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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8명, 섬 아이들의 특별한 졸업식

  • 입력 2013.02.16 15:34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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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3명의 초등생과 중학생 5명이 졸업하는 여안초 학교 입구에 초등학교 71회. 중학교 26회 졸업식장 간판이 눈에 띈다. ⓒ 심명남

71년 전통 여안초·안도중 졸업식장..."선생님 고맙습니다"

입학의 설렘만큼 졸업은 참 아쉬움이 가득한 단어다. 하지만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다. 움츠렸던 겨울도 기지개를 켜 봄기운이 포근히 느껴지는 2월. 어느덧 남도에 봄이 찾아오고 있다.

"여안 한마당 때 청백 릴레이를 하면서 응원하던 기억, 비 오는 날 여수엑스포 관람, 그리고 유등축제, 스키체험으로 웃으면서 보냈던 시간이 이제 추억으로 남습니다. 여안의 배움터에서 여섯 해 동안 정성스런 배움을 닦아 영광스런 졸업장을 받게 된 형. 누나들의 졸업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여안초 서광춘 교장선생님 아래 5학년 재학생 신태양군이 송사를 통해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 심명남

섬 아이들의 아주 특별한 졸업식

여수시 남면에 있는 여안초 기러기방. 14일 오전 5학년 재학생인 신태양 군의 송사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곳은 초등학교와 중학생이 한자리에 모인 섬마을 아이들의 졸업식장이다. 여수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작은 섬 안도마을. 학교 입구에 초등학교 71회. 중학교 26회 졸업을 축하하는 간판이 눈에 띈다. 오늘 3명의 초등생과 중학생 5명이 빛나는 졸업장을 가슴에 안았다.

섬으로 들어가는 뱃시간을 놓쳐 소호항에서 급히 배를 띄웠다. 육지에선 볼 수 없는 ‘특별한 졸업식장‘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바다 위에 떠있는 많은 섬과 섬을 가로지르니 어느덧 안도다. 부랴부랴 학교에 도착했다. 여긴 어린 시절 추억이 묻어나는 모교다.

교정에 걸린 간판을 보니 중학교 졸업 후 섬을 떠난 지도 어느덧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참 기억도 쉽다. 난 이곳 중학교 1회 졸업생이기 때문이다. 71회 졸업을 맞는 초등학교는 개교이래 섬 출신 2407명을 배출한 꽤 역사가 깊은 학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나란히 있는 정든 교정. 아련한 옛 추억이 밀려든다.

▲ 71회 졸업생을 맞는 여안초등학교는 개교이래 섬 출신 2407명을 배출한 역사가 깊은 학교다. 이날 초등생 3명과 중학생 5명이 졸업했다. ⓒ 심명남

그때는 넓게만 느껴졌던 운동장이 참 작아 보인다. 그 시절 공을 차다 운동장 밖 바다에 빠진 공을 줍기 위에 물에 뛰어든 친구도 있었다. 또 우리 때 섬에 처음 중학교가 생겨 57명이 초등학교 건물에서 공부했다. 1회 선배들이 전통을 세워야 후배들이 잘 따라온다며 악령 높았던 선생님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나이가 들수록 은사님들이 참 고맙게만 느껴진다.

당시 상용한자경시대회에서 전남에서 1등을 차지하자 교육청에서 시험감독을 의심해 재시험을 치러 또다시 1등을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데 학생 수가 참 많이 줄었다. 한때는 초등학교 전교생이 480명을 육박했다. 그런데 이젠 초등 8명, 중학교 11명이 전부다.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섬 지역의 현실을 보는듯해 씁쓸하다.

▲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축하 곡으로 ‘고향의 봄‘과 ‘사랑의 인사‘ 바이올린 연주로 참가한 부모님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 심명남

"작은 곳에 태어나도 큰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중요"

그 시절 졸업식장은 ‘눈물바다‘였다. 하지만 좋아진 시대의 분위기인지 졸업식장은 화기애애하다. 섬 아이들답지 않게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바이올린 솜씨도 대단하다. 축하곡으로 ‘고향의 봄‘과 ‘사랑의 인사‘ 바이올린 연주는 참가한 부모님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졸업식 사회를 맡은 최두련 선생님은 이곳은 학생들이 적다 보니 복식수업(1.2학년, 3.4학년, 5.6학년을 한데 묶어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사교육이 없다 보니 교장 선생님이 미술과 바이올린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해 개별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안초 서광춘 교장 선생님은 "작은 섬에서 큰 꿈을 가꾸는 여안 어린이가 교육목표이듯 아무리 작은 곳에서 태어나도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큰 꿈을 가지고 창의성과 함께 남을 배려한다면 또 다른 세상에서 잘할 걸로 믿는다"는 졸업생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 71회 여안초를 졸업한 김유리.엄예은.한민상 학생이 최정수 담임선생님과 함께 한컷. ⓒ 심명남

김말희 안도분교 교무부장은 "섬이다 보니 친구가 없어 여건이 되면 시내로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 아이들은 인성이 올곧다"면서 "앞으로 자기 소질을 살려 건강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졸업생에게 장학금도 수여했다. 이곳 출신 선배인 ‘남면을 사랑하는 모임‘과 ‘재여수안도향우회‘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희망을 쐈다. 졸업생인 중학교 3학년 박요나 학생의 답사가 이어졌다.

"6년간의 초등학교 생활과 3년간의 중학교 생활을 매듭짓는 저희들의 졸업을 격려와 박수로 축하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안도를 떠납니다. 또다시 그때 그 시작하는 기대감으로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희생으로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 선생님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아 안도인의 긍지를 키워 나가자."

졸업을 맞은 초등생 엄예은 학생은 "졸업해서 뿌듯하다"며 "체험학습 가서 친구들과 같이 놀고 잠자고 했던 기억이 소중하다"면서 "나의 꿈은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은데 중학교 진학하면 공부가 어려우니 초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한때 여안초등학교 전교생이 480명을 육박했지만 이젠 초등 8명, 중학교 11명이 전부다. 초.중 졸업생과 재학생이 선생님과 함께 졸업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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