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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께 띄우는 편지..국회의원 후보자 '역사의식' 중요

고(故) 장환봉(당시 29세 철도 기관사) 재심 무죄는 명예회복인가?
여순사건의 본질은 해방된 나라를 또다시 지배한 미군정과 친일부활세력이 시민과 충돌한 자랑스러운 시민민족항쟁
국회창고에서 먼지 쌓여 20대 국회와 더불어 폐기처분 될 다섯 건의 특별법
여순사건특별법 입법화 제대로 해야, 후보자들 역사의식 궁금

  • 입력 2020.01.29 17:05
  • 수정 2020.01.30 11:42
  • 기자명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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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우리는 깨어있는 시민”

이번 총선을 앞두고 본지와 <여수뉴스타임즈>가 공동으로 총선칼럼 필진을 운영해 동시게재한다. 여수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지역 정치권의 혁신을 바라는 민심을 전달할 방침이다.  소설가 양영제 칼럼을 싣는다.
 

 

양영제 소설가

김 선생님 아직도 여수에서 낚시를 하고 계시는지요. 아니면 마산 집으로 돌아가 저의 편지를 기다리고 계시는지요.

말씀드린대로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여수넷통뉴스'를 통해서 채우고자 합니다. 김 선생님은 마산에서 가끔 여수 금오열도로 낚시 하러 오신다고 했습니다. 여수가 고향이고 자라난 곳인 나에게 김 선생님께서 이곳 낚시정보를 물어보시면서 자연스럽게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김 선생님과 저는 안도 선착장에 내렸습니다. 갯바위 포인트로 이동할 낚싯배를 기다리는 동안 안도 당산 밑에 세워져 있는 비석을 보면서 당신은, 여기는 명예회복이 이미 이루어졌나보네, 라고 말했습니다. 여순사건 희생자 명예회복 비석이지요. 그 말에 나는 아직 온전한 명예회복이 된 상태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안도 여순사건 명예회복 기념비

그러자 김 선생님께서는 2020년 1월 2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1948년 계엄 군사법정에서 내란 및 국가문란혐의로 기소되어 사형 당한 고(故) 장환봉(당시 29세 철도 기관사) 재심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므로 명예가 회복된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잠시 침묵하였습니다. 김 선생님의 그 말씀에는 하나의 판결에 두 가지 음과 양의 파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이승만 초대정부가 세워지고 군사독재로 이어지면서 부당한 방법으로 탄생한 정권들은 내국민 일부를 적으로 규정해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빨갱이 또는 반란 부역자 자식이라는 주홍글씨가 지울 수 없는 문신으로 새겨진 국민들은 그들의 권력유지 도구로 이용됐습니다. 김 선생님은 긴 세월, 연좌제에 얽혀 고통 받은 이들에 대한 연민과 함께, 이제는 법원 무죄판결로 반란 부역자라는 죄에서 벗어나 선량한 양민으로 명예회복이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하나, 김 선생님 말씀에는 1948년 10월 민족사에 기록될 위대한 ‘여순시민민족항쟁’은 반란이라는 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게 어디 김 선생님 개인의식 탓이겠습니까. 지난 세월 위정자들이 국민들 머릿속까지 압제하여 조작해 놓은 탓이겠지요.

아직도 극우보수단체 등이 자신들의 반공 기득권 유지를 위해 끝없이 ‘여순항쟁은 반란’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탓이지요. 여수사람 중에도 반란이라는 조작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 이는 무리가 아닙니다.

이번에 열린 고(故) 장환봉 재심 무죄판결에서도 여전히 사건의 성격에 대한 온전한 명예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판결문 전문을 읽진 못했지만 매스컴에 보도된 판결요지는 이렇습니다. 미군정이 종식상태에서 미군정 포고령 제2호 위반 적용은 잘못되었다. 명령을 거부한 채 군사집단 행동한 14연대에 협조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 이런 취지로 부역혐의로 계엄군에 체포되어 군사법정에 의해 사형 당한 고 장환봉 씨는 무죄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형식적으로 대한민국 초대 이승만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미군정 포고령 적용은 잘못된 것이다. 또 고 장환봉 씨가 반란군에 직접 협조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당시 계엄 군사법정이 사형을 판결하고 집행한 것은 부당한 것이다. 대략 이런 취지의 무죄판결로 보여집니다.

미군정 포고령 2호 포스터

미군정 포고령 2호의 핵심 요지는 ‘남한을 점령한 미군정의 지배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는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승만 초대정부가 들어서면서 효력이 상실된 미군정 포고령을 발판삼아 당시 군사법정이 사형 판결을 내린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법원이 무죄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형식 논리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 이승만 초대정부는 사실상 미군정 대리나 다름 없었고 제헌헌법이 제정되었다고 하나, 반민족 이승만 계엄 법정이 헌법 따위를 따져가며 사형판결을 하였겠습니까. 이렇게 보니 한국 현대사에 대한 비애감이 다시금 느껴집니다.

좀 더 격하게 표현하자면 이승만 반민족 정부는 미국의 신식민지 대리정부라는 것입니다. 그 정부를 대다수 구성하는 한민당 자들은 친일로 부를 쌓은 자본가 계급이었고, 군경은 이승만과 미군정에 의해 부활한 일본 황군 출신들이며, 군사재판 판검사 출신 역시 그러한데 고상하게 헌법 따위 따져가면서 사형판결을 선고했겠습니까. 안 봐도 비디오인 것이지요.

하여튼 이번 정식 재심판결로 개인의 명예회복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여순시민민족항쟁’ 성격에 대한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재판장도 당시의 문제를 일괄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입법부인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나 봅니다. 결국 여순시민민족항쟁 성격을 본질적으로 규정하여 온전한 명예회복이 되려면 국회에서 입법화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저는 국회 입법 발의된 여순사건특별법을 비교하여 따져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20대 국회와 더불어 폐기처분될 다섯 건의 특별법 발의안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여수지역 국회의원 주승용 의원의 특별법 발의 주요내용은 이렇습니다.

