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내가 찍은 ‘흉물 골프장‘ 사진, 교과서에 실렸네

  • 입력 2013.06.03 20:04
  • 기자명 오문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천재출판사 중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에 실린 사진. 오른쪽 사진 위에서 부터 아래로 두 번째가 내 기사에서 인용된 사진이다.

훼손시키면 돌이키기 힘든 자연, 후대에 교훈으로 남길

며칠 전 일이다. 메일에 처음 보는 여성 발신자 이름과 내용이 들어있어 스팸메일이 아닌가 의심하다 손해 본 셈치고 열어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입니다. 우리 저작권법은 교육 목적 등에의 저작물 이용에 대하여 저작권에 제한을 두어 교과용 도서에 공표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 우선 저작물을 게재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는 고시기준에 의해 산정된 보상금을 본 협회를 통해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록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불가피하게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한하지만, 저작권자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이익을 보상하고 창작활동을 장려하기 위함입니다”

내용을 읽어 보니 4년 전 일이 생각났다. 4년 전 어느 날, 천재출판사 직원이라는 여성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기자님의 기사 내용에서 사진을 발췌해 교과서에 싣고 싶은데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무슨 교과서이며 무슨 과목 어떤 내용의 글에 제 사진을 이용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한 후 “좋다”고 허락했다. 당시 "골프장? 삶의 가치관의 문제죠" 내용은 학교와 주민들이 살고 있는 바로 앞에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여수엑스포를 앞두고 여수에는 골프장 건설로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인 사람들이 8개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나서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와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엑스포가 끝난 지금 여수에는 세 개의 골프장이 완공됐고 예상수익보다 훨씬 더 저조한 가운데 운영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한 치 앞도 못 보는 사람들!

교과서에 나오는 골프장은 여수 도심 한 가운데 산을 깎아 만들어 흉물이 되고 있다. 순천을 거쳐 여수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는 골프장은 외지 사람들이 여수로 들어올 때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뜻있는 외지인들은 “도심 한 가운데 바위산을 깎아내고 골프장을 만들다니!”라며 혀를 찬다.

그곳에는 수십년 된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고 왜적을 방비하기 위해 쌓은 토성이 있었다. 골프장 건설당시 시민단체들이 반대하자 100억을 들여 청소년수련관을 짓겠다고 약속한 사업주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골프장을 양도하고 여수를 떠나버렸다.

‘닭 던 개‘가 되어버린 여수시민들. 시내 중심가에 골프장 건설을 허가한 시장은 누구인가? 지탄받는 행정행위에 대한 책임추궁은 사라지고 뜻있는 시민들은 ‘힘없는 시민’임을 자책하며 산다. 반면, 무관심한 시민들은 망각이라는 편리한 단어에 익숙해 있다.

천재출판사 중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자연은 변형시키기는 쉽지만 회복되기 어렵다. 따라서 자연을 변형시키려고 할 때는 인위적인 지형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얼마를 보상해주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교과서를 집필하는 저자가 내가 쓴 내용을 읽고 공감해 교과서에 실었다는 게 의미가 있다. 당시 여수 석천사에 계시는 진옥스님과 대담하며 생각을 정리한 글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과서에 실려 후대에 교훈을 주는 자료로 실린데 보람을 느낀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