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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이 공장 폭발하면 어떻게 되요?"

  • 입력 2013.04.19 10:51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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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여천NCC의 초청으로 낙도 어린이 여수산단 견학 및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심명남

여수나들이 나선 낙도 어린이들의 아주 특별한 하루

"섬에서 가장 좋은 점은 자유롭게 낚시를 맘껏 할 수 있고 공기가 맑아요." (안도중2 김지원)

"오늘 기억에 남는 것은 식당에서 맛있게 먹은 밥이예요. 여천NCC 공장을 둘러보는 것이 참 신기해요." (여안초 6 신태양)

"저는 상고를 가고 싶은데 대기업에 꼭 취직하고 싶어요." (안도중3 하민영)

"저의 꿈은 수의사인데 오늘 여수MBC 뉴스데스크가 기억에 남고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 (안도중1 엄예은)

여수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 반을 가야 도착하는 안도라는 섬마을 아이들이 17일 여수나들이에서 한 말이다. 나도 이곳 아이들처럼 섬에서 나고 자랐다. 누구나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 대한 애착이 큰 것은 인지상정인가 보다. 고향은 언제나 따뜻하고 푸근한 곳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고향을 찾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고향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 후 고등학교를 섬에서 육지로 유학 나온 내가 고향사랑이 남다른 것은 아마 고향에서 중학교를 ‘1회‘로 졸업했다는 숫자에 대한 자부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모교를 찾았다가 이런 일이 있었다. 섬 지역 봉사활동을 한다해서 취재차 갔더니 봉사활동에 나선 회사가 학교에다 여러 대의 PC를 주는 기증식이 열리고 있었다.

이후 차 한 잔을 마시는 뒷담화 자리에서 선생님들은 버릴 PC를 왜 학교 측에 주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후 그 회사 임원은 망신살을 샀고 얼마 후 새 PC로 교체해준 적이 있다.

▲ 여수시의회를 방문한 여안초 6학년 신태양군이 시의회 의장석에서 지휘봉을 두드리고 있다.ⓒ 심명남

8명의 쓸쓸한 졸업식...동기부여를 결심하다

지난 2월 14일이었다. 섬마을 아이들의 졸업식장을 취재하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초·중생 8명이 한 교실에서 졸업식이 열리고 있었다. 여안초 71회 3명과 안도중 26회 5명의 시골학교 졸업식. 비록 학부모와 이 마을 전교생18명이 자리를 함께 했지만 몇 명 되지 않는 모교의 쓸쓸한 졸업식장 모습은 서글픔마저 느껴졌다. 한때 초등생 전교생이 480명에 육박했던 이학교가 전교생이 8명이라니. 내가 졸업할 때만해도 섬이 왁자지껄 활기가 넘쳤는데 이제 섬도 늙어 나이가 들었나 보다.

이날 졸업식이 끝나고 학교 선생님들과 차 한 잔을 나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섬 아이들에게 무언가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 끝에 재학생들에게 여수산단 견학을 제의했더니 교장선생님은 "그것 참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일사천리로 낙도 어린이 여수산단 견학 및 문화체험 프로그램 추진이 진행되었다. 우선 내가 일하고 있는 여천NCC 총무팀에 협조를 요청했고, 회사 측에서 그 비용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여천NCC가 지역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낙도 어린이들에게 여수산단 견학을 통해 우리 고장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고 엑스포장 내 수중세계를 볼 수 있는 아쿠아리움 관람까지 모든 비용을 지불키로 협조를 얻어냈다.

이후 2개월이 흘렀다. 드디어 17일, 고향 후배들이 산단 견학을 오는 날이다. 아침 일찍 아이들을 맞으러 회사버스를 타고 돌산 신기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아침부터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 파도가 높았다. 육지에 도착해 배멀미를 한 아이들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나오는 마실이라 궂은 날씨에도 기분이 한층 업(up) 되어 있었다. 이날 섬을 빠져 나온 아이들과 선생님은 모두 28명이다. 이 정도면 섬 인구의 1/10이 빠져 나온 셈이다.

▲ 가수가 꿈인 여안초등학교 2학년 정예원 어린이가 춘향가의 한대목인 ‘군로사령‘을 부르고 있다.ⓒ 심명남

반가운 인사와 함께 체험학습이 시작되었다. 이동도중 차 안에서 장기자랑을 하는데 눈길을 끄는 아이가 있다. 꿈이 가수인 초등생 2학년 정예원 학생의 노래가 압권이다. 춘향가를 부르는데 춘향이를 잡으로 가는 대목인 ‘군로사령‘ 대목을 부르는 모습이 하도 예뻐 그 음성을 옮겨본다.

