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김광호교육칼럼7] 명문고라는 허상 뒤에

  • 입력 2013.06.26 08:40
  • 기자명 yosupia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문고라는 허상 뒤에는 학연이라는 괴물이 잠자고 있다.


  
김광호

여양고등학교 교사 김광호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글귀를 들어보셨는지요. 4대 성인 중 한분인 석가모니께서 말씀하셨지요. 무슨 의미일까요. 그렇습니다. 오직 한 사람 한 사람은 고귀한 존재이므로 반드시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그 귀한 사람과 그 빛나는 명문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자못 궁금합니다.

우선 명문(名文)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명문(名門)[명문][명사]는 <이름 있는 문벌> 또는 <훌륭한 집안>이라는 문벌가, 명문가, 명문세족 등등 다소 폐쇄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근대학교가 생기면서 명문은 <이름난 좋은 학교>의 의미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자, 지금부터 명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탐색해보시죠.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이름난 좋은 학교>의 의미를 생각해 보시죠. 기성세대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부유한 집안 자제만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으며 고등교육(물론 예외는 있지만요)까지 받을 수 있었지요.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을 살펴보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예체능, 기술 등등의 실용적인 지식과 관념적인 이론으로 구성되었죠. 그런데 그 교육방식이 어디에서 출발한지 아시는지요. 일제에 의해서 프러시아가 즉 독일에서 시작된, 학교제도를 그대로 모방해서 당시 식민통치하에 있던 우리나라에 이식되었습니다. 또한 일제를 패망시킨 미국은 영국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를 기반으로 한 자국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학교교육은 직업 군인과 공장 노동자를 배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명문을 명명(命名)하는 것의 문제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단순히 암기를 잘하고 이해력이 높아서 문제를 많이 해결하면 머리가 좋은 사람이고 혹여 그렇지 않으면 머리가 나쁜 사람으로 명명되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어찌 교육을 그리 편협하게 정의한단 말입니까?

더 웃기는 것은 서울에 있는 S, K, Y 대학에 몇 명 입학했느냐의 의해 학교를 서열화한다는 것입니다. 더 가관(可觀)인 것은 그것으로 명문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누구 마음대로 명문이라는 말입니까? 신성한 신께서 부여한 이름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겸허하게 그 단어를 다시 아이들의 가슴에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전지전능(全知全能)하신 신도 아닌 사람이 어찌 명문이라는 단어를 곡해해서 사용하시는지요? 명문이라는 단어는 그냥 이름(名)이 있는 문(門)이라는 의미입니다. 설령 아이들의 국, 영, 수 지수가 높을지라도 그 학교는 그냥 평범한 학교일뿐입니다. 감히 어디다가 명문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학연주의(學緣主義)를 만연시키고 있다는 말입니까?

모든 사람은 학교에 들어가 나름대로 교육을 받고 졸업할 뿐입니다. 과학고, 외고, 요리고, 철학고, 미용고, 공업고, 상업고, 골프고, 바둑고, 서민고(庶民高)까지 명문 아닌 명문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이젠 과거의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젠 사람의 권리를 확장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국민들에게 황금빛 단어인 명문을 좇게 할 것입니까? 언제까지 아이들에게 무늬만 황금 빛 명문을 숭배하게 할 것입니까?

좋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명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솔직히 명문을 나온 분들이 대한민국을 리더하고 있지만 진정 대한민국은 명문나라입니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십시오. 무엇이 명문나라란 말입니까?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교통사고율 1위, 아기수출 1위, 행복지수 마지막 숫자 등등 좋지 않은 기록은 다 세웠습니다. 도대체 그들이 배웠다는 지식은 무엇이며 그들이 말하는 철학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어찌 보면 자본을 숭배하는 물신주의의 신도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그들이 진정 몰라서 민본주의, 복지사회, 공정사회, 정의사회를 만들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농부도 이웃과 더불어 살며 이웃에게 조그마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을 정확히 알아 잘못하면 담백한 마음으로 막걸리 한잔을 권하며 소박한 언어를 구사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용서해주세요.’이렇게 배우지 않은 분들도 삶을 보여주는데 소위 명문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분들은 어찌 이보다 못하단 말입니까? 소가 웃을 일입니다.

이젠 명문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명문이라는 이름으로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같은 학교에서 수학(修學)한 정도의 인연으로, 그냥 운명의 길에서 만난 선후배의 추억으로 살아가면 어떨까요. 지금처럼 보이지 않게 인센티브를 주고, 보이게 낙하산 인사를 하며 그들만의 세상을 공고히 하는 명문은 하루 빨리 사라지길 소망합니다.

기성세대에게 고(告)합니다. 우리의 후손을 진정 생각하신다면 이젠 명문이라는 단어를 당신까지만 사용하고 아이들에게는 강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명문이라는 단어를 하루 빨리 하얀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버리시기 바랍니다. 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명문이라는 이름 뒤에는 학연이라는 괴물이 잠자고 있다고요. 나는 커밍아웃 할 수 있습니다. 명문이라는 학교 뒤에는 폐쇄적인 의식이 꿈틀거리고 있다고요. 그래도 기성세대여 명문이라는 단어를 신처럼 받들겠습니까?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