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깁는다"...‘패러’,‘요트 돛’ 수리하는 신승호씨
상태바
"바람을 깁는다"...‘패러’,‘요트 돛’ 수리하는 신승호씨
  • 오병종
  • 승인 2019.05.16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패러글라이딩 지도자에서 패러 수리를 해야 할 상황
비슷한 ‘바람의 천’인 요트 쪽에서 수리 요청해 와
이제는 중부 이남의 요트수리는 거의 손 거쳐 가
여수 마리나항은 '전문화', '고급화'해야 경쟁력 갖춰
패러글러이더 지도자 출신의 요트 세일 전문 수리업자 신승호(47)씨
패러글러이더 지도자 출신의 요트 세일 전문 수리업자 신승호(47)씨

패러글라이딩 학교를 운영하며 지난 20여 년간 여수에서만 300명 이상 패러글라이더를 배출한 신승호(47)씨는 하늘로 항공패러 지도자다.

초창기 패러글라이더 교습생 수 십명이 꾸준히 연습해 왔다. 이들이 구입한 패러글라이더가 시간이 지나자 이러저러한 고장이 났고, 구입처에 수리를 맡기면 2~3개월이 걸리기 일쑤였다.

패러글라이딩 관련 각종 트로피가 사무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관련 각종 트로피가 사무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정상수업이 어려워 손수 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백방으로 묻고 연구하며 낡은 장비 일체를 해체해 가면서까지 하나하나 수리를 배워 나갔다. 그런 연유로 시작한 전문 수리업이다.

그러던 중 여수의 각급 학교 요트선수들이 또 다른 고객으로 합류했다. 이들이 연습하다 돛(세일)에 문제가 생기면 찾아왔다. 이렇게 10여년 쯤 지나 낙하산 캐노피 수리를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요트 쪽에서 수리요청을 해 온 것이다. 요트의 세일()과 패러글라이더의 캐노피가 가벼우면서 바람을 가르는 고급천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특수재질의 바람의 천이다.

여수에서 선수용 돛을 고쳐주다가 이젠 요트에서 패브릭이라고 하는 원단이 들어가는 모든 분야의 전문 수리업자가 되었다.

요트에는 돛(세일)외에도 그늘을 만드는 차광막, 요트 위에서 쉬는 안락한 장소, 파도 바람막이 부분에 각각 원단이 들어간다. 그리고 오랫동안 정박할 때 요트 몸체를 덮어주는 커버도 마찬가지다. 요트의 이러한 부위는 손상이 되면 수리를 해야 하는 곳이다.

야외용 트램플린 제작중인 신승호씨
야외용 트램플린 제작중인 신승호씨

 

그런데 기자가 방문한 날 신 씨는 공장에서 트램플린 제작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제작자가 아닌 수리업자다. 트램플린 제작을 하는 것일까?

수도권 아파트단지에 조성되는 어린이 야외 놀이터용 트램플린이다. 이 소재는 요트에서 차광막 겸하면서 휴식을 취할 때 편안하게 침대처럼 제공되는 부분의 재질과 같고, 응용되는 기술도 같다. 독일서 수입해서 쓰던 건설회사가 내가 요트의 이 분야 작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뢰가 왔다. 의뢰자의 주문대로 설계한 후 시범제작을 마쳤다.

이제 정식 주문이 와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최초 시도하는 작업이고, 수리가 아닌 제작을 하고 있다. 실은 요트나 제트스키 안전 분야의 소품은 내가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해 납품을 했었다. 그런 작업들과 연관이 있어서 제작도 하고 있는거다. 나는 제작의 경우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패러글라이더 지도자에서 실로 많은 변화다. 그의 작업장은 현재 건물의 세 개 층을 사용한다. 지하는 요트 전문 수리공장, 2층은 패러글라이더 전문 수리공장, 1층은 잡다한 수리와 사무공간도 겸한다.

공장에 비치된 다양한 미싱들
공장에 비치된 다양한 미싱들

 

다품종 취급은 품종 수만큼의 다양한 장비를 필요로 한다. 신승호씨가 마련한 미싱만 24. 패러 전용, 요트 전용, 혹은 이것 저것 다용도 등 작업 성격상 다양한 미싱이 필요하다.