"듣거라 이 고을에 춘향이란 기생이 있다는데

점고에 불참이니 바삐 잡아들여라 예~이~(중략)

걸리었다 걸리어 거 거 누구가 걸렸나

춘향이가 걸렸단다~"

어리지만 섬 아이들의 수준이 참 기특하다. 오늘 우리가 견학할 곳은 여수시의회 - 여수MBC - 여수넷통 - 여수 산단내 여천NCC - 아쿠아리움 견학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의 장기자랑과 함께 나의 학창 시절 얘기를 들려주다 보니 어느새 여수시의회에 도착했다. 시의회에선 반갑게 학생들을 맞아 주었다. 시의회 사무국 김지선 의사팀장님이 학생들을 시의회 본회의장으로 안내했다.

각각 시의원 좌석에 앉은 학생들은 이곳에서 일일 시의원이 되었다. 특히 여안초 6학년 신태양 군은 시의회 의장석에 앉는 영광을 얻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의 시의회를 통해 여수의 시정을 논의하는 값진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학교에 돌아가면 이런 모의 회의를 자주 열어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정책을 논하면 좋을 것 같다.

▲ 여수MBC 뉴스 룸 데스크를 견학한 여안초. 안도중 학생과 선생님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심명남

▲ 지역 언론사 을 견학한 학생들이 시민기자이며 여수넷통 인터넷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문수 위원장으로부터 안도에 얽힌 에피소드와 지역신문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있다.ⓒ 심명남

낙도 어린이 체험학습... 방송을 타다

이내 여수MBC에 도착했다. TV에서만 보던 지역 MBC 박광수 기자님이 반갑게 일행을 맞았다. 이날 방송팀이 일행을 밀착 취재키로 했는데 3일 앞으로 다가온 순천정원박람회 특집방송 때문에 스케줄이 변경되었다. 먼저 보도국을 견학했다. 보도국TD(테크니컬 디렉터)엔지니어에게 방송취재부터 방송이 송출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여러분! 무한도전 아시죠. 무한도전 방송이 만들어지기까지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은 엔지니어부터 취재기자, VCR편집, 작가, PD, 아나운서, 리포터, 기술 감독, 시지 맨(자막), 오디오 감독까지 많은 사람들이 방송제작에 참여해 우리가 TV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방송을 송출하는 뉴스 룸 데스크를 견학한 학생들은 은은한 조명발에 신기해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날 낙도 어린이 현장 체험 프로그램은 저녁시간에 지역방송을 탔다.

또 지역 언론사 <여수넷통>을 견학한 학생들은 <오마이뉴스>시민기자이며 여수넷통 인터넷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문수 위원장으로부터 안도에 얽힌 에피소드와 지역신문에 관한 얘기를 들려 주었다.

"내가 여러분의 고향인 안도 이야포에서 6·25때 피난민을 실은 피난선을 미군기가 폭격해 150여명이 죽은 사건을 <오마이뉴스>에 보도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적이 있어요. 이곳 <여수넷통>은 30여명의 시민기자가 기사를 쓰고 있고, 200여명이 후원회원으로 운영됩니다. 글쓰기를 통해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고 여러분이 만드는 UCC 세상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여수산단내 여천NCC 에틸렌 생산현장인 3공장 조정실을 방문한 학생들이 아저씨들이 운전하는 조정실을 보며 신기해 하고 있다.ⓒ 심명남

이후 여수산단내 여천NCC로 이동했다. 석유화학이 집중된 산단 견학은 학생들에게 다소 생소한 곳이다. 여천NCC 최대현 총무팀장은 "여수 산단 방문을 통해 여러분의 꿈이 좀 더 커졌으면 좋겠다, 열심히 공부한다면 언젠가는 이곳이 여러분의 일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았다. 또 에틸렌 생산현장인 여천NCC 3공장 조정실을 방문해 유민수 리더로부터 에틸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 듣던 중 한 학생이 질문을 던진다.

"아저씨 이 공장 폭발하면 어떻게 되요?"

"공장이 폭발하면 엄청난 사고나 발생되지요. 그런 사고가 나지 않게 안전장치가 되어있어요. 아저씨들이 근무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을 막기 위해서지요."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시간. 아침 일찍 섬에서 나온 아이들은 배가 얼마나 고팠는지 ‘가장 머릿속에 남는 것이 뭐냐‘고 물으니 "밥 먹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솔직한 얘기에 웃음이 절로 난다. 오후가 되자 학생들이 가장 기대를 걸었던 엑스포장내 아쿠아리움을 견학했다. 오늘은 덤으로 이곳 홍보팀에서 아이들에게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다.

▲ 여수엑스포장내 아쿠아리움을 견학한 여안초. 안도중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심명남

이날 체험학습에 나선 박영희 여안초 선생님은 "아이들이 섬에만 있다 보니 여수산단을 볼 기회가 없었지만 오늘 우리가 본 여천NCC 견학과 여수MBC 등의 견학은 아이들이 자라는데 새로운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며 "더불어 선물까지 챙겨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일정을 마치고 오후 마지막 배를 타기 위해 섬으로 들어간 낙도의 학생들. 오늘 하루는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지 사뭇 궁금하다. 비록 열악한 섬에서 태어났지만 나의 환경을 탓하지 말고 좋은 자연과 함께 풍부한 감성을 더 많이 키워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에 정진하기를.

여안초, 안도중학교 후배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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