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양과 너무나 닮은 몽골 문양
상태바
한국 문양과 너무나 닮은 몽골 문양
  • 오문수
  • 승인 2019.12.02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몽골여행기] 초월적 불멸과 행운의 상징 몽골 문양
홉드시내에 세워진 장화 동상에 몽골문양이 새겨져 있다 ⓒ오문수

위키백과에 서술된 정의에 의하면 '문화'란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체계"를 말한다. 인간이 주어진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고 본능을 적절히 조절하여 만들어낸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을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어렸을 적부터 궁금했었다. 한복 치마에 곱게 그려진 금박단 그림은 어디서 왔을까? 잠자리에 들기 전에 보았던 천정 벽지에 그려진 연속무늬는 어디서 왔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궁중의상이나 노리개 등에 달린 고운 매듭은 어디서 왔을까? 
 
아마 학창시절 미술 시간에 배웠을 것 같은데 기억이 없다. 그러나 해답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 왔다. 몽골이 우리 문화의 원류였다.

몽골게르 내부 모습으로 유목민들이 신성시하는 장소 뒤 커튼에 연속문양인 알항-헤에 모습이 보인다 ⓒ오문수

동북아시아 북방민족 중 가장 유사한 문화형태를 가진 민족이 한국과 몽골이다. 두 나라는 역사, 민속, 언어, 음식, 음악, 의복 등 여러 분야에서 문화적으로 닮은 점이 많다. 13세기 원제국이 고려를 지배할 때 20만 명의 고려 여인들이 원나라 곳곳에 퍼져갔고 고려에서는 원나라 풍습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가진 유사한 문화형태 중 하나가 문양이다. 필자가 몽골을 여행할 때 유난히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유목민 게르 내부의 장식이나 몽골 담장에 그려진 문양과 수백기의 적석총이다.

 

한국과 몽골의 대표적 문양인 연속문양과 길상문양

< 고대 유라시아 알타이의 종교사상> 저자 박원길 교수는 한국과 몽골의 대표적 문양인 연속문양과 길상문양의 상관성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몽골의 집이나 각종 집기에 묘사된 연속문양(알항-헤에 Алхан хээ)은 한복의 금박단이나 담장에 많이 등장하는 연속문양과 일치하고 있다. 또한 몽골의 길상문양 (얼지-헤에 Өлзий хээ)은 한국의 전통매듭에서 많이 나타나며 형태가 일치하고 있다."
몽골 연속문양인 알항-헤에(왼쪽)와 몽골 길상문양인 얼지-헤에(오른쪽) 모습. 알항-헤에와 얼지-헤에는 우리 한국문화에 깊숙이 자리잡은 문양이다. 알항-헤에는 벽지나 커튼, 얼지-헤에는 매듭 속에 있다 ⓒ박원길
칭기스칸이 태어난 고향마을로 가던 중 만났던 건물에는 여러가지 몽골문양이 잘 나타나 있었다 ⓒ 오문수

연속문양인 '알항-헤에'는 '망치모양의 문양'이란 뜻을 지니며 110개에 이르는 문양형태가 있다. 알항-헤에는 대장장이의 상징으로 간주되기도 하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대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조화와 융합 사상과 함께 영혼의 부활이라는 상징이 숨어있는 알항-헤에는 자기복제라는 방식을 통해 같은 문양이 끝없이 반복 재현되는 초월적 불멸을 갈구하는 느낌을 준다.
 
'얼지-헤에'는 '길상문양'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유목민족은 가축과 일생을 보내며 가축을 길들이기 위해 가축을 통제할 수 있는 끈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117개의 형태가 있는 얼지–헤에는 가축을 묶는 끈의 매듭 모양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몽골 남녀의 결혼반지 모습으로 몽골에서 여수로 시집온 델게르마가 보내준 사진이다. 하탄-수이흐(왼쪽)는 여성용, 하안-보고입치(오른쪽)는 남성용으로 몽골을 상징하는 대표적 문양의 하나다. 얼지-헤에, 즉, 길상문양으로 행운을 상징한다 ⓒ델게르마
딸 결혼식 때 사돈이 보내준 매듭으로 얼지-헤에(길상문양) 즉, 행운을 상징한다 ⓒ오문수

얼지-헤에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몽골남녀의 결혼반지로 사용되는 '하안 보고입치(황제의 팔찌 Хаан бугуйвч)'와 '하탄 수이흐(황후의 귀걸이 Хатан сүйх)'이다.
 
