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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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선거다.”
  • 엄길수
  • 승인 2020.01.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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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엄길수
발행인 엄길수

2020년 경자년은 4.15 총선이 있는 쥐의 해이다. 지구 어딘가에 '마우스랜드'가 있다. 마우스랜드에서도 우리처럼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데, 이상한 건 생쥐들이 검은 고양이들을 매번 지도자로 뽑아왔다는 점이다.

결국 고양이들의 횡포로 생쥐들의 삶이 어려워지자 견디다 못한 생쥐들은 돌아오는 선거에서 검은 고양이를 퇴출시키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흰 고양이를 뽑는다. 물론 그럼에도 생쥐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고양이들은 고양이들만을 위한 정책을 펼쳤고 생쥐는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생쥐들은 삶이 힘들어질 때마다 여전히 검은 고양이나 흰 고양이를 뽑는다. 색깔만 다른 고양이들을 지도자로 뽑는다. 생쥐들은 자신들은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다면서 생쥐를 지도자로 뽑아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런 위험한 생각을 내비치는 생쥐가 나타나자 그를 감옥에 처넣었다.

마우스랜드의 지도자로 생쥐를 뽑아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가 그곳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생쥐들은 고양이들의 배를 불리는 식사거리로 전락하거나 이용당하고 만다.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다. 생쥐는 생쥐의 의식을, 고양이는 고양이의 의식을, 검찰은 검찰의 의식을, 그리고 노동자는 노동자의 의식을 갖는 것. 이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생쥐는 언제나 색깔만 다른 고양이를 선택한다. 그 이유는 뭘까? 우리는 지난 세월 동안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만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동네에서, 제도권 교육에서, 그리고 기울어진 운동장인 언론을 통해서 그러했다.

지난 2016 총선당시 여수지역 후보자 토론회 광경
지난 2016 총선당시 여수지역 후보자 토론회 광경

권력은 언제나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그리고 영악하다. 선으로 받는 순수와 미덕은 도덕 교과서 안에만 있다. 올해 미국 골든 글로브 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서 선을 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박사장(이선균 분)이나, 또한 <내부자들>에서 국민을 개돼지로 가축화 시켜버린 이강희(백윤식 분)나, 법정에서 국가를 대리하던 <소수의견>의 부장검사(김의성 분)처럼 권력자들은 '자기를 공격하는 자들을 내세워서 자신을 보호하는 대리자'로 만드는 일을 수없이 행한다.

그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자신에게 속한 '계급'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끊임없이 우리의 요구와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 그래야만 생쥐가 고양이를 선택하는, 노동자가 자본가를 선택하는, 민주 투사가 공안 검사를 선택하는, 공수처 법안을 찬성하는 국민이 공수처 법안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극복할 수 있다.

현실은 늘 상식을 비웃으며 우리 앞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사람들에게 갑자기 자유가 주어지면 두려워 한다. 투표라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투표라는 행위가 자유의지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마저 내 생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이 속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고의 감옥 벗어나야 한다. 마우스랜드의 고양이 국회에서는, 결단코 “당신을 위한 국회의원은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 표를 잘못 행사하여 4년 내내 가슴을 치며 후회하지 않으려면, 날카로운 이빨을 숨긴 고양이가 아닌, 내가 힘들 때 내 옆에 있어줄 생쥐들에게 행사해야 한다.

이것이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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