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돌산읍 계동리 바닷가 숲 끝머리 맞은 편에 있는 갈릴리 교회 26일 주보에는 시인 정현종의 ‘방문객’이 실려 있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머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
한 시인의 일생이 왔다. 제자였던 나희덕 시인도 함께 왔다.
작은 시골 교회는 ‘비밀의 정원’이다. 작고 아담한 정원이 바로 ‘생명과 평화의 길을 걷는 녹색교회’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마당에서는 교회당 안으로부터 시와 음악이 들려왔다. 박수와 웃음소리도 담장을 타고 꽃향기로 날렸다.
신성(神性)과 자연이 어떻게 만나는지, 유년의 추억들이 시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스승과 제자는 ‘시’를 성경 대신 교회에서 강독했다.
자연은 우리가 읽어야 하는 경전임을 강조하는 노 스승의 강의가 이어지면 중년의 제자 나희덕 시인도 신을 찾으러 가는데 신발을 찾는 이가 있다고 받았다.
시골 교회는 결코 작지 않았다. 풍성한 일요일 오후 바닷가 ‘비밀의 정원’은 ‘샘’이었다. 그곳은 ‘지상의 모든 숨어있는 샘’이었고, ‘신비의 샘’이었으며, ‘소리없이 솟아나는 샘물’이 있었다. (정현종의 시 ‘샘을 기리는 노래’)
‘비밀의 정원’은 명확한 명사나 동사 대신 형용사도 아닌 ‘부사로 이루어진 순간’이 모인 장소였다.(나희덕 ‘하나님은 부사를 좋아하신다’)
‘비밀의 정원’ 이미지를 연상시켜줄 두 시인의 시를 편집한 자료집을 보면서 시인은 번갈아 가면서 시 하나하나씩 해설해 주었다. 정현종은 ‘상상력의 보고’였던 유년기에 자연 속에서 느꼈던 감촉의 추억들을 끄집어 낸 것이 시라고 말했다.
"유년기에 느낀 감촉의 손바닥은 시인에게는 ‘감각의 고고학’이 된다. 저장된 후에 다시 표현되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이제 ‘활력’이 되고 ‘생기’로 살아난다. 그것이 시(詩)다"
모두 풍족해 했다. 평소에도 작은 갈릴리 교회는 순천서, 광주서 온 분들이 예배에 참여한다. 이 날 정 시인은 이 교회 김순현 목사의 설교 어투와 어조가 상투적인 교회투가 아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시인과의 만남은 정원 벤치에서 저마다 시집에 저자 사인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모두 흡족해하며 정현종이 말하는 ‘이미지의 싹’ , ‘마음의 싹’을 가슴에 안고 돌아가는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