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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염소 사육이 증가한 이유

[몽골여행기] 고품질 캐시미어 생산하나 사막화의 원인 되기도

  • 입력 2020.01.02 14:45
  • 수정 2020.01.02 16:39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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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수타이산 모습. 수타이산 명칭은 "우유산"이란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신익재

수타이산(Sutai Khairkhan Mountain)은 몽골 서쪽에 광대하게 자리한 알타이산맥에 속해 있다. 고비알타이 주 통일솜(Tonkhil)에서 북동쪽으로 38㎞, 홉드 주 체첵솜(Tsetseg)에서 동쪽으로 20㎞ 떨어진 곳에 자리한 수타이산(높이 4090m)은 만년설에 덮여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솜'은 몽골의 행정구역명칭으로 우리의 '군'에 해당한다.

가장 추운 1월의 평균 기온은 영하 20℃~30℃ 이며, 영하 50℃ 이하로 떨어질 때도 있다. 가장 더운 계절은 7월이며 평균기온이 20℃~24℃ 이며, 40℃ 이상으로 올라갈 때도 있다. 따라서 대부분 관광객은 여름철에 수타이산을 찾는다.

일행이 묵었던 수타이산 아래 게르가 보인다. 홍수때 떠내려온 걸로 보이는 자갈길을 따라 숙소인 게르를 찾아가는데 애를 먹었다 ⓒ신익재

홉드 주 다르비(Darvi)솜에 속한 산자락은 만년설 설선을 따라 흑단숲으로 덮여 있다. 산에는 늑대와 여우, 아이벡스, 야생양 뿐만 아니라 눈표범 같은 희귀 동물들이 살고 있다. 뿐만아니라 희귀한 약용식물이 자라고 있다. 몽골정부에서는 수타이산을 성산으로 지정(2007년)해 4년에 한 번씩 제례를 지낸다.

몽골운전사 저리거가 운전하는 4륜구동차량을 타고 수타이산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도로를 벗어난 차가 목적지인 게르까지 가는 동안 몇 번을 맴돌았는지 모른다. 게다가 상류에서 떠내려온 자갈이 수북하게 쌓인 강변을 따라가는 자동차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흔들렸다.

"이런 길을 자동차가 어떻게 다닐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커다란 트럭이 일행을 마중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험한 길을 뚫고 다니려면 힘센 트럭이 제격이지" 하는 생각을 하며 트럭을 따라가니 드디어 목적지가 나왔다.

수타이산 아래 빙하를 찾아나섰는데 갑자기 진눈깨비와 함께 안개가 몰려왔다. 유목민들이 만들어놓은 가축우리 안에 피신해 있는데 놀란 게르 주인이 소리를 지르며 찾아왔다. 일행이 조난당한 줄로 알았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 오문수
게르 주인 설명에 의하면 늑대들이 자주 출몰해 가축을 잡아먹자 인공조형물인 타이어를 세워놓았다고 한다. 인공조형물을 보고 늑대들이 나타나는 숫자가 줄었다고 한다 ⓒ오문수

사방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나무들까지 울창하게 우거져 사나운 야생동물이라도 나올까 봐 염려돼 "혹시 곰이나 늑대가 나오지 않느냐?" 물었더니 "곰은 없고 늑대는 자주 나와 양을 잡아 먹는다"고 한다.

밤에 늑대가 나올까 염려됐지만 텐트가 아닌 게르에서 자고 유목민들과 함께 잠자니 다행이다. 얼마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는지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는다. 일행이 수타이산을 방문한 때가 6월인데도 추워 난로에 불을 피워 게르 안을 따뜻하게 하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전 가족이 동원돼 양털을 깎아

다음 날 아침 게르 주인이 운전하는 트럭을 타고 빙하 탐험에 나섰다. 한참을 달리던 트럭 주인이 차를 세우고 양털 깎는 현장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털 깎는 현장은 절묘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항아리 같이 움푹 패어 입구를 막으면 양들이 도망갈 곳이 없었다.

