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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화학냄새로 시작하는 학교, 무슨 일이?

  • 입력 2013.07.08 10:21
  • 기자명 박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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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양고 김성률 교사가 화양농공단지 입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르포] 화양고, 냄새와 함께하는 24시간

아침이면 상쾌한 공기가 아니라 매캐한 화학약품 냄새로 시작하는 학교가 있다. 환하게 피어 있어야 할 고등학생의 얼굴은 잠을 뒤척인 듯 부어 있었다.

화양농공단지에 바로 붙어 있는 화양고등학교 이야기다. 화양고등학교는 교육부로부터 지난 2009년 기숙형고등학교로 지정됐다. 그후 2011년 7월 기숙사가 완공되면서 전교생 420명 중 절반인 210명이 24시간 학교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화양고가 기숙형고등학교로 전환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도 이제는 시들하다.

24시간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인근 농공단지에서 내뿜는 매캐한 화학약품 냄새에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2학년 김모군은 “기압이 내려가는 아침이면 인근 화학산단에서 나오는 냄새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고 말했다. 1학년 이모군도 “입학을 한 첫 날 매캐한 냄새가 났다. 무엇인지 몰랐는데 인근 공장에서 나오는 냄새였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이 때문에 학습능력도 저하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화양농공단지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김성률 교사는 “아이들이 인근 공장에서 나오는 화학냄새에 빨래는 널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로 학습의욕도 떨어지는 등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 화양농공단지 공장 사이로 화양고등학교가 보인다.(빨간색 실선) 화양고는 화양농공단지와 직선거리로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공장과 가장 인접한 화동리도 상황은 같다. 심의동씨는 “아침이고 저녁이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공장에서 나오는 냄새로 생활의 불편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 씨는 또 “화양산단의 냄새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시의회에서도 실태조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당시 여수시가 냄새원인 파악을 위해 매년 악취물질 조사를 실시했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현재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하고 있는 악취실태조사 결과도 믿지 못하고 있다. 김 교사는 “이미 오래전에 실태조사를 했지만 해답을 찾지 못했다. 지금 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조사도 신뢰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심 씨도 “지금 문제는 산단을 이주하던지 아니면 주민과 학교를 이주시키던지 둘 중에 하나가 결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양산단의 냄새문제가 또 다시 지역의 쟁점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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