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나타난 독수리떼,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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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나타난 독수리떼, 대체 왜
  • 오문수
  • 승인 2019.11.27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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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기] 독수리 축제가 열리는 몽골 도시, 바양올기
독수리사냥축제에 참가한 바이테씨가 손자와 함께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 그는 독수리를 이용해 48년 동안이나 사냥한 최고의 사냥꾼이다. 독수리사냥꾼들 사이에서는 전설적 인물로 통하는 바이테씨는 성준환 PD의 친구이다. 성준환 PD는 이 사진으로 독일 라이카 매스터 샷(Leica Master Shot)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 성준환

"아웃도어 애호가라면 몽골에 푹 빠져들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광활하고 머나먼 그리고 이토록 아름다운 나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욱이 하이킹, 마상 트레킹, 캠핑에는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여행서 <론리플래닛> 저자 대니얼 매크로헌(Daniel McCrohan)이 몽골을 여행한 후 한 말이다. 그는 몽골 대부분을 자전거, 도보, 지프로 횡단한 후 론리플래닛 <몽골>편을 펴냈다.

필자가 몽골의 매력에 빠져 일행과 함께 사륜구동차량에 캠핑 장비를 싣고 한 달간 몽골 동서 횡단을 한 이유도 그랬다. 몽골의 매력은 거칠면서도 아름다운 자연만이 아니다. 몽골 어디를 가도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는 유목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축을 기르기 위해 초지를 찾아 이동하는 유목민들에게는 어쩌면 여행자의 DNA가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언제 어디서 만나거나 따뜻하게 대해주는 유목민들.

길을 묻거나 곤란한 일이 생겨 유목민 게르에 들르면 따뜻하고 달콤한 수태차와 간식을 내놓는 사람들. 시골에서 차가 고장나 서 있으면 지나던 운전사가 멈춰서서 도움을 준다. 잠자리가 없어 난감해지면 일가족이 기꺼이 침대를 마련해준다.

 

독수리 축제가 열리는 도시

사륜구동차량을 타고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를 떠난 일행이 10여 일만에 도착한 곳은 몽골 서쪽 도시 '바양올기'다. 바양올기까지 여행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몽골 동네는 한국의 '리' 단위 마을 정도밖에 안 되는 적은 규모였는데 바양올기에는 공항도 있었다.

캠핑과 게르에서만 자다가 몽골 최고봉 타왕복드 등산을 앞두고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 바양올기 호텔에 여장을 풀고 등산 준비물을 사기 위해 전통시장에 나가니 왁자지껄한 소음과 좌판을 깔아놓고 손님을 부르는 모습이 어릴적 한국 전통시장 모습 같다.

바양올기 마을 상공에 독수리떼들이 선회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까마귀떼인줄 알았다. ⓒ 오문수
바양올기에서 열린 독수리축제 현장 모습. 축제가 열리면 500여명이 참가하며 관심있는 외국인 여행자들도 참가한다 ⓒ 성준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가다 하늘을 보니 독수리들이 빙빙 돌고 있었다.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땐 까마귀떼인줄 알았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양올기에는 왜 이렇게 독수리가 많을까?" 하고 궁금해하다가 답을 찾았다. 이곳이 바로 독수리 축제가 열리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몽골 독수리축제를 취재했던 성준환 피디를 만나 몽골 독수리 축제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성준환 피디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몽골을 40~50번 오가며 몽골 다큐 프로그램을 제작해 KBS, MBC, EBS에 방영했다.

매년 10월 초순에 열리는 독수리축제는 서몽골 바양올기 아이막에 사는 카자흐족들의 전통 축제이다. 아이막은 몽골 행정구역 명칭으로 우리의 '도'에 해당한다.

