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 NCC 곰두리 수영동호회 주관 순창 강천사 산행
가을비가 심하게 내린 27일(토). 여천 NCC 곰두리 수영동호회가 주관하는 가을산행 행사가 열렸다. 전북 순창의 강천사행 산행에는 장애인 청소년 25명과 가족 및 자원봉사자 57명이 동행했다.
아침 8시 반. 여천NCC 사택 정문 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들떠 있었다. 특히 집안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외출하는 장애인들과 가족들은 상기된 표정이다. 사회의 편견과 스스로 위축되어 선뜻 외출하기가 쉽지 않은 게 이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천NCC 사원들로 구성된 곰두리 수영동호회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장애인들을 위해 수영교실을 연다. 수영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 신제환 회장에게 장애인을 돕는 보람과 애로사항에 대해 들었다.
"장애 청소년들은 처음에 물을 두려워해 쉽게 못 들어갑니다. 이들을 물에 천천히 적응시키고 하나씩 훈련해 제대로 수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래도 이들이 장애인 수영대회에 나가는 걸 보면 성취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애로사항이요? 애들이 바로 애로사항이죠. 위험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확률이 높죠. 자칫 방심하면 순간적으로 없어져 버려 눈을 뗄 수 없습니다. 회원들이 열성적이고 회사에서도 도와주는데 조금 힘들다고 포기할 순 없죠."
이번 행사경비의 대부분은 회사의 많은 지원과 동호회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이뤄졌다. 장애인들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안내하는 중고생들은 회원들 자녀다. 총무인 이우주씨의 얘기다.
"보람이요? 뭐! 보람이랄 것까지 있습니까. 행사를 마치고 나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요. 애로사항이요? 사회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버거운 점이 있어요. 장애인들이 와서 편하게 수영할 공간이 부족해요.
주위에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을 하는데 말만 앞세우는 것 같아요. 정상인 아이들은 장애 청소년들을 무서워해요. 몇 년 전에 서울로 2박 3일 여행을 갔을 때, 함께 재웠더니 다음부터는 친하게 지내더라고요."
출발할 때부터 장애인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안내하며 돌아오는 지영서(여도중학교 1년) 양의 얘기다.
"평소 바쁜 일상 속에서 공부하며 생활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과 좋은 추억을 쌓는 것도 좋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어색한 사이였지만, 같이 여행하는 동안 서로를 파악하여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좋았어요."
밖에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울적하다. 장애인 중에는 키가 175㎝도 넘은 키에 잘생긴 외모를 한 아이가 몇 명 있었다. 그들은 회원들이 출발하기 전에 나눠준 김밥과 간식을 차에 오르자마자 다 먹었다. 여행의 의미보다는 기본적 욕구가 더 중요한 걸까.
장애인 아들을 둔 엄마의 공통된 소원은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
오랜만의 외출이라 기분이 좋아서인지 간간이 괴성을 지르고 혼자 수를 치기도 한다. 안타깝다. 날씨가 흐리면 이들의 기분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 동행한 회원들의 설명이다. 이들을 키우는 부모는 얼마나 힘들까. 옆 자리에 앉아있는 한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문상엽씨는 전국장애인 부모연대 여수지회 부회장이다. 아들은 지적 장애 1급이다.
"오늘 여기 참석한 청소년들의 8∼90%는 자폐성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저희 엄마들이 겪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시한부 인생을 사는 부모와 장애 아이를 둔 부모는 고통이 같아요. 장애 아이를 둔 부모가 오히려 더 할 거에요. 시한부 부모는 죽어버리면 고통이 끝나버리잖아요"
초창기 40명으로 시작한 여수시 장애인 부모회는 현재 2백 명으로 불어났다. 장애인부모 연대에서는 같이 모여 서로 위로하고 치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자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교육연대, 치료 바우처, 장애학생 계절학교, 놀토 프로그램 등이다.
"암 치료 후 아이를 낳다 보니 약물중독으로 둘째가 장애를 갖게 된 것 같다"는 문씨에게 "엄마로서의 보람이 뭔가"를 물었다.
"늘 마음이 아픈 건 아니에요. 일반 아이들보다 부모에 대한 정이 깊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게 됐어요. 예전에 큰 아이 키우면서 못 느꼈던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 세상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됐어요. 도와주는 사람도 있고 같이 가슴 아파 해주는 고마운 사람도 있어요. 저희들 스스로 이런 여행을 하려면 어려운데 경비를 부담하고 자원봉사까지 해주는 회사가 정말 고마워요."
가을비치고는 꽤 많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도 손을 꼭 잡고 산행하는 중고생 도우미 학생의 뒷모습이 미덥다. 장애청소년들과 여천NCC 곰두리 수영동호회원들의 꼭 잡은 따뜻한 손이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을비의 찬 기운을 무색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