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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주거 형태

몽골 유목민들의 사유체계가 한 곳에 집약된 복합적인 구조물

  • 입력 2019.10.14 16:50
  • 수정 2019.10.14 16:52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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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트를 씌워 놓은 몽골의 주거지인 게르(좌측)와 펠트를 씌우기 전의 게르 모습(맨 우측). 설치와 철거 및 이동이 간편한 친환경적인 주거형태이다 ⓒ오문수

몽골이나 중앙아시아를 여행하기 원하는 사람들은 푸른 초원에 점점이 박혀있는 하얀색 유목민 텐트에서 한 번쯤 숙박해보기를 원한다.

유라시아 알타이 민족들의 독특한 주거형태인 이 이동식 가옥은 최초의 유목제국인 흉노 때부터 궁려(穹廬)라는 명칭으로 역사에 등장했다. '穹廬'의 한문 뜻을 풀어보면 '활처럼 생긴 거처'라는 뜻으로 지붕이 활처럼 휘어진 집을 의미한다.

활처럼 휘어진 이동식 가옥을 몽골인들은 게르(Ger)라 하고, 튀르크 계열 민족들은 유르트(Yurt)라고 부른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대초원 위 천막 속에서 어떻게 살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어젯밤 심한 비바람과 함께 텐트를 날려버릴 것 같던 날씨가 다음날 아침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심한 비로 침낭이 젖어 며칠간 말려야 했지만 몽골여행이 준 추억이다 ⓒ오문수
지난 6월 한달간 몽골 동쪽끝에서 서쪽끝까지 왕복 8000킬로미터의 여행을 하다 만난 호수 모습. 아무도 살지 않는 이곳에는 유목민들이 키우는 동물들과 호수위 백조들이 초원의 주인이었다 ⓒ오문수

지난 6월 한 달간 몽골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왕복(8천㎞)할 때 필자는 텐트와 침낭을 준비해갔다. 4륜구동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잠자리는 텐트를 쳤지만 인근에 유목민이 있을 때는 게르에서 잤다.

평균고도가 해발 1580m인 몽골은 한 여름이라도 밤에는 춥다. 하여 텐트 속에서 잘 때도 침낭이 없으면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대초원에서 비바람 몰아치는 날 텐트 속에서 잠잘 때면 편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비가 새기도 하고 바람이 텐트를 그냥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인 게르는 몽골 초원에 최적화된 주거형태이다 ⓒ오문수
몽골의 밤하늘 ⓒ안동립

하지만 게르 속에서 잠잘 때면 걱정이 없었다. 중앙부에 설치된 난로에 불을 지피고 각자의 침대 위에서 이불만 덮고 자도 된다. 몽골 게르는 인류가 창안한 주거형태 중 설치가 가장 편하며 친환경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몽골 게르...기후변화로 인해 생긴 초원지대에 알맞은 주거형태

인류의 주거형태는 기후나 사회의 경제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고고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지구는 약 5만년 전에 빙하기가 시작되어 1만 2천 년 전부터 온난화 현상이 일어났다. 그 결과 북방 유라시아 대륙을 덮고 있던 빙하가 녹으면서 이 지역에 숲이 우거지고 큰 호수가 생겨났다.

유라시아 지역은 서서히 건조해지기 시작해 기원전 2천년 무렵에는 오늘날 같은 대초원지대로 변모했다. 이 같은 기후변화에 맞춰 인류의 생활형태도 변화되어 갔다.

초원 위 게르에 산다고 문명과 동떨어져 살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태양광을 이용해 TV도 시청하며 핸드폰도 이용한다 ⓒ오문수
몽골서쪽 끝 타왕복드산에 오른 후 카자크족 유목민인 유르트에 초대를 받아 대가족이 사는 유목민집에서 식사를 하던 모습이다 ⓒ오문수

학자들은 몽골지역에 산재한 석기시대 동굴유적과 암각화, 기원전 4천년 무렵의 주거유적(움집) 등을 분석해본 후 오늘날과 유사한 '에스기-하나트-게르'(양털로 만든 펠트로 외곽을 덮은 천막)의 출현을 기원전 3천년 무렵으로 간주하고 있다.

