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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군국주의를 설파하는가

광복 74주년 기념, 권철 특별사진전 '일본 군국주의의 민낯 야스쿠니, 사실을 넘어 진실로!'
20일까지 여수시의회 전시.. 이후 여수예술랜드리조트, 여수문화홀, 전남대학교 학생회관, 여수청소년수련관로비서

  • 입력 2019.08.14 16:43
  • 수정 2019.08.16 19:00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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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국주의의 민낯 야스쿠니, 사실을 넘어 진실로!’ 권철 다큐멘터리사진가 초대전시회 오프닝이 13일 2시 여수시의회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여수행복자치연구원(원장 서기영)이 광복 74주년과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준비한 특별사진전이다.

전시 공간에는 야스쿠니 신사의 모습과 거기서 벌어지는 퍼포먼스, 신사문에 일본의 대륙침략을 상징하는 부조가 새겨져 있는 모습 등등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 속 일본 국민들은 풍선을 들고 있거나, 좌판에서 음식을 즐기고 있다. 마치 소풍 온 사람들같다.

이들이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는 이곳 '신사'란 일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토착신앙의 하나로, 전설의 인물 또는 신격화된 실존 인물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한국의 사당과 같다 . 그런데 왜 유독 야스쿠니 신사가 문제일까.

그 이유는 이곳이 ‘전쟁을 일으킨 전몰자들의 혼령을 모셔놓고 숭앙하며 제사를 지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권철, ‘야스쿠니, 군국주의의 망령’) 군인과 민간인, 그리고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의 위패를 보관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을 미화하고 치욕적인 과거사를 세탁하는 용도를 지닌다.

“일본 국민들은 새해가 되면 신사에 가서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며 참배한다. 또한 가족 중 돌아가신 분을 신사에 모시기도 한다. 한국의 사당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일본에는 이렇게 크고 작은 신사가 약 8만개 있으며 나 역시 신사에 가서 참배한다. 그런데 야스쿠니 신사는 다르다. 야스쿠니는 일본이 군국의 상징물로 의도적으로 만든 장소이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다분히 의도적이라 더 나쁘다‘는 말이다.

야스쿠니(靖國)라는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어지럽던 나라를 태평하게 한다‘는 뜻이다. 권 작가는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이 군국을 부활하려는 속셈으로 남겨둔 신사“라고 소개했다. 벛꽃 역시 그렇다. 신사에 심어진 벚꽃에는 식민시대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신사에서 축제를 즐기는 일본인들

 

일본인들에게 신사는 '전범을 숭배하는 공간'이기 전에 함께 모여 산책하는 공간이다

즉, 야스쿠니 신사는 ‘군국’이라는 의미와 일본에 있는 여타 ‘신사’가 내포한 의미를 대등하게 포함한다. 그러다보니 이곳에는 군국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과 평범하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 공존한다. 지난 2005년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 장면을 촬영한 이후 15년 간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하는 일본인들을 촬영해오고 있는  권 작가는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인들이 기회만 되면 언제든 ‘군국’을 부활시키려 용틀임을 하는 곳이 이 야스쿠니 신사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게 야스쿠니 신사와 벚꽃은 같은 의미다.

1967년 한국에서 태어난 권철 다큐멘터리 전문 사진가는 1994년 대학 졸업 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1997년 일본사진예술전문학교 보도사진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일본대학교 예술학부 사진학과 연구생을 졸업한 그는 가장 가까이서 꾸준히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를 목격한 한국인이다.

그의 저서 ’야스쿠니, 군국주의의 망령‘를 보면 일본인에게 야스쿠니 신사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다. 야스쿠니 신사 사무소가 발행한 리플렛에는 이곳을 ’전쟁 중 조국 수호라는 공무 집행 중 자신을 희생한 분들의 고귀한 영령이 모셔져 있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권 작가에 게 이런 문장은 ”주변국을 침략한 전범국가가 침략 전쟁을 추억하고 미화하는 표현“일 뿐이다.

