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도 울고갈 청각채 한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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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도 울고갈 청각채 한사발
  • 심명남
  • 승인 2019.08.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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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신월동 넘너리항에 널린 청각 말리는 풍경
한여름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 청각채
자산어보, 동의보감이 격찬한 청각요리...이정도 일줄이야
생김새가 사슴뿔과 같이 생겨 '바다의 녹용'이라 부르는 청각
생김새가 사슴뿔과 같이 생겨 '바다의 녹용'이라 부르는 청각

한여름 불볕더위에 일곱 자식 식탁을 챙겨야했던 어머니의 손길은 늘 바빴다. 손에서 물마를 날이 없었다. 돌아서면 밥달라는 자식들 입 때문이었다.

아이 셋 키우기도 힘든 요즘 어떻게 일곱자식을 키웠을까? 우리 집은 어린 시절 끼니때마다 두개의 밥상을 차려야 했다. 아홉 식구가 한상에 빙 둘러 앉아 먹기에는 상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각교자상에 차려진 아버지의 밥상과 일곱 자식들은 양철밥상에 빙 둘러 앉자 식사를 했다. 이맘때쯤 빠지지 않던 음식이 있다. 바로 ‘청각채’였다. 그시절 밥상머리 풍경은 살아있는한 계속 잊혀지지 않을 상차림이다.

한여름을 이기는 바다의 녹용 '청각'

여수 신월동 넘너리항 포구에 널린 청각
여수 신월동 넘너리항 포구에 널린 청각

사람의 기억은 오래간다. 미각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향수병이 생기고, 누구나 어릴 때 길들여진 '미각'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맛을 정확히 기억해 낸다. 자신만의 단골 음식점을 찾는 이유는 어머니의 손맛 때문이다.

바다에서 갖 채취해온 청각을 뚝딱뚝딱 다듬어 어머니의 손을 거치면 ‘궁중요리’ 부럽지 않는 요리가 탄생됐다.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울고 갈 청각요리는 끊는 물에 살짝 데쳐 막걸리 식초와 된장에 버물려 마늘, 풋고추를 송송 띄운 청각채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후르르 짭짭~ 청각채 한사발에 밥도둑이 따로 없다.

청각 말리는 여수 신월동 넘너리항 어촌의 모습
청각 말리는 여수 신월동 넘너리항 어촌의 모습
청각 말리는 어촌마을 여심
청각 말리는 어촌마을 여심

여수 신월동 넘너리항은 요즘 청각이 지천에 널렸다. 청각을 다듬는 어촌여인네들의 바쁜 손길을 잠시 멈춰 세웠더니 청각 얘기가 술술 나온다.

"청각을 바다의 녹용이라 불러요. 배타고 바다에 가서 뜯어온 거예요. 청각을 말리면 1/20로 줄어 들어요. 청각 20kg 말려 물이 빠지면 1kg을 건져요. 1kg에 만원씩 파니 거져주는 것 아닌가요. 말린 청각을 분말로 갈아서 먹으면 항암에도 좋아요. 요즘 같은 한여름은 청각채로 사랑받고, 겨울엔 김장김치에 넣으면 끝내줘요."

수확시기가 7~8월인 청각은 열량이 거의 없다. 청각을 '바다의 녹용'이라 부른 이유는 사슴뿔과 생김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산어보> <동의보감>도 격찬한 청각의 효능

청각을 데쳐 만든 새콤달콤한 청각채 요리는 밥도둑이다
청각을 데쳐 만든 새콤달콤한 청각채 요리는 밥도둑이다

새콤달콤한 청각요리는 입맛을 사로잡는다. 생선 독을 다스리는 청각은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도 좋다. 특히 산모에게 좋은 식재료로 알려졌다.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리는 음식궁합을 지녔다.

고서에도 빠지지 않는 청각.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감촉이 매끄러우며 빛깔은 검푸르고 맛은 담담해 김치의 맛을 돋운다고 기록돼 있다. 예로부터 김치의 맛을 내는 재료로 사용되었다는 얘기다.

또 허준의 <동의보감>에 청각은 성질이 차고 독이 거의 없어 열기를 내리는 해열식품으로 많이 쓰였다고 기록되었다.

청각은 담이나 신장결석을 해소하고, 아침저녁 반잔씩 마시면 야뇨증을 고칠 수 있고, 구충제로 이용되기도 했다. 특히 섬유질이 많아 배변이 용이한 청각은 비타민 C와 칼슘, 인 그리고 미네랄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촌에 널린 청각말리는 풍경이 감미롭다. 여태껏 건성으로 봤는데 어촌에서 청각을 자세히 보니 꼭 사슴뿔을 닮았다. 볼수록 신기하다. 고향에 대한 향수와 어릴적 어머니의 손맛이 떠오르는 청각. 오늘은 단골집에 들러 시원한 청각채 한사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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