남매탑으로 가는 등산로에는 사람들로 넘쳐나 속도가 늦은 앞사람을 추월할 수가 없다. 뒤따라오던 한 초등학생이 엄마와 대화를 한다. "엄마, 산에 오니까 너무 좋아!" 계룡산은 처음이라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에게 뭐가 좋은지를 물었다.

"산에 오니까 공기도 좋고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아요."


올라가는 길 중간 중간에는 "힘들어 못 올라가겠다"며 쉬고 있는 아가씨들이 보인다. 속으로 웃음이 났다. 킬리만자로를 다녀오기 전에는 나도 저랬는데 단련이 되어서 그런가? 아니면 높은 산을 정복한 후의 자신감일까?를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좀 더 젊어서 킬리만자로를 올랐더라면 훨씬 더 자신감을 갖고 살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등산에 열중하는 동안 드디어 남매탑이다. 탑주변과 상원암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어떤 기업에서 단체로 등산한 것 같기도 하지만 무지하게 많은 사람들을 보며 정말 좋은 계절에 좋은 산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슬픈 그러나 수행의 도를 전한 남매탑

7층과 5층으로 된 남매탑 바로 아래에는 상원암이 있다. 벽에는 ‘고3 수능시험(100일) 기도접수‘라는 글귀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벌써 대입시험이 가까워 졌나 보다. 수험생을 둔 부모는 또 애가 타겠지.

커다란 글귀 아래에는 ‘병고쾌차, 결혼성취, 사업번창, 임신기원, 승진, 소원성취, 가족건강‘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기쁨과 슬픔, 희로애락이 자리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해 절대자에게 의지하는 약한 존재가 인간이다.


백제식 석탑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남매탑은 원래 ‘청량사(淸凉寺)‘라는 글이 새겨진 막새기와가 발견된 절터이다. 7층 석탑(보물 제 1285호)의 기단부는 2개의 돌로 되어있고 우주(隅柱)는 다른 돌로 만들어졌다. 7층 중에서 1층의 몸돌이 다른 층보다 길며 직사각형의 감실(龕室)이 있고 2, 3, 4층은 중건할 때 보수된 것으로 보인다.

지붕돌 끝은 약간 치켜 올라갔는데 지붕의 윗부분은 비교적 가파르게 경사져 있다. 7층의 지붕돌 층급받침을 제외하면 모두 2단의 층급받침을 하고 있다. 남매탑은 1950년대에 무너진 것을 1961년에 복원했다. 남매탑에는 수행의 도를 보여주는 전설이 있다.

‘통일신라 시대 한 스님이 동굴을 파고 수도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호랑이 한 마리가 울부짖으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스님이 입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큰 가시 하나가 목구멍에 걸려 있어 뽑아주었더니 며칠 뒤에 한 아리따운 처녀를 등에 업고와 내려주고 갔다. 호랑이가 은공을 갚은 것이다.

수도승으로 남녀의 연을 맺을 수 없는 스님은 눈 싸이고 날씨도 추운 겨울이 지나자 처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 처녀의 부모는 다른 곳으로 시집보낼 수도 없고 인연이 그리하니 부부의 예를 갖추어 주기를 바랐다. 처녀는 혼인을 치른 첫날밤 호랑이에게 물려 여기까지 왔다고 스님에게 말해 주었기 때문이다.

스님은 고심 끝에 그 처녀와 남매의 의를 맺고 비구와 비구니로 불도에 힘쓰다 한 날 한 실에 열반에 들었다. 남매탑은 두 스님의 사리를 모신 탑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엄홍길 대장의 트레이드마크는 ‘행운의 모자‘

엄홍길 대장은 등산하는 내내 사람들로 시달렸다. 그를 알아보는 등산객들이 여기저기서 "엄홍길이다! 엄대장이다! 엄대장 모자다!"를 외치며 사인과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며 언제나 웃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엄홍길씨에게 모자에 무슨 사연이 있는 가를 물었다. "사연이 있다"며 그가 들려준 얘기다.

카자흐스탄에는 산악영웅 데니스 우룹코가 있다. 그는 히말라야의 8천미터급 14좌를 무산소로 등정한 인물이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그에게 천산산맥(7439m) 운영권을 주었고 그는 국제캠프를 운영하며 등반가들을 모객하고 있었다.



