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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코로나 귀양살이’...성실성과 약자배려가 필요

알베르 까뮈 '페스트'에 등장하는 '귀양살이'나 다름 없어

  • 입력 2020.03.29 07:43
  • 수정 2020.03.29 18:09
  • 기자명 천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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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까뮈와 그의 저서 '페스트'

 

시의 문들이 폐쇄되자 그들은 모두 같은 독 안에 든 쥐가 되었으며 거기에 그냥 적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략) 이 질병의 무지막지한 침범은, 그 첫 결과로서 우리 시민들을 마치 사적인 감정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중략) 이 도시는 평상시의 통신 방법으로는 나머지 다른 지역과 연락을 취할 수 없게 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편지가 전염의 매개물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각종 서신 교환을 금지하는 새로운 명령이 내려졌던 것이다.(중략)이처럼 페스트가 우리 시민들에게 가장 먼저 가져다준 것은 귀양살이였다.
알베르 까뮈,<페스트> 민음사 p.93~98

알베르 까뮈가 1947년 발표한 장편소설 <페스트>는 알제리의 작은 항구도시인 오랑에서 흑사병이 퍼지며 일상이 파괴되는 모습을 담담히 묘사하고 있다.

지금 나 역시 한 달 넘게 계속되는 기침감기 때문에 주말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검사가 끝나면 익숙하다는 듯이 다시 병상에 누워 링겔 바늘이 꽂힌 팔을 뻗어 책을 집어 든다. 소설이 묘사한 장면과 하등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며 세계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혼돈 그 자체를 맞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은 초반의 혼란을 극복하고 치료약을 개발하여 전 세계에 보급하는 등 모범을 보이며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을 마치 사실인 양 늘어놓은 기사들이 신문 한 면을 가득 채우고 당시 유일한 예방책인 마스크마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등 불안요소들로 넘쳐났다. 거기에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 개인의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신천지’라는 종교임이 드러나자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공포와 혼돈 그 자체였던 대한민국 사회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의 노력과 의료진들의 헌신이 마중물이 되고 거기에 의식있는 국민들의 행동까지 더해지자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설 페스트에서는 병에 걸린 상태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타루와 헌신적인 의사인 르외, 신문기자 랑베르가 국민보건대를 구성해서 단결과 연대로 어려움을 극복하지만 작품 중간 중간 작가가 생생하게 묘사한 인간의 이기심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최대의 위기 속에서 연대와 하나됨을 보여야 하지만 G3인 미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리더는 오히려 자신들의 본성이 삼류 양아치에 불과하다는 점이 탄로나고 말았다.

그 덕분에 국가와 도시의 봉쇄라는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조치 없이 위기를 극복해내는 대한민국의 행보가 더욱 눈에 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코로나19를 통해 국민들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고 나 역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갈 것이다.

참, 여기서 제일 중요한 키워드는 성실성이다. 꾸준한 성실함만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성숙한 우리가 되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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