주승용 의원 발의안 주요내용

‘여순시민민족항쟁’ 성격을 ‘항명 사태’ 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여수 신월동 주둔 14연대가 반민족 이승만 정권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것이 항명이라는 것이지요. 그 명령이 제주도 사람들을 학살하라는 것인데, 민족과 역사에 죄인이 되지 않겠다고 거부한 것이 항명이라면 사건 자체는 여전히 반란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만약 이런 내용의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이번 고(故) 장환봉 재심무죄판결은 반란에 협조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라는 판결로 회귀됩니다. 그렇게 되면 사건 성격과 개인은 불일치되고, 강요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사건과 연관성이 있든 없든, 여순사건은 시민민족항쟁이 아니라 여전히 반란이라는 규정 상태에서 내려진 개별적 부역여부 판결이 되어버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법안을 발의한 주승용 의원은 언론 매체 인터뷰를 통해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에 재심 무죄판결을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여수 지역을 넘어 전남 동부 지역민, 더 나아가 전 국민이 두 팔 벌려 열렬히 기뻐할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일본군 군수물자를 조달한 천일고무공장 사장 김영준도 14연대 봉기군에 의해 처형되었습니다. 그럼 친일파 김영준도 민간인 희생자가 되는 것입니까. 일본 천황폐하 침략전쟁 일본군을 위한 임전보국단을 꾸려 제로센 전투기를 헌납한 그도 민간인이라는 이유로 민족 앞에 무죄가 되는 것인지요.

전 국민이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했는데 그럼 여수보훈단체나 전국 극우보수단체들도 정말 이를 환영하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반민족 이승만의 제주도민 학살 출동 명령은 부당한 것이라 14연대 봉기가 정당하다는 의미인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김 선생님, 사실 나는 정치인들의, 그때그때 달라지는 레토닉(修辭)에 대해서는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또 탓하지도 않습니다. 정치인이란 자신의 정치적 손익이나 선거철에 따라 말이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다만 정치인이 갖고 있는 세계관이나 역사관에는 관심이 있습니다. 이제는 보완되어야 할 대의정치라는 제도 속에서 국회의원 입법 활동은 여전히 국민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국회의원들의 여순사건특별법 발의안도 살펴봐야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번 21대 국회의원 출마 후보자들에게도 1948년 10월 여순시민민족항쟁의 성격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아니면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용주 의원 발의안 주요내용

이용주 의원은 사건성격을 14연대 봉기로 정의하였습니다. 그런데 14연대 봉기는 여순시민민족항쟁으로 확장되었고 여기에 ‘반민족 친일군경에 의한 학살’이라는 3단계 성격이 포괄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인데 시민민족항쟁 부분이 빠졌기 때문에 온전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는 정인화 의원 발의(예정)안 주요 내용을 보면, 여기에는 봉기, 항쟁, 학살이라는 사건 성격이 전부 빠진 채 소요사태라고 정의하였습니다. 하지만 정 의원의 정의로는 이번 고 장봉환 무죄 판결로 인한 명예회복은 어떤 명예 회복을 뜻하는 것인지 설명하기 부족합니다.

정인화 의원 발의안 주요내용

다음은 김성환 의원 발의(예정) 주요 내용입니다.

김성환 의원의 발의(예정)안은 사건을 14연대가 이승만의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진압거부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반민족 이승만과 친일파 군경이 제주도민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여기는지는 발의(예정) 주요 내용만 가지고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위의 각 의원들의 발의(예정)안은 공통적으로 사건 공간을 여수 순천 전남 동북부 지역뿐만 아니라 경상도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시 해방된 민족인 우리가 자치를 염원하고 있으며 전라도에서 경상도까지 모든 시민들이 미군정 대리인 이승만 초대정부가 획책한 남북분단과 독재구축 과정에 저항하여 물리적 충돌로 귀결되었음을 반증합니다.

김성환 의원 발의안 주요내용

여기서 마지막으로 윤소하 의원의 발의안을 살펴보겠습니다.

14연대 항명을 봉기로 규정한 의원은 이용주 의원과 더불어 윤소하 의원뿐입니다. 작년 여순사건 7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지역 방송국 토론에서 윤소하 의원이 이렇게 말한 것이 생각납니다.

“이 사건은 여수 순천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당시의 민족문제이므로 여수 순천 지역민들께서도 이 점을 깊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윤소하 의원 발의안 주요내용

그렇습니다. 여순사건의 본질은 해방된 나라를 또다시 지배한 미군정과 친일부활세력이 시민과 충돌한 자랑스러운 시민민족항쟁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법원의 판결은 단순리 개인의 명예회복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역사의 판결에서도 사건을 올바로 규정해야 진정으로 역사와 법원이, 역사와 개인이 동일시된 온전한 명예회복이 될 것입니다. 전인적 명예회복이 되려면 반드시 사건 성격자체가 명예회복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족과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사건자체를 명예회복 하려고 지금까지 애써 왔습니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이 점을 알기 때문에 국회에 여순사건특별법을 입법화시키려고 법안을 제출했던 것이겠지요. 그런데 명예를 바로 세우지 못하는 특별법은 오히려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또다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옵니다. 여수 순천 지역을 기반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각 정당 후보자들 개별 면면을 상세히는 잘 알지 못하는 저로서는 각 후보자들이 지역의 역사를 어떻게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김 선생님, 글이 길었습니다. 이 편지를 읽으셨다면 조만간 낚시터에서 김 선생님 생각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멀리 일산에서 양영제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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