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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엑스포 재연의 이면... "하루하루 막막해요"

  • 입력 2013.04.29 01:09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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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엑스포의 재개장으로 여수엑스포 디지털캘러리에서 한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다.ⓒ 심명남

여수박람회 재단, 이중적인 고용승계로 ‘논란‘

요즘 여수의 상징 여수세계박람회장에 새로운 활기가 흐르고 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개장과 때맞춰 지난 20일부터 무료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재개장에 들어간 엑스포장은 인기리에 운영 중이던 아쿠아리움과 스카이타워, 엑스포디지털갤러리, 빅오쇼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지역민들은 크게 환호하고 있다.

지난해 3개월간 여수를 뜨겁게 달궜던 박람회 전시장은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하늘 위에 떠있는 거대한 LED화면인 가로 218m, 세로 30m로 60인치 LED TV 6324대가 한곳에 설치된 여수엑스포 디지털캘러리는 지금 신비의 바닷속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여수세계박람회 관람 필수 코스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카이타워는 67m 높이의 거대한 하프를 형상화했다. 실제 연주가 가능한 파이프 오르간은 반경 6km까지 그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파이프 오르간은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 스카이타워에도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잔잔히 흐르기 시작했다. 박람회장의 자랑 빅오타워는 연일 재개장 준비를 위한 리허설이 한창이다.

여수세계박람회장 이면엔 숨은 ‘비정규직의 설움‘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박람회장의 화려함의 이면에는 감춰진 어두운 구석이 있다. 다 쓰고 용도 폐기된 비정규직의 설움이 그것이다. 청소와 경비를 담당했던 1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4월 30일이면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길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여 있다.

26일 오후 이 같은 제보를 받고 박람회장을 찾았다. 고용승계를 보장받지 못한 8명의 미화원과 4명의 경비원은 일손을 놓고 기자에게 그 억울함을 이렇게 호소했다.

▲ 이달말 해고 위기에 몰린 미화원들은 "우린 여기서 청소를 해야만 생계가 유지된다며 하루하루 살길이 막막한 심정이다"고 밝혔다.ⓒ 심명남

"업체가 바뀌면 통상적으로 고용승계를 하는 것이 원칙 아닙니까? 업체가 바뀌었다고 우릴 이렇게 내쫓으면 이건 부당해고 아닌가요?. "
"우린 여기서 청소를 해야만 생계가 유지돼요. 하루하루 살길이 막막한 심정입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12명 중 경비업무를 맡은 4명은 용역 위탁업체 호남관리 소속이었다. 이들은 박람회 개최 전 2011년 12월에 입사했다. 이후 올 1월부터 CISK 경비업체로 넘어가 현재 방호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또 청소미화원 8명은 2011년 6월부터 12월까지 위탁업체 덕산으로 입사해 2012면 1월 1일부터 호남관리 소속으로 바뀌어 일했다.

여수박람회장은 지난 3월 말 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가 청산된 후 해양수산부 소속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아래 재단)으로 바통을 넘겨받아 새롭게 출범했다. 그런데 재단 측은 작년 박람회 성공개최에 일조했던 청소부와 경비원 12명을 계약해지 했다. 청소. 경비용업체인 호남관리와 CISK가 공개입찰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4월 30일이면 정든 직장에서 쫓겨나야 한다.

용역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재개장으로 8명의 청소부를 자르고 12명이 충원됐다, 또한 8명이 나가면 10여 명이 보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경비·보안·안내 포함) 30여 명이 충원된 상태인데 경비요원 4명이 나가고 나면 5월 빅오쇼 개장과 더불어 추가로 약 20여 명이 충원될 예정"이라며 "재단 측에서 업체에게 고용승계 요구를 했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박람회 재단의 이중성... 직원-용역, 천당과 지옥행

고용승계에 대한 박람회재단의 이중성도 석연찮다. 업체관계자는 "조직위원회 직원 30여명은 박람회기간 임시채용직이었으나 이번에 본인의사에 따라 정직으로 100% 고용승계가 이루어졌다"면서도 "하지만 힘없는 청소노동자와 경비직원은 소속이 용역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00% 해고되었다"고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이번에 바뀐 업체는 휴앤(미화업체)과 광주업체인 국송(경비업체)이 낙찰되었다. 경비업무를 맡은 한 담당자는 "지역민인 우리가 타지역 업체에 쫓겨났다"며 "우리를 자르기 위해 이번 입찰과정에서 20~40세까지 나이제한을 두다 보니 현재 일하고 있는 경비업무 요원은 나이 제한에 걸려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며 "조직위에서 운영할 당시만 해도 나이제한은 없던 규정이었다, 그동안 일한 것에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 여수엑스포의 성공개최에 대한 보답으로 강동석 위원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는 경비원 서화기씨는 "경영이 어려워 어쩔 수 없는 상태라 구조조정을 한다면 수용하겠는데 지금은 재개장으로 인해 인원을 더 보강하는 상황이라며 박람회 재개장이 끝날 때 까지만 이라도 우리가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고 밝혔다.ⓒ 심명남

경비업무를 맡았던 서화기(60)씨는 이를 두고 "우리를 고용하지 않기 위한 업체 측의 꼼수"라고 억울함을 털어놨다. 그의 말이다.

"우린 여수엑스포의 성공개최에 대한 보답으로 강동석 위원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박람회 기간 단 한 건의 사고나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영이 어려워 어쩔 수 없는 상태라 구조조정을 한다면 수용하겠는데 지금은 재개장으로 인해 인원을 더 보강하는 입장입니다. 나이 먹었다고 집에 가라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박람회 재개장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우리가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청소부 정귀진(55)씨는 "진짜 열심히 일했는데 나가라고 하니 억울하다"며 "박람회 당시 20만평을 6명이 도맡아 내일처럼 청소를 했다, 재고용 될 거라는 기대감에 더러운 곳도 마다 않고 열심히 청소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미화·경비원 "집회 열겠다"... 재단 "좌시 않을 터"

이들은 향후 고용승계가 안 된다면 순순히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박람회재단 측은 고용승계는 업체의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람회 재단 윤균 본부장은 "지역사회를 위해 고용승계를 주선하려 했는데 업체에서 여수지역사람이 상용인력으로 사람을 확보하고 있어 재취업 알선을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고용승계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이들이 계약이나 절차를 모르기 때문에 서운한 감정은 있겠지만 다만 인정상 배려를 해 줄 수 있는 입장이다, 추후 일이 생기면 이들을 먼저 쓰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재단 측 직원들은 100% 고용 승계가 이루어졌다, 공개입찰을 할 때 갑이 재단 측인데 을(용역업체)에게 고용승계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 기본 아니냐"라는 질문에 그는 "직원들은 박람회특별법에 의해 고용 승계한 것"이라며 "(용역업체 직원은) 박람회 때 먼저 떠난 사람보다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더 혜택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더 해달라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회사와 계약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인터뷰를 한다는 건 시간 낭비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박람회를 관장하는 여수시 사후활용 팀은 용역업체에 대해 직접적인 관여를 않고 있다. 고용승계를 받지 못한 미화원과 경비원은 만약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계속적으로 집회를 열어 이들의 억울함을 알려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윤 본부장은 "고용승계가 아니고 재취업 알선"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윤리상 신경 써주는 거다, 떼쓰면 되는 떼법으로 나온다면 공권력을 동원할 것"이라는 강한 입장을 내놨다. 향후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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