아시아 고원과 산악지역에서 수세기 동안 이뤄지던 독수리사냥은 대부분 사라지고 일부 특권층의 스포츠나 취미로만 이뤄져 왔다. 하지만 알타이 카자흐족 사회에서는 여전히 독수리사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유럽과 한국에서는 중세부터 매나 수리를 이용해 사냥한 반면에 알타이 카자흐족 독수리 사냥꾼은 암컷독수리를 길들여 사냥한다. 암컷독수리는 수컷보다 훨씬 크고 강해서 큰 동물사냥에 적합하다.
     
독수리사냥꾼은 5~6월에 새끼 독수리를 잡아 훈련시킨다. 처음에는 새끼 독수리 눈을 가리고 주인의 회대에서 매일 먹이를 준다. 새끼가 주인에게 익숙해지면 주인의 오른쪽 손목에 앉아 먹이를 먹는 데 익숙해지도록 한다.

또한 말옆에 앉혀 말을 무서워하지 않도록 가르친다. 다 자란 암컷독수리는 키 66~90㎝, 몸무게 5~7㎏에 달하며 날개폭은 180~234㎝에 달한다. 본격적인 사냥훈련은 9월이 되어야 시작한다.

독수리를 이용한 사냥은 조직적 협력이 필요하다. 우선 한 명 이상의 사냥꾼이 산등성이에 올라 광활한 평원을 바라보며 사냥감을 찾는다. 사냥감을 발견하면 한 두 명의 몰이꾼이 사냥감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려가면서 가능하면 많은 소음을 낸다.

독수리사냥축제에 참가한 몽골 독수리사냥꾼 모습 ⓒ 성준환
독수리축제를 취재한 성준환 PD(왼쪽에서 세번째)가 독수리사냥꾼들과 함께 축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성준환

겁먹은 여우가 숨어있던 돌 밑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서다. 여우를 발견하면 사냥꾼은 독수리를 날려 보낸다. 첫 번째 공격이 실패하면 두 번째 독수리를 푼다. 이같은 과정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독수리사냥꾼들은 독수리를 이용해 붉은여우, 코사크여우 뿐만 아니라 회색늑대까지 잡을 수 있다. 그동안 주인을 위해 사냥하느라 애썼던 독수리는 5년 후에 야생으로 돌려보낸다. 독수리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건 알타이 카자흐족 전통이다.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됐던 독수리사냥, 지금은

2000년 9월 몽골독수리사냥꾼협회(MEA)와 바양올기 아이막에서는 독수리사냥을 위한 연례행사를 도입했다. 이른바 골든이글페스티벌(Golden Eagle Festival)이다. 축제가 열리면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축제를 관람한다. 독수리 축제에 참가한 사냥꾼과 최고의 독수리를 선발하는 평가과정은 다음과 같다.

▲ 독수리와 사냥꾼 용모 심사 ▲ 200미터 언덕에서 날린 독수리가 달리는 말을 탄 주인 손에 정확하게 앉는가를 심사 ▲ 표적으로 던진 늑대를 어느 독수리가 먼저 잡는가를 심사

독수리사냥축제는 문화유산과 생태관광상품이 됐다. 독수리사냥축제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것도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 수년동안 독수리를 이용한 사냥은 오히려 줄어들고 현대적 살상방법인 덫이나 총을 이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먹이를 쫓아 급강하하는 독수리 모습은 흡사 전투폭격기 같은 모습이었다. 우연히 필자 머리위로 날아가는 독수리 모습을 촬영했다 ⓒ 오문수
바양올기 인근 마을 모습으로 유목민들이 야크를 키우는 목책에 7마리의 독수리들이 앉아있었다. 독수리가 얼마나 많은 지 알 수 있었다 ⓒ 오문수

영민하고 힘이 센 몽골독수리는 발가락이 가늘고 길어야 하며 머리가 크고 빨간 눈을 가진 독수리가 좋은 독수리라고 한다. 바양올기에서는 독수리사냥꾼을 '베르쿠치'라고 부른다.

베르쿠치들은 자연에 맞서는 대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독수리사냥은 생포와 방생을 통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방식을 보여주는 훌륭한 문화유산이다. 문명발달에 따라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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