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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리서 7년을 살아보니, 이젠 집앞 조경도

황토로 고구마 농사를 짓던 초보농사꾼에서 어엿한 '귀촌인'이 되기까지

  • 입력 2020.02.26 11:36
  • 수정 2020.02.26 15:55
  • 기자명 김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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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리 텃밭에 흙을 채우고 정원석을 옮기다

우두리 작은 텃밭에서는 남편의 주먹거리인 고구마와 블루베리이다. 대장암 수술을 받은 적 있는 남편은 종이 상자에 켜이켜이 쌓아 놓고 날마다 고구마를 쪄 먹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상자를 열어보니 고구마에서 싹이 트고 있었다.

눈도 코도 없는 것이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어떻게 봄이 오는 것을 알았는지 필사적으로 싹을 틔우고 있었다. 날마다 고구마를 쪄 드시는 남편께서 말씀하신다 ‘쥐 소금 먹듯 1년 내내 고구마를 먹는 우리인데, 그나마도 직접 농사를 지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풍부하게 사 먹으려먼 돈이 적지 않게 들거야“라고 말씀 하신다. 매사 절약정신이 강한 남편다운 말씀이다.

흙을 채우고 동백나무를 심다

우두리 집은 원래 작은 암자가 자리하던 곳으로, 우리는 암자의 기본 틀은 남겨두고 농가집으로 리모델링하여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시멘트 마당에 구멍을 뚫어 흙을 채우고, 또 석분을 채워 풀이 나지 못하게 했던 곳도 흙을 채워 밭으로 사용했다. 그때는 농사에 사용할 흙이 따로 있는 줄도 모르고, 황토를 구비해둔 탓에 어려움이 많았다. 딱딱한 벽돌을 만드는 황토를 농사에 사용하다니, 나중에는 곡괭이로 흙을 부숴야 고구마를 캘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오직  내손으로 직접 키운, 믿고 먹는 유기농 고구마라는 점에 위로를 삼고 그 힘든 과정도 즐겼다.

몽돌로 화단을 만들다

7년을 살아보니, 이제는 우두리의 작은 농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하는지 훤히 보인다. 아래층 밭을 없애고 몽돌로 화단 둘레를 만들어 능소화를 심고, 새 흙과 사토를 받아 밭에 흙을 더 채웠다. 다행히 우두리 주변에서 산을 황폐화 하는 공사가 많아 저렴하게 흙을 살 수 있었다. 지구 환경에는 문제가 될 지언정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포크레인으로 큰 돌을 골라내고,  울타리로 사용할 중간 크기의 돌만 모았다. 보기에는 작았으나 어찌나 무거운지 그래도 돌은 돌이었다.

결국 남편과 나는 궁리 끝에 지렛대와 리어카를 이용해 돌을 옮겼다. 포크레인을 불러야 할 것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젖 먹던 힘을 다해 '하나 둘 셋‘ 힘을 모아 돌을 옮겼다. 힘은 나이와 상관없이 쓰면 쓸 수록 는다는 것을 체험하며 서로를 대단하다고 치하했다. 정말 농촌 일은 끝이 없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우두리는 창작소다. 우두리 창작소,  날마다 변하고 새로워지는 곳! 여기 저기를 만지며 우두리에서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니 마당을 한 번만 둘러봐도 무엇을 어디에 둬야할 지 보인다. 흙을 채우니 제법 집주변이 집답게 모양새를 갖추어 간다.

돌을 깔아 장독대를 만들다

늘 미완성 같고 부족한 듯 하지만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돌을 나르며 잠자던 근육을 깨우고 막힌 혈액이 순환되는 듯하다. 차가운 바깥 날씨지만 몸은 뜨겁다. 코를 훌쩍거리며 엄지손가락 하나로 코 푸는 자유를 누린다.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 따가운 듯 후끈거리는 발그레한 볼은 식을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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