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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산 신작 장편소설 「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발간

'존재인 척 아닌 척' 이후 박금산 작가 8년만의 신작 장편소설
'페미니즘 세계를 대면한 남자'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여성의 언어를 배워가는 남자 이야기

  • 입력 2020.04.03 17:10
  • 수정 2020.04.03 18:17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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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금산

여수 출신 박금산 작가가 8년 만에 장편소설  「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를 최근 출간했다. 이 소설은 한 마디로 말해 남자가 페미니즘의 세계를 대면하면서 부닥치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 박 교수가 '제국의 ○○○'라는 책이 사법적 심판을 받게 되었다는 저자의 페이스북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책을 둘러싼 논쟁을 살피다 보니 왜 그 책이 형사소송까지 가게 되었는지 호기심이 생긴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저자가 부드러운 평화주의자와 온건한 페미니스트로 보였는데 막상 독서를 하게 되니 내용에 동의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박 교수는 ‘좋아요’를 누른 것을 후회하며 진지하게 위안부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 자신이 대학에서 가르친 제자 혜린이에게 책에서 읽은 개념들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된다.

박 교수는 이미 졸업은 했지만 제자인 혜린에게 편하게 질문을 꺼내며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하지만 혜린은 박 교수의 말에서 강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그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갈등은 증폭되고 박 교수는 교수사회에서조차 궁지에 몰린다. 박 교수는 혜린에게 사과를 하지만 사과조차도 여전히 혜린이를 힘들게 만들기까지 한다.

박 교수는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하나 점검해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언어(言語)에서 오는 문제임을 파악한다. '제국의 ○○○'에서도 자신과 혜린이 사이에서도 언어가 서로를 아프게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자신만의 언어의 영토를 가지고 있는데 무단으로 그 영토에 침입하여 무의식적으로 유린하게 된다는 점을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박 교수는 이렇게 외친다. “그래 알았어!”라고. 이제는 혜린이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그러면서 페미니즘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 혜린이를 기다리기로 하며 대단원에 이른다.

박금산 장편소설 「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대강의 줄거리에서 보듯 소설 속의 주인공인 박 교수는 페미니즘 관점이 기껏해야 여성의 몸을 훑지 않고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쩔쩔매는 데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수준인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남성주의적 인물이다. 그가 페미니즘의 세계와 본격 대면하면서 좌충우돌을 겪으며, 혜린이의 ‘눈을 똑바로 맞추고 당신을 존중합니다,라는 뜻을 보내야 한다’는 말에 크게 깨닫고, 여성의 언어를, 그 언어의 영토성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긍정적인 인물로 변화해 나간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일독을 권할 만한 소설이다.

한편 소설가 박금산은 1972년 여수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범」으로 문예중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로는 「아일랜드 식탁」, 「존재인 척, 아닌 척」이 있으며, 연작소설 「바디페인팅」, 소설집 「생일선물」,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등이 있다. 오영수문학상(2016)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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