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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국가산단 사내하청, 이대로 좋은가?

10일 상공회의소 공청회에서 실태 상세히 소개
“인건비를 마치 공사비처럼 최저가입찰하는 것은 맞지 않아”
여수산단 역시 '안전의 외주화'로 비정규직 위험에 노출
노무사 조언... "자회사 설립해 ‘직접고용’등 해법 찾아야"

  • 입력 2019.12.11 12:02
  • 수정 2019.12.12 11:32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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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국가산단 사내하청 실태에 관한 공청회' 장면

10일 오후 2시 여수상공회의소 2층 소회의실에서 '여수국가산단 사내하청 실태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대표적인 사례로 ‘남해화학’과 ‘LG화학’의 사내하청 실태가 현장 노동자들의 소개로 상세히 알려졌다.

발표자들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마치 공사에서 최저가 입찰하듯이 진행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간성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인건비 분야에서의 최저가입찰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발표자들은 사내하청에서 ‘안전의 외주화’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현실적으로 산단에서의 사고 대부분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닥치고 있다며 늘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최저입찰제 등을 통해 본 노동법적 문제’를 주제로 발제한 이유형 공인노무사는 사내하청의 고용불안과 안전문제를 고려할 때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직접고용이라는 해법이 있으며 간접고용 대상업무를 제한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남해화학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 구성길 지회장이 ‘여수국가산단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현황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내용이다.

구성길 지회장

우리는 생산 마지막 공정인 비료포장업무와 정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다 남해화학이 제품팀 공정을 최저가입찰로 인해 지난 10월 1일부로 60여명을 집단해고하여 일부 한국노총 조합원은 10월 7일 복직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51일간 옥쇄파업하며 11월 20일 복직하였다.

남해화학의 최저가입찰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남해화학은 자체사규라는 이유로 1~2년마다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최저가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비료포장을 도맡는 사내협력업체 200명의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여수국가산단에서 유일하게 노동자를 매매하는 최저가입찰을 시행하는 남해화학의 노동자들은 생활고와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최저가입찰은 비정규직노동자를 노예시장에 놓고 최저가를 응찰한 업체를 선정하는 일이다. 수십년단 근속한 기능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쥐어짜서 남해화학 정규직들은 성과금잔치를 하고 있다

최저가입찰은 문제점이 많은 방식이다. 매번 새로운 낙찰업체가 신입사원을 채용하여 운영하다보니 노동자들은 1,2년마다 자택으로 너다섯 번의 해고예고장을 등기로 받아 가족 모두 불안에 시달린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노후를 대비할 퇴직금도 없다. 30년을 근무한 한 조합원 퇴직금은 겨우 몇 백만원 뿐이다. 입사 이후 2년마다 최저가입찰이 이뤄지다보니 소속회사가 바뀔 때마다 퇴직금을 정산해야 한다. 이렇게 반복적인 입찰로 인해 35년 근속해도 신입사원과 퇴직금이 같아 노후를 준비할 수 없다. 그마저 이 퇴직금마저 자녀 학자금으로 충당하여 생활고를 겪어 노후 대비는 꿈도 꿀 수 없다.

임금 인상 역시 불가능하다. 최저가입찰로 인해 새롭게 낙찰된 회사는 첫 해, 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없다며 동결하고 다음 해는 곧 최저가입찰을 해야 하는 처지라며 임금인상을 거부한다. 최장 35년 근속한 노동자와 1년된 노동자 모두 최저시급 8,350원을 받고 있다. 1,2년마다 최저가입찰이 반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불가능하다.

또한 노동강도가 갈수록 늘어나 산재사고 위험 역시 증가한다. 최저가입찰로 업체는 작업 투입원을 축소하고 노동자들을 고강도 노동에 밀어 넣어, 끊임없이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다. 원청사의 강압적 입찰로 회사가 낙찰되다보니 우리 노동자들은 직업선택의 자유도 없다.

최저입찰도급가액의 90% 이상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인건비인데 공사 최저가 입찰하듯 진행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간성을 파괴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짓밟는 행위이다. 최저가입찰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사내 하도급 보호 가이드라인’ 설치와 직접고용을 주장한다.

여수국가산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간 3천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데 이는 40년 전 미국 노동자들의 근무시간과 같다.

공장에서 제일 더럽고 위험한 작업을 도맡아 하면서 목숨을 담보로 산재사고에 노출된 채 작업을 하고 사고가 나도 원청사의 압박으로 산재처리를 못하고 사비로 치료받고 있는 것이 대다수 하청 노동자들의 실상이다. 여수국가산단 1백조 매출은 하청비정규직노동자들의 피눈물이다.

올해도 해고예고장을 두 번이나 받았다. 아무리 오래 근무해도 새로운 업체가 선정되면 우리는 ‘새 노동자’나 마찬가지다.

대기업을 상대로 불안정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스스로 현실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기관이나 여수시의회 차원에서 대책을 만들어 우리가 당당한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

 

다음으로 LG화학 사내하청 서이철 지회장은 ‘여수국가산단 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실태’를 주제로 발제했다.