몽골 전통사상에서 남성의 상징은 사각형, 여성의 상징은 원형으로 몽골인들은 이 두 모양을 황제의 팔찌와 황후의 귀걸이로 부른다. 몽골고고학자 에르덴바아타르에 의하면 '지금까지의 발굴결과 네모무덤은 남자, 원형무덤은 여자를 매장한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했다.

몽골수도 울란바토르를 떠나 바양올기로 가던 중 만난 어느 집 담장 모습으로 하탄-수이흐(마름모꼴) 문양과 하안-보고입치(원형) 문양이 그려져 있다. ⓒ오문수

에르덴바아타르의 견해는 북방민족의 자연법적 인식체계와도 합치하고 있다. 사상적으로 중원지방은 남성을 원형(하늘), 여성을 사각형(대지)으로 간주하지만 북방민족은 그 반대로 간주하고 있다.
 
몽골의 결혼풍속을 추정할 경우 두 개의 무늬에 담긴 상징은 남녀의 상징물이 서로 교환되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방어와 수호, 부정제거뿐만 아니라 대지신 상징
 
몽골의 문양 중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격자문양이다. 북방민족의 역사유물에서 몽골게르와 함께 격자문양을 상징하는 것이 투르크시대의 제사유적에서 나타나는 '하실라가 촐로오'(판석묘)가 있다.
 
'방패'라는 뜻을 지닌 하실라가 촐로오는 북방민족의 독특한 장례풍속 중 하나인 '툴레시'라는 희생제가 행해지는 장소로 '죽음의 돌집'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실라가 촐로오가 원형그대로 보존된 곳 중 하나가 호스타이 국립공원의 엉거트 제사유적이다.

몽골 유목민 게르 내부 모습으로 격자무늬 벽이 보인다. 격자무늬는 방어와 수호, 부정제거를 상징한다 ⓒ오문수
호스타이 국립공원에 있는 하실라가 촐로오(판석묘)로 북방민족의 독특한 장례풍속 중 하나인 "툴레시"라는 희생제가 행해지는 "죽음의 장소"이다. 돌표면을 자세히 보면 격자무늬가 새겨져 있다. 격자무늬는 방어와 수호, 부정제거 뿐만 아니라 대지의 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오문수

이 제사터는 가로, 세로 1~2m의 4개 돌로 만들어져 있는데 돌들의 바깥 표면에는 몽골게르의 벽과 같은 격자형 무늬가 새겨져 있다. 격자무늬는 방어와 수호, 부정제거 뿐만 아니라 대지신을 상징하는 기능으로 땅의 상징이기도 하다.
 
몽골에서는 삶이 끝나고 죽음이 다가올 때 흔히, "하낭 게레스 하단 게르트, 에스기 게레스 엥게르 게르트"(Ханан гэрээс Хадан гэрт Эсгий гэрээс Энгэр гэрт) 즉, "벽이 있는 집에서 바위 집으로, 에스기 펠트의 집에서 산기슭의 집으로"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몽골전통 장례풍습을 보여주는 이 말은 북극성의 빛이 임한 성소인 버드나무 격자의 집에서 태어나 격자의 바위동굴이나 양지바른 산기슭에 묻혀 저승세계인 북두칠성의 나라로 간다는 뜻이다.
    
몽골여행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 특히 몽골은 민속문화를 연구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보물과 같은 존재이다. 몽골여행 후 한국 곳곳에 퍼져있는 전통문양의 상징은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됐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