벚꽃놀이에 열광하는 한국인.. 이해할 수 없어

그에 따르면 “벚꽃과 야스쿠니는 떨어질 수 없는 동체”다. 일본인들은 2차 세계대전 때 A급 전범으로 사형을 당한 도조 히데키 등 14명이 합사(合祀)된 야스쿠니 신사 안에 의도적으로 벚꽃을 심어, 벚꽃이 피고 지는 행위에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야스쿠니의 벚꽃은 바로 그러한 영령들이 벚꽃으로 환생하라는 의미로 심어졌다. 이렇게 일본은 벚꽃에 의미를 부여했고, 식민지인 한국 전역에도 벚나무을 심었다. 일본에서 25년을 살아온 그에게 한국에서 봄이면 돌아오는 벚꽃축제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바닥에 전시된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벚나무 외에도 아직도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일본의 잔재를 발견할 수 있다. 일본 우에노 동물원과 똑같이 만든 게 창경궁이다. 입구부터 공원조성, 심겨진 벚나무까지 창경궁과 우에노 공원은 판박이처럼 닮았다. 이 모습을 25년간 보아온 그는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한국에 있는 벚나무들은 1950년대 이승만 정권 시절 ‘일제의 잔재’라며 모조리 베어낸 후 1960년대에 박정희가 다시 심은 것들이다. 그의 말대로 한국의 벚꽃은 “의도적이라 더 문제다”

“KTX를 타고 오는데 광주와 여수 간 직선도로에 10년이 안 된 벚나무들에 꽃이 피어있더라. 그게 바로 박근혜 전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때, 한국에 있는 일본 잔존세력들에게 지시하여 심은 나무들이다.

이들이 살아있는 한, 부활하려하는 한 한국에 일제의 잔재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야스쿠니 신사, 벚꽃만 없앤다고 될 일이 아니다. 우리 내부의 적폐를 청산하지 않으면, 뿌리를 도려내지 않으면 이들은 다시 되살아날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벚꽃을 모두 베어내야 한다는 게 내 주장이다”

 권 작가의 말을 더 들어보자.

“영등포나 용산에 있는 높은 빌딩에서 윤죽로에 심겨진 벚꽃들을 내려다보면 둥근 여의도를 벚꽃이 에워싸고 있는 형국임을 알아볼 수 있다. 일장기를 나타내는 이 형상은 일본이 의도적으로 심었기에 옳지 못하다.

진해 군항제, 원래는 이순신의 얼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그 역시 벚꽃축제로 변했다. 지금은 이순신 장군이라는 의미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역시 재일교포와 전범기업들이 돈을 들여 의도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우리는 벚꽃놀이를 즐기기 전 이런 역사적 진실을 인지해야 한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전 군인들은 전쟁을 추억하고 신세대들은 전쟁을 기념한다. 참전 군인들은 욱일기를 앞세우고 당시 군복을 다시 꺼내 입는다. 패전을 아쉬워하며 자위권 강화를 외치며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꾼다. 아시아태평양전쟁 패전으로 잠시 숨을 죽였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당당한 걸음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한껏 목소리를 높인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그들은 군국주의를 곱씹고, 다시 부활을 꿈꾼다." 권철
해맑은 미소를 띤 소녀가 한 손에 욱일승천기를 들고 있다

광복 74주년.. "제대로 된 독립 하려면 온전한 이해가 우선"

“또 한번의 식민지 시절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권 작가는 말했다.

그가 사진전을 꾸준히 여는 이유도 야스쿠니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 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깨닫길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리석게도 그들에게 밥상을 차려놓고 있다. 그런 멍청한 짓을 반복하는 우리를 고발하고 되돌아보기 위해 사진전을 계속하는 것이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올해가 광복 74주년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 광복절을 기리기만 할 것인가. 이제는 제대로 된 독립을 해야 하고 그러러면 알아야 한다. 오늘(13일) 전시를 보러 온 사람 중 야스쿠니의 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한 사람은 절반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A급 전범'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건 여수 시민이 아니라 한국인들 전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게 내가 꾸준히 거리전시를 하는 이유다. 한 번의 전시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나는 만족한다”

광복74주년특별사진전 황태식 추진위원장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저질렀던 전쟁범죄는 역사의 단죄를 받고 피해자의 용서를 구해야 함에도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라며 "자위권 강화를 외치며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그릇된 실상을 널리 알려, 더이상 아픈 과거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바람에서 이번 사진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여수행복자치연구원 서기영 이사장 역시 "이번 특별사진전을 통해 야스쿠니의 민낯과 실체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일본 아베 정권의 비뚤어진 역사의식을 바로 세우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다큐멘터리사진가 권철 사진전은 내달 17일까지 50일간 여수시의회(13~19일)에 이어 여수예술랜드리조트(20~26일), 여수문화홀(27일~2일), 전남대학교 학생회관(3~9일), 여수청소년수련관로비(10일~)에서 연이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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