서이철 지회장

과거 3개 회사로 이루어진 LG화학 사내하청업체는 원청의 주요 간부진이 퇴사를 하면서 사내 하청을 하나씩 가져가다보니 현재 화치공장에만 7개의 사내하청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회사를 분할 혹은 합병하여 근무자를 갈라놓고 회사마다 임금체계와 복지 등 모든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LG화학 사내하청은 남해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고용 불안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LG화학 사내하청은 자회사가 아니다보니 원청의 간부진 퇴사에 맞춰 사내하청의 분할과 합병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사장이 바뀌면 회사명도 바뀌고 노동자들은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1년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곳 사내하청 근무자들 대부분 최저시급을 받고 있다. LG화학 사내하청은 정부에서 발표한 시급 1만원 정책에 대비해 상여급 400%와 근속수당을 기본급화하여 정부의 정책을 피해갔다. 원청은 천문학적 이익을 내고 있지만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최저시급 인상도 적용받지 못하고 오히려 상여금만 없어지는 결과가 되었다.

게다가 원청인 LG화학은 짧으면 15일에서 길면 한 달간 진행되는 대정비기간이 되면 하청업체에게 연차를 쓸 것을 강요한다. 대정비기간에는 물건 생산이 불가능하니 그 기간 강압적으로 하청노동자들이 공통으로 연차를 쓰게 하다보니 정작 하청노동자들은 급한 일이 발생해도 사용할 연차가 없어 사측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하청업체 본연의 직무가 아닌 외주작업도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작업의 강도가 높고 산재 위험이 많은 작업이고 실제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지만 원청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없을뿐더러 업무상 부상을 입어도 치료비조차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부상을 입어도 개인 연차를 쓰고 치료비 역시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건강검진도 미비하여 하루동안 정밀검사를 받는 원청과 달리 겨우 2,3시간의 특수검진만 받고 있다. 화학물질을 마시고 호흡기질환이 우려되는 환경에서 근무하지만 정밀검사를 받지 못해 건강상태를 올바로 체크할 수 없다.

또한 작업장에 현장근무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안전펜스를 설치하여 중대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위험지역과 위험공정을 꾸준히 건의해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는 늘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이유형 공인노무사는 ‘최저입찰제 등을 통해 본 노동법적 문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유형 공인노무사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이 있는데 기간제근로자와 단시간근로자, 기타 일용직 근로자가 직접고용에 속하며 파견직과 외주 용역업체(도급), 기타 특수고용직이 간접 고용에 속한다.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은 법적 보호수준에 차이를 보인다.

파견과 도급은 둘 다 근로자가 생산한 경제적 이익이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사용사업주 또는 원청이라는 제 3자에게 귀속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파견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분리되어 있어 사용사업주인 원청도 사용자책임이 인정되고 2년이 넘으면 고용의무를 지니지만 도급은 모든 행위가 수급인인 하청에서 책임지고 관리하기 때문에 모든 법률상의 책임이 전적으로 하청에 있다는 차이점을 갖는다.

그러다보니 원청이 기간제나 파견이 아닌 도급을 선호하게 된다. 분쟁이 일어날 일이 거의 없고 해고 등 노무관리가 편리하며 각종 노동법상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급 중 외주용역업체 변경시 해고 문제로는 남해화학의 사례가 있다.

남해화학의 해고사태를 살펴보면 원칙적으로 이 상황에서 고용승계 의무는 없다. 외견상 사업양도로 보이지만 신구 외주용역업체 간에는 계약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사업양도로 인정되지 않아, 근로자의 포괄승계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고용승계의무가 명시적으로 기재된 경우나 고용승계 관행이 존재하는 경우는 고용승계의무가 인정된다.

그렇다면 외주용역업체 변경으로 해고 문제가 발생하면 대안이 없는 것일까. 여기에는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의 경우처럼 원청이 직접고용하거나 한국공항공사의 경우처럼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직접고용이라는 해법이 있으며 간접고용 대상업무를 제한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발제가 끝나고 자유발언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신성남 민주노총 여수시지부장은 “여수시민 중 여수산단과 연관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여수산단이 시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민 다수가 건전한 삶을 살아가려면 최저입찰제 같은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100조 이익에서 0.1%인 천억만 투자해도 여수에 시립병원을 지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산단 관계자는 지역민과 함께 상생하고 이익을 공유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후배 노동자들도 안전이 보장된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병필 민주노총 화섬연맹 광전본부 조직국장은 “서이철 지회장 말대로 원청의 기본적 사고가 변하지 않는 이상 하청업체들이 가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 LG화학이 2조의 수익을 올렸고 올해 수익은 1조 5천억이 예상되지만 대기오염 배출조작 사건으로 LG화학이 PVC공장을 폐쇄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4조 3교대로 돌렸다. 결국 노동자들의 급여는 반토막이 났다. 원청에서 보장해주지 않으면 하청업체들은 살 수가 없다. 오늘 공청회에도 많은 하청업체들이 원청의 눈치를 보느라 나오지 못했다. 하청업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동3권이 보장되고 원청의 책임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여수산단 사내하청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청회가 마무리되어갈 무렵 구성길 지회장은 “우리가 여수시와 국회 앞에서 많은 투쟁을 했지만 오늘 국회의원 누구 하나 참석하고 질문하지 않아서 아쉽다. 다음에는 여수국가산단 공장장협의회에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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