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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어난 강물... 사막에서 홍수를 만날 줄이야

[몽골여행기] 뜻밖의 난관

  • 입력 2019.10.31 10:55
  • 수정 2019.10.31 11:02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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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 가보지 않은 분들은 대부분 SNS로 보았던 몽골 풍경을 상상한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에서 유목민들이 기르는 동물들. 특히나 유목민들이 5축(畜)이라 부르는 가축인 소, 말, 양, 염소, 낙타들이 한가로이 풀뜯는 모습에 환상을 갖는다.  

뿐만 아니다. 예쁘게 생긴 유목민 주거지 게르 주변에서 말을 타고 동물들을 몰고가는 모습이 여행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원시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놀랄 만큼 아름다운 몽골의 자연 비경

1,564,517㎢의 광대한 땅. 한반도의 7배 넓이에 황량하게만 보이는 몽골에 볼 게 있을까? 초원 외에는 볼 게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놀랄 만한 비경이 숨겨져 있다.

서쪽 알타이산맥에는 4천미터에 달하는 고봉 준령들이, 동쪽 스텝 지대에는 드넓은 초원이 있다. 북부 시베리아에는 타이가 지대가 펼쳐지고 남쪽의 사막지대에는 매혹적인 모래 사막이 있다.

일행은 말을 타고 몽골 서쪽끝 타왕복드산(4374m)에 올랐다. 타왕복드산에는 만년설이 쌓여 빙하가 흐르고 있었다 ⓒ오문수
저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사막을 걷는 낙타들 모습 ⓒ오문수

사시사철 만년설을 뒤집어쓰고 있는 설산, 끝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맥, 바라보다 기절할 만큼 눈이 시리고 아름다운 강과 호수, 엊그제까지 폭발했다가 쉬고 있는 휴화산, 숨을 멎게 하는 인류학적 자료를 간직한 동굴들, 눈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초원, 매혹적인 고비사막과 한국인의 뿌리를 캘 수 있는 사료가 즐비하다.

그래서 나는 지난 6월 배낭을 메고 몽골로 떠났다. 6월 2일부터 7월 1일까지 꼬박 한달이다. 주변에서는 "몽골이 뭐 볼게 있다고 가지?" 하는 비아냥 소리도 들렸다.

몽골이 황량할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된다. 몽골 성산 수타이산으로 가던 도중에 촬영했다. 황량한 사막을 가다가 때론 온갖 꽃이 피는 절경을 만나기도 한다 ⓒ오문수

하지만 여태껏 유명하다는 세계 여러나라 명소를 돌아보았으니 이제부터는 인간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지역을 찾고 싶었다. 말은 통하지 않으나 외부인, 특히 한국인에 대해 따스한 눈길을 보내주는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사는 몽골을 돌아보고 싶었다.

더위를 피해 강물에 들어갔던 말들이 반대쪽 풀밭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오문수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독자들이 몽골에 대해 말할 때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몽고의 정식 국가명칭은 몽골리아(Mongolia) 즉, 몽골로 불러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몽고(蒙古)'라는 명칭 속에는 비하하는 의미가 들어있다.

몽고의 유래는 중국인들의 중화사상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인들은 자국 이외의 나라들을 전부 오랑캐로 취급했다. 한국도 '동이' 즉, '동쪽 오랑캐족'으로 불렀다. 중국인들이 불러왔던 '몽고'는 '무지몽매하고 고루한 오랑캐족'이라는 뜻이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들을 둘러싼 다른 민족들에게는 서융, 남만, 북적 등의 오랑캐라는 뜻이 들어간 명칭을 사용했다. 투르크 족은 '돌궐'로, 훈족은 '흉노'로 표현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를 세웠던 몽골인들이 주장하는 '몽골'이란 '세상의 중심'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사막같이 펼쳐진 자갈밭에 갑자기 생겨난 강물

몽골 동쪽 도시 초이발산을 떠난 일행은 수도인 울란바토를 지나 서쪽 알타이산맥 인근 올랑곰 마을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며칠 동안 먹을 식량과 먹거리를 장만한 후 또 다시 길을 재촉했다. 

일행 중 누구도 가본적이 없는 길에는 장애물이 예고되어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 올랑곰을 떠난 차가 '웊스(Uvs)' 아이막 '사길(Sagil)' 솜에 있는 '우렉(Uureg)호수를 출발해 2961m의 '바이람(Bayram)'산을 넘자 끝없이 펼쳐진 것은 사막이었다.

