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멸치가 금치" 잊혀가는 멸치털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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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멸치가 금치" 잊혀가는 멸치털이 풍경
  • 심명남
  • 승인 2019.06.01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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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가 금치, 요즘 멸치 한상자에 12만원 호가
업신여길 멸자쓰는 '멸치의 어원' 멸치털이 풍경이 장관
헝가리 유람선 사고보며 '인명은 재천아닌 불의의 사고가 우리네 운명 좌우'
멸치잡이 어부들의 힘찬 멸치털이 모습
멸치잡이 어부들의 힘찬 멸치털이 모습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풍경이 있다. 그물코마다 빼곡히 걸린 멸칫배가 가을철 갯바위에 지천으로 널린 낚시꾼들의 풍경마냥 그시절 갯바위엔 멸치잡이 어선의 멸치털이 풍경이 장관을 이뤘다. 난 그런 풍경을 보며 자랐다.

어부들은 멸치배를 '멸배' 또는 '사시아미배라 부른다. 이는 일본말인데 사전적 의미로 자망이 그 어원이다. 자망은 물고기가 그물코에 걸리도록 하여 잡는 걸그물이다. 그물코에 걸린 멸치를 제거하는 법이 바로 멸치털이였다.

잊혀져 가는 멸치어선의 멸치털이 풍경

봄멸치잡이 어장은 4월 중순부터 6월말까지 약 두달반이 피크다. 수온이 올라 멸치어장이 잘 형성되기 때문이다. 멸치는 젓갈과 정어리쌈, 멸치회가 별미다. 요즘 잡히는 멸치는 알배기 젓갈로 최고를 친다.

풍어의 상징인 '멸치'는 서민들 식탁에 늘 빠지지 않는 밑반찬이다. 지금은 우리에게 이렇게 친숙하고 사랑받고 있지만 멸치는 이름부터 불우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벼슬아치들은 멸치를 업신여기고 멸시했다. 그래서 멸치(蔑治)의 멸자도 업신여길 멸자를 썼다. 반면 멸치는 본래 습성이 급하기 때문에 그물로 잡아 올리면 바로 죽어버린다해서 멸할 멸자를 쓰기도 했다는게 멸치의 어원이다. 그런 벼슬아치들은 백성도 멸치와 동등하게 개, 돼지 취급하던 때가 가까운 과거였다. 그들이야말로 멸치만도 못한 인생들이다.  

어부들의 힘찬 멸치털이에 멸치가 하늘로 쏟구치고 있다
어부들의 힘찬 멸치털이에 멸치가 하늘로 쏟구치고 있다
그물코마다 빼곡히 걸린 멸치털이 풍경
그물코마다 빼곡히 걸린 멸치털이 풍경
으샤으샤 만선인 멸치그물을 터는 어부들
으샤으샤 만선인 멸치그물을 터는 어부들

최근 헝가리의 유람선 침몰사고로 한국인 수십 명이 희생된 비보는 '슬픔과 충격이'다. 세월호의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한국민들에게 헝가리 유람선 사고 여파는 아픔이 더 크다. 우리 여행객 30여명을 실은 유람선을 크루즈가 들이받아 순식간에 침몰한 어이없는 해양사고를 보면서 '인명은 재천이라기보다 어쩌면 불의의 사고가 우리네 운명을 좌우'하는 것 같다.

크루즈 선장은 왜 사고를 내고 도망을 쳤을까? 세월호 선장과 뭐가 다른가. 종신형을 때려야 한다. 또 유람선 선장은 아무런 손하나 써보지 못했다. 여행객을 태운 유람선이 가라않는 시간이 7초정도 밖에 걸리는 않았다. 자신의 배와 승객을 지키지 못한 무능한 선장이다. 이런 저런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특히 여수여행객 4명중 한명은 구조되고 나머지 3명은 아직도 행불이다. 빠른 구조와 수습으로 유가족과 당사자들의 아픔이 치유되길 바랄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이맘때면 멸치어장이 잘 형성됐다.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수십척의 배들은 그물코마다 멸치가 걸려 만선을 이어갔다. 하지만 멸치어장은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간다. 그나마 다행인게 요즘 멸치값이 금값이다.

한 어민은 올해 멸치가 안나서 한상자에 12만원씩을 호가한다면서 멸치가 금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맘때면 늘 마을 앞바다에서 수척씩 멸치잡이 작업을 하는데 올해는 초사리때 한두어척 와서 잠깐 작업을 하더니 그 뒤로는 멸치배가 잘 안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멸치잡이 어부의 투박한 인심 "지금도 그립다"

멸치잡이 선단 윤경호 두척이 멸치를 털고 있는 모습
멸치잡이 선단 윤경호 두척이 멸치를 털고 있는 모습
여수수협위판장에서 멸치의 위판 모습
여수수협위판장에서 멸치의 위판 모습
멸치가 금치. 요금 위판된 멸치는 한상자에 12만원을 호가한다
멸치가 금치. 요금 위판된 멸치는 한상자에 12만원을 호가한다

멸치잡이 어부들의 멸치털이 풍경을 보면 저절로 삶의 활력이 느껴진다. 10여명의 어부들이 한줄로 쭉 늘어선 채 멸치그물을 터는 모습은 자동으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시스템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고참 선원의 선창에 따라 후렴구에 맞춰 손 쉴틈없이 위아래로 내리 터는 멸치털이 풍경은 그야말로 역동성이 느껴진다. 삶에 치쳤다면 하룻쯤 어부들의 멸치털이 풍경을 찾아가 보라. 그러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테니....

멸치어장이 풍성했던 필자의 고향 남면 안도와 소리도권 앞바다는 지금은 덜하지만 한때 멸치의 황금어장터였다. 그래서 어린시절 이맘쯤 갯바위에서 멸치배의 멸치털이 장면은 흔했다. 눈을 돌리면 지천으로 널린게 멸치털이 풍경이었다. 어린 소년은 반찬을 얻으려고 냄비를 들고 주위를 서성이면 냄비가득 퍼주던 어부들의 투박한 인심이 지금도 그립다.

하지만 십 수년이 흐른 뒤 멸치잡이 어장은 서서히 소멸되고 있다. 자원의 고갈도 고갈이지만 멸치어선은 무엇보다 선원들이 많이 필요한 노동집약적인 어장이다 보니 요즘 선원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멸치어선의 멸치털이 모습은 보기 드문 귀한 풍경이 되고 있다. 요즘처럼 삶이 버거울때 멸치잡이 선원들의 힘찬 멸치털이 풍경이 우리 맘에 작은 위로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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