손재주는 좀 있단 소리를 들었지만 미싱을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다. 혼자 훈련하고 터득했다.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다. 미싱을 전혀 작동할 줄 몰랐으나 일이 늘어나자 남편 신씨에게서 차근차근 작은 소품 작업부터 어깨너머 배우면서 부족한 일손을 도와야 했다. 아직 남편을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소품 제작을 돕는 신씨의 아내 김지연(45)씨
소품 제작을 돕는 신씨의 아내 김지연(45)씨

 

신 씨는 자신이 하고 있는 수리작업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누가 하겠다고 나서지도 않지만 해보라고 권할 입장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한 사정으로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

비슷한 분야를 하나씩 섭렵하며 익혀 나간 일이어서 누군가 처음 시작하기에는 굉장히 어렵다. 한 가지씩 차근차근 배워야한다. 처음에 한 가지 분야 수선만으로는 그것이 생계유지도 어렵다.

그래서 이런 수리 일은 초반에 직업으로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다. 수리를 누구에게 가르치는 것도 쉽지 않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결국 아내밖에 할 사람이 없었다. 전문분야의 특수한 수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배우면서 차근차근 접근해 이 분야를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사람은 주변에서 만나지 못했다

패러글라이더 수리는 천에 해당하는 캐노피와 조정할때 사용하는 여러가닥의 줄을 수리한다.
패러글라이더 수리는 천에 해당하는 캐노피와 조정할때 사용하는 여러가닥의 줄을 수리한다.

 

기능이 요구된다. 기술도 필요하다.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 일이 소중하고 직업으로서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생산은 거의 자동화로 이뤄진다. 어떤 고급 기술의 제품일지라도 생산은 기계로 또는 로봇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그런데 수리는 자동화로 할 수 없다. 대량 수리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급 기술 분야일수록 또 고가의 제품일수록 수리업은 경쟁력이 있다. 수리분야 직업은 사라질 위험도 없다. 더 중요시 된다. 수리분야를 젊은이들이 눈여겨봤으면 좋겠다

그는 요트수리를 하면서 요트와 여수관광의 새로운 면을 느끼기도 했다.

자신의 고객 중에 타 지역에서 병원장을 하고 있는 요트 선주가 지금까지는 제주도에 정박했었는데 웅천마리나가 생긴 이후 여수에 자신의 배를 정박시키면서 그 분이 여수의 매력에 빠져 은퇴하면 여수에서 살겠다는 뜻을 표시했다고 한다.

신승호 씨는 은퇴 후 여수선택 사례는 관광측면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고, 정책적으로도 눈여겨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몇 만명이 여수를 찾아왔다는 방문객 수치는 절대지표가 아니다. 수시로 변한다. 요소요소에서 뭔가를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 요구하는 것이 여수에 갖춰졌다고 느낌으로써 자연스럽게 살만 한 곳이 되고, 멋진 동네라고 여긴다.

경관도 아름답고, 먹거리도 좋으니까 더 좋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급 관광지가 된다고 본다. 요란스럽게 실적 올리고 그런 것은 반짝 할 뿐이다. 잘사는 동네, 먼진 동네로서의 여수가 되면 관광지로서 여수는 부수적으로 따라 온다

엉청난 크기의 요트 세일은 장소와 장비가 갖춰져야만 수리가 가능하다. 단일 요트 세일 수리공장으로는 전국에 이만한 곳은 없다. 요트 엔진 분야 수리는 많다.
엉청난 크기의 요트 세일은 장소와 장비가 갖춰져야만 수리가 가능하다. 단일 요트 세일 수리공장으로는 전국에 이만한 곳은 없다. 요트 엔진 분야 수리는 많다.

 

그는 웅천 마리나에서 또 다른 사례를 봤다며 러시아 선박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웅천 마리나에 러시아 요트가 몇 척 정박 중인데, 항구가 얼어붙는 러시아 사정상 전년도 10월에 정박했다가 다음해 5월 쯤 뜬다. 역시 내 고객이어서 관리인이 상주한 걸 봤다. 그런 요트 주인은 누군가 초대해서 여수를 오게 한다. 선주 지인들도 오고 가는 것을 봤다. 요트 수리업을 하면서 보니까 마리나 산업은 이렇듯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여수 마리나항은 몇 가지 면에서 좀 아쉬운 점이 있다고 자신의 의견을 냈다.

마리나에 대한 여수의 위상은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마리나항 설계와 공사부터 직벽이 아닌 경사진 부두로 만든 우를 범한 사례랄지, 마리나항을 단순 정박지로만 유지하려는 점을 지적했다. 차량으로 봤을 때 주차장 기능만 하는 것은 너무 약하단 얘기다. 계류뿐 아니라 요트에 대해서 정박유지관리보수를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계류장으로서 진화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하나 현재 웅천마리나 요트 정박지를 더 나아가 고급화를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어차피 부산,통영,제주,여수 등 모든 지역 마리나항이 요트 계류 경쟁에 돌입했다. 그런면에서 여수의 마리나항이 어떤 정체성을 갖느냐도 과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