아니! 사막이라기보다는 작은 자갈로 뒤덮인 자갈밭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일행은 끝없이 펼쳐진 자갈밭에 압도됐다. 이건 자갈밭이 아니라 자갈사막이다. 몽골지명인 '아이막'은 우리의 행정구역 명칭인 '도'이고, '솜'은 '군'에 해당된다.

GPS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차를 몰았지만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안 돼 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저멀리 호수가 보인다. "저기는 호수인데?"라고 말하자 몽골 운전수인 저리거가 "저건 호수가 아니라 신기루입니다"라고 말했다. 6월의 강렬한 햇빛에 달궈진 자갈들이 이글거리고 아지랑이 속에서 신기루가 나타난 것이다.

호이쳉헤르( Khoid Tsenkher) 동굴에는 그 당시(20000~15000년전) 동굴에서 살던 원시인들이 그렸던 동굴벽화가 있다. 어렵사리 동굴을 찾아가 후래쉬를 비춰 촬영했다. 바닥에는 박쥐의 배설물이 넘쳐났다. 호이쳉헤르 동굴벽화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동굴벽화다. ⓒ오문수
타미르 강 인근에는 중앙아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에 2개 밖에 없다는 천마가 그려진 사슴돌이 있다. "텡그리" 즉, 하늘을 숭상하는 몽골인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있는 기념물로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몽골문화유산이다 ⓒ오문수

푸석푸석 빠지는 자갈밭은 일행을 괴롭혔다. 이 길로 가면 제대로 가는건지 아니면 맴돌기만 하는 건지 불안했다. 이렇게 끝없이 펼쳐진 자갈밭을 헤매다 차량에 기름이 떨어지면 낭패다.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 유목민 집 한 채가 보였지만 사막화가 진행되어 풀이 사라지자 집만 남겨두고 떠나버린 것 같다. 만약 기름이 떨어져 버리고 우리를 구원해줄 사람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더군다나 몇일 전 비가 왔는지 자갈밭에는 강까지 생겼다.

참! 난감하다. 저 강을 무사히 건너 인가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하며 무릎까지 빠지는 강물속에 들어가 깊이를 재보고 있는데 갑자기 차량 한 대가 나타났다. 지형을 잘 아는 현지인 일 것이라고 생각해 반색하며 다가가니 아니다.

사막에 갑자기 불어난 강을 건너기 위해 수심이 얕은 곳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는 러시아와 우리 일행이 보인다 ⓒ오문수

며칠 전 올랑곰 수퍼에서 식량을 구입하다 인사했던 러시아인들이다. 더군다나 그들도 강물을 건너기 위해 물살이 세지 않은 곳에서 강을 건널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무사히 강을 건너게 도와준 러시아인들이 고마워! 

구세주는 아니지만 반가웠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는 동반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힘을 합쳐 얕은 곳으로 차를 몰아 강을 건널 시도를 하다 깜짝 놀랐다. 물속에 들어간 차 네 바퀴가 붕 떠서 헛돌고 있었다. 일행은 급히 차를 물 밖으로 밀어냈다.

만약을 대비한 일행은 물살이 세지만 수심이 얕은 상류로 올라가 하류로 떠내려가며 강을 건너기로 했다. 일행 모두는 팬티만 입은 채다. 먼저 러시아 운전사가 강을 건너기로 했다.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던 차가 약간 기우뚱했지만 무사히 강을 건넜다.

다음은 우리가 탄 차량 차례다. 저리거가 러시아 차량이 갔던 곳으로 차를 몰자 차가 위태위태했지만 무사히 강을 건넜다. 이제 마지막은 우리가 맨몸으로 도강을 해야 한다. 앞서간 차량의 행선지를 따라 강물로 걸어가던 신익재 사장이 걸어가다  넘어져 떠내려간다. "조심해! 괜찮아?"라고 외치자 그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옷은 다 젖었지만 다행이다.

몽골 사막에 홀로 남겨진 소 두개골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때 몽골 초원을 누비며 유유자적하던 소가 모래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막에 흔적을 남겼다. 소가 남긴 흔적도 사막의 세찬 모래바람 때문에 언젠가는 한줌의 모래로 돌아가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오문수

다음은 내 차례다.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등산용 스틱을 꺼내 강바닥을 짚으며 조심조심 강을 건넜다. 무사히 강을 건넌 일행은 기념 촬영을 한 후 "서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멋진 여행이 되길 빈다!"며 인사한 후 헤어졌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만나 깨닫는 것이다. 전혀 몰랐던 러시아인들과 서로를 도우며 강을 건넸던 추억은 곤경에 빠진 서로를 위하는 조그만 인류애의 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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