초대받은 엄홍길 대장도 등반에 나섰다. 빙하위에 설치해 헬리콥터를 타고 가야만 하는 베이스캠프에는 덩치 좋고 거만한 매니저가 멋진 모자를 쓰고 있었다. 욕심이 난 엄 대장은 "너 그 모자 선물로 주면 안 되겠니? 아니면 돈 주고 살 테니 달러로 얼마면 되냐?"고 물었지만 "사냥하러 갈 때마다 쓰는 모자로 내가 굉장히 아끼는 것이니 돈도 필요 없다"고 매몰차게 거절했다.

등반에 참가한 팀들은 매번 실패를 계속했고 과연 어느 팀이 성공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 친구에게 "내가 정상에 갔다 오겠다"고 하자 매니저는 엄 대장을 우습게보고 비웃었다. 캠프는 경사가 너무 심해 텐트를 칠 수 없어 눈에 구멍을 파 설동을 만들었다.

오른쪽과 왼쪽 두 굴 사이는 20m로 엄대장은 오른쪽 굴을 선택해 매트리스를 깔고 자려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서 밖으로 튀어나갔다. 당시 왼쪽굴이 무너져 3명이 죽고 여러명의 부상자가 생겨 헬리콥터로 부상자를 수송했다.


포기를 고려했던 엄 대장은 하루 정도 견디다 다시 등정에 나서 정상도전에 성공했다. 무전기로 베이스캠프에 "정상이다. 성공했다"를 외친 후 매니저한테 말했다.

"야! 임마. 내가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베이스캠프에 내려가 내가 오늘 한턱 쏠 테니 파티 준비를 해 놓아라고 했더니 너 대단하긴 대단한데 네가 어떻게 하루 만에 내려올 수 있냐며 무시하길래 어쨌든 오늘 내려간다고 약속을 했죠."


보통은 1박2일이 걸리는 하산 길을 내려오는데 후배는 중간에서 포기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자 밤 9시쯤 도착하니 베이스캠프에 있는 대원들과 매니저는 자고 있었다. 설마 내려올까 생각도 못하고 잠자고 있던 매니저를 깨워 파티를 벌이던 중 내기가 벌어졌다.

"너 유도할 줄 아느냐?"며 유도시합을 요청해 유도 시합이 벌어졌다. 엄 대장은 덩치도 크고 키도 그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그 친구를 한방에 넘어뜨렸다. 힘으로는 당할 수 없는 것을 안 엄 대장은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했다. 엄대장은 유도를 배웠기 때문이다.

분한 매니저는 다시 한 번 하자며 재도전을 했고 세 번째 도전해오는 그 친구를 하체를 들어 눈 속에 파묻어 버렸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는 다음날 아침에 찾아와 "당신 정말로 존경한다. 대단한 분이다"며 자신이 아끼는 모자를 씌워주었다.

절중의 으뜸이라는 갑사(甲寺)

갑사는 절중의 으뜸이라 하여 갑사라고 이름 지어졌고 중창을 거듭해 신라화엄의 종찰이 되었다. 계룡산 서쪽에 위치한 이절은 백제 구이신왕 원년(120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했다. 위덕왕 3년(556년)에는 혜명대사가 보광명전, 대광명전을 중건하여 사찰로서의 모습을 갖췄다. 신라 의상대사에 의해 화엄종의 도량이 됨으로써 화엄종 10대 사찰의 하나가 되었다.


갑사에는 삼신불괘불탱, 동종, 부도와 철당간지주가 유명하다. 등산객들에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갑사 입구 오리숲에서 금잔디고개까지 이르는 약 3㎞의 가을 풍경이다. 오리숲의 의미는 갑사 경내로 가는 길에 심어진 소나무와 느티나무 숲이 약 2㎞(5리) 이어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오묘한 자연의 조화가 빚어내는 갑사 계곡의 불타는 단풍은 예부터 널리 알려져 있으며 계룡산 6경으로 선택되어 있다.

갑사 입구 식당에서 밤막걸리에 곁들여 점심 먹는 자리다. 네팔에 학교를 세우고 자선활동을 펼치는 엄 대장은 "자선을 하며 베푸는 것이 손해인 것 같은데 꼭 돌아와요"라며 불심과 선행에 대해 말했다. 막걸리 한 잔을 마신 일행의 얼굴이 단풍보다 붉다. 또 만날 것을 기약한 일행은 아쉬움 속에 갈 길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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