전가족이 동원돼 양털깎는 모습. 도망가는 양을 막기위해 아이들이 산등성이 쪽에서 지키고 어른들은 아래에서 양들을 잡아 사지를 묶어놓고 양털을 깎고 있었다 ⓒ오문수
유목민 아주머니가 양털을 깎고 있는 모습 ⓒ오문수

하지만 어른들이 날쌘 양들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산등성이 쪽은 몸이 가벼운 어린아이들이 포위하고 평지는 어른들이 포위해 양들을 잡아 털깎이를 하고 있었다. 양은 몽골 가축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며 세계 10위 규모를 차지한다. 몽골의 양은 혹독한 기후조건에 최적화되어 있다. 거센 털을 가지고 있을 뿐만아니라 강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양털은 보통 6월 초순부터 7월 10일경까지 자른다. 털을 자른 다음 찬 강물에 뛰어들게 하면 차가운 비뿐만 아니라 추위도 견딘다. 한 번 털을 자른 뒤 2개월 정도 털이 자란 후 다시 한번 자르는데 이때 자른 털을 '아하르'라고 하며 보통 숫양의 털을 자른다.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몽골 캐시미어 제품
 

유목민들이 양을 기를 때 염소와 함께 기른다. 양은 한 자리에 머물러 풀을 뜯지만 염소는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양들은 이동하는 염소를 따른다. 양과 염소의 비율은 7:3 정도이다. 양에 비해 염소 숫자가 적은 것은 염소가 풀뿌리까지 뜯어먹어 버리는 걸 방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몽골의 염소는 양 다음으로 수가 많다. 염소는 청각과 후각이 뛰어나고 영리할 뿐만 아니라 호기심이 많아 양보다 자연환경에 쉽게 적응한다. 그러나 겨울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양이 풀을 찾기 위해 눈을 파헤친 곳을 따라다니며 풀을 뜯는다.

고비지방 염소는 3월 중순부터, 항가이 산악지대는 4월부터 빗질을 해 '너얼오르'를 채취한다. '너얼오르'를 빗질해 채취한 다음 5월부터 6월초까지 약간 거센 털인 '할가스'를 채취한다.

몽골의 캐시미어 가공업은 1978년부터 시작되었으며 현재 일본 기술이 도입되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염소털을 가공한 캐시미어 스웨터나 목도리 등은 몽골경제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게르 주인 설명에 의하면 러시아가 몽골을 지배할 때 라마승을 학살하자 수타이산 높은 곳에 있는 동굴로 피신해 숨었다고 한다. 햇빛이 비치는 곳에는 커다란 동굴이 있다 ⓒ신익재
빙하구경을 하러가다 갑작스런 진눈깨비와 함께 안개가 몰려오자 숙소로 되돌아 오고 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가축의 똥을 주워 불을 피우고 있는 일행들 ⓒ오문수

질 좋은 캐시미어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코이카의 지원으로 몽골에 나무심기를 하는 '푸른아시아 네트워크' 몽골지부장 신기호 신부의 얘기다.

"경제성 있는 캐시미어 생산이 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양은 지상에 나온 풀만 먹지만 염소는 뿌리까지 캐먹어 버려 풀 종자를 없애버립니다. 예전에는 염소보다 양을 훨씬 많이 키웠지만 염소 사육이 증가한 것은 염소털에서 질 좋은 캐시미어를 생산하기 때문이죠."

몽골은 세계 최고제품의 캐시미어를 생산한다.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자란 염소털을 뽑아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문수
한 여름 몽골여행은 이런 눈호강을 하기도 한다. 야생화가 멋지게 피어있는 뒤로 안개가 몰려오고 있다 ⓒ오문수

유목민들이 키우는 양과 염소의 목양 비율 7:3이 변화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몽골의 5축(소, 말, 양, 염소, 낙타) 숫자가 증가한 자료를 보면 말, 소, 낙타는 1배 늘었고, 양은 2배 증가했다. 하지만 캐시미어를 생산하는 염소는 2.7배 증가했다. 시장경제로 전환한 몽골의 사정을 알지만 몽골 초원을 사막화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몽골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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