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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내리는 날 열린 남면 봉통마을 섬복지

깊은 산속 자리잡은 남면 대두라도 봉통마을, 30여 가구 거주

  • 입력 2019.06.27 12:55
  • 기자명 임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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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열린 여수 남면 봉통마을 섬복지활동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침부터 올 첫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점점 세차게 내렸다.

남부지방 장마가 오늘(26일)부터 시작된 것이다. 한 달 전부터 계획한 남면 봉통마을 섬복지라 안전에만 무리가 없으면 일정대로 실행해야만 했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밑반찬서비스가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수시 섬복지지원단 관계자에 의하면 날씨 탓에 이른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오늘 섬복지활동에 대한 염려와 일정변경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섬복지활동에 실행 결정의 중요한 사항은 여객선의 정상적인 운영 여부였다. 해운회사에서는 비가 오더라도 해상날씨는 좋아 여객선 운항에 큰 지장이 없다고 전해 와 일정을 강행하였다.

섬복지활동에 참여하는 이·미용, 수지침, 에어마사지 등의 자원봉사자들은 두 대의 차량에 탑승하고 남면 화태도 월전항을 향했다. 이동 중에도 장맛비는 세차게 내렸다.

자원봉사자들도 "이왕 준비된 행사니까 날씨가 좋지 않아도 강행하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제일인만큼 섬복지 관계자 입장에서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걱정을 앞세우며 여객선 시간을 맞춰 뱃머리에 도착하니 바다는 그 빗속에도 평온하였다. 비만 세차게 내릴 뿐 전혀 바람이 불지 않아 잔잔하였다. 오히려 비 오는 날의 포근함을 느낄 정도였다.

남면 대두라도 봉통마을은 섬 안에도 깊은 산중에 자리잡고 있다. 봉사자들은 배에서 내리고 나서도 승합차로 10분을 더 달려 산으로 올라가야 했다.

산 정상에는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살고 있다. 마을로 가는 산길은 꼬불꼬불하고 경사가 가파랐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이 너무 험난해서 마을에 사는 우체부와 목사님이 손수 트럭이나 승합차를 운전해서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거나 모든 생필품을 전달한다.

한 어르신이 다리에 뜸을 뜨고 있다
손에 수지침을 맞는 어르신

비가 와서 그런지 경로당에 어르신들이 더 많이 와 계셨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오지 않으시면 어떡해야 하나 하는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어르신들은 “이 빗속에 왔소! 고맙깨로, 어서 들어오이다”하며 반가이 맞이해 주었다.

어르신들이 보일러를 돌려 방바닥이 뜨근뜨근하였다. 뜨근한 아랫목에 누워서 에어마사지를 받으시며 얼굴에 마사지 팩을 한 어르신과 봉사자와의 대화가 가슴을 찡하게 했다.

“어르신 나이가 얼마나 됩니까?”, “멀라고 이렇게 많이 나이를 먹었는지 모르것소”, “그래도 건강해 보이는데요”

대회를 나누고 있는데 옆에 누워 계시던 어르신이 “자식들한테 짐 안될라고”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은 더욱 밝았다.  한 봉사자는 “아침에 걱정했던 모든 일들은 다 사라지고 비 온 후 섬 정경이 더 멋지다. 많은 것을 느낀 하루라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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