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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71년만에 재심... "반란군 불명예로 한평생 고통"

변호인 "내란죄 실체 밝혀 명예회복"... 대책위 "검찰은 유족 앞에 사죄해야"

  • 입력 2019.04.30 13:57
  • 수정 2019.04.30 14:17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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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316호 형사법정 에서 '여순사건' 희생자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이 열렸다.

'여순사건' 희생자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이 지난 29일 오후 2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316호 형사법정 제1형사부(김정아 부장판사)에서 열렸다. 사건 발발 71년 만이다.

이번 재판은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내란 및 국권문란죄)를 받고 처형당한 민간인 희생자 3명인 장환봉(당시 29세), 신태수(32), 이기신(22) 에 대한 재심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21일 민간인을 군법회의에서 처형한 것은 불법적이며 위법적 행위였다고 판시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날 재심을 앞두고 시민단체로 구성된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 대한민국 검찰은 국민과 유족들 앞에 사죄할 것 ▲ 대한민국 사법부는 국가의 책임을 묻는 판결로 유족의 명예를 회복할 것 ▲ 대통령과 국회는 하루 속히 여순사건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대책위는 "2011년 10월부터 시작한 유족의 외로운 싸움 과정에서 신희중, 이기화 유족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장경자 유족 한 분만 남았다"면서 "외로운 싸움에 지역사회는 무심했고 외면했다.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재심개시 결정에서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구금과 체포 20여일 만에 군법회의에서 처형되었음으로 위법이라고 판결했다"라며 "잘못된 국가폭력을 준엄하게 심판해 다시는 국가로부터 자국민이 학살되는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 달라"라며 사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재심은 유족 중 유일하게 생존한 장경자(74)씨와 변호인, 공판검사가 출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사건에 대한 입장발표와 양측의 의견을 확인후 심리 일정을 잡고 20여 분 만에 첫 공판을 마무리했다. 다음 공판은 6월 24일 오후 2시 순천지원 형사중법정서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다.

이날 변호인 측은 "희생자들에게 무고한 판결을 받게 한 내란죄의 실체를 밝혀 반드시 유족들이 명예회복되는 새로운 판결이 나오게 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재심이 시작된 역사적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희생자의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검찰은 형사재판의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이날 재판부가 장환봉의 유족인 장경자씨에게 심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수많은 사람의 죽음이 오랫동안 묻혀 있었고 반란이라는 불명예 속에서 한평생 고통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재판부가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남아있는 희생자 가족들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재판을 이른 시일 안에 마쳐줄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반군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438명 집단학살

29일 여순사건 재심을 앞두고 여순사건에 대한 국회특별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시위 모습 ⓒ주철희

변호인 측은 이어 "희생자들이 무고하게 판결을 받은 내란죄의 실체를 밝히고 명예 회복할 수 있는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검찰이 요청한 재판 진행절차에 동의한다"면서 "검사는 명예회복과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국민이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우리의 아픈 과거사"라며 "대법원도 여순사건은 민간인이 희생된 비극적인 집단 학살 사건이라고 판단해 재심 결정을 내렸다. 사건 발생 71년, 재심 청구 8년 동안 유가족들에겐 너무도 길었던 통한의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서 "검찰은 사법적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의 유무죄를 판단하되 전제는 공소사실의 유죄 근거가 특정되어야 한다"라며 "당시 판결서가 없어 4·3처럼 공소기각 될 수도 있지만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당시 군법회의 결과 등 전반적인 자료수집을 위해 육군 TF팀과 협력하고 있다. 역사적 진실 퍼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여순사건 연구가 주철희 박사는 "재판부가 이 사건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역사적 소명 의식을 다하겠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라고 평가했다. 주 박사는 이어 "시민단체와 유족의 의견서를 받겠다는 것도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 일부가 제주 4·3 사건 진압을 위한 제주 출병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후 정부군의 진압과 사후 토벌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과 군경 일부가 희생됐다.

이에 장씨 등 수많은 민간인들이 1948년 10월 반란군을 도왔다는 혐의로 순천을 탈환한 국군에게 체포된 뒤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처형당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여순사건을 직권 조사해 군경이 순천지역 민간인 438명을 반군에 협조·가담했다는 혐의로 무리하게 연행해 살해했다고 봤다.

이번 소송은 2011년 10월부터 시작되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심 청구 7년여 만인 지난 3월 21일 재심청구사건에 대해 대법관 9대4 의견으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해 역사적인 재심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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