유라시아 역사상 최초의 유목제국인 흉노의 게르는 '궁려(穹廬)'라는 이름으로 중원에 소개됐다. 궁려는 달구지 위에 실린 것과 땅위에 설치하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이 명칭과 종류는 후대의 유목제국인 선비, 오환, 타브가치, 유연, 돌궐, 거란, 몽골제국, 북원까지 이어졌다. 16세기부터는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게르가 완성되었고 라마교의 융성과 함께 게르 형상의 고정가옥으로 발전되었다.



몽골건축가 "몽골게르는 멍케-텡게리(영원한 하늘) 사상이 반영된 건축물"

몽골 건축가 다아잡은 "몽골 게르는 구조적으로 원형의 토대 위에 무수한 삼각형 조합의 연속으로 만들어진 멍케-텡게리(영원한 하늘) 사상이 반영된 건축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몽골 게르는 나무와 천의 결합으로 구성된다. 각 구성요소와 기능을 일곱 개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펠트를 덮지 않은 게르 모형으로 맨 가운데 빵모자 처럼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토오노다. 호스테이 국립공원 전시관에서 촬영했다 ⓒ오문수

◆하나(Khan)-게르의 몸통이자 벽을 구성하는 구조물로 자작나무, 버드나무로 만든다.
◆토오노(Togunu)- 게르 천장의 중심부에 위치해 오니를 고정하는 원형의 목재 구조물
◆오니(Uni)-오니는 토오노를 떠 바치고 있는 우산살 형태의 나무들
◆하알가(Khagalga)-문틀을 지칭하며 보스고(Bosugan)는 하부 문지방, 톡토(Totugu)는 문틀 상부, 하탑치(Khatabchi)는 문틀 좌우 부분
◆바가나(Bagana)-토오노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어르흐(Eruke-n)토오노를 덮는 사각형 펠트조각
◆토오르가(Tagurg-a)나무벽을 둘러싸는 펠트


몽골 게르는 원형, 삼각형, 버드나무라는 3의 성수 조합을 통해 북방문화원형이 깃든 세계관, 계절과 시간, 별자리, 문양 등 갖가지 상징을 만들어 내고 있다. 즉 하늘의 중심 별인 북극성이 '어르흐'를 열고 버드나무로 된 '토오노'를 거쳐 성스러운 기둥 '바가나'를 타고 내려와 집안의 생명과 가계의 연속성을 상징하는 '골롬타(난로)'에서 지상의 불로 타오른다.



몽골게르에 들어갈 때 지켜야 할 예절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몽골인들에게는 꼭 지켜야 할 금기사항이 있다. '물에 오줌을 눈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금기와 '절대 문지방을 밟지 말라'와 같은 금기가 있다. 몽골인들은 문지방을 밟으면 주인의 목을 짓밟는 행위와 동일시하고 있다. 다음은 게르에 들어갈 때 지켜야 할 금기사항들이다.

게르 내부의 중심에는 몽골인들이 절하며 기도하는 공간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오문수
게르 입구 오른쪽에는 여인들이 차지하는 주방이 있다 ⓒ오문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인사말을 한다.
◆중앙 난로 옆에 좌우로 2개의 기둥이 나란히 놓여있는데 왼쪽 기둥 바깥쪽에 서서 주인이 권하는 자리에 앉는다.
◆두 기둥 사이로 오갈 수 없다.
◆자리에 앉아서는 그들이 주는 수태차를 정중하게 두 손으로 받아 마신다
◆용무가 끝나 나올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되돌아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앞쪽을 지나 나온다.
◆절대 문지방을 밟지 않는다.


게르는 태양의 움직임은 물론 별자리나 빗소리, 바람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친환경적인 집이다. 밤에 소변을 보러 밖에 나오면 별들이 머리에 쏟아질까 두렵다.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은하수와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별자리를 헤아려볼 수 있는 몽골 게르에서 숙박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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