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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야, 너만은 진실을 알고 있겠지

가슴 울컥하게 하는 세월호 어머니의 편지

  • 입력 2020.04.16 12:20
  • 수정 2020.04.16 15:16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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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

K군은 갑자기 소리를 치며 잠에서 깨어났다. 무서운 꿈, 바로 단장(斷腸-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의 꿈을 꾼 것이다.

“어디선가 어미 원숭이는 새끼 원숭이를 찾기 위해 울부짖었다.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를 잡아 배에 싣고 강으로 떠나려고 했다. 그때 어미 원숭이는 필사적으로 배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병사는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 보았다. 어미 원숭이는 애통한 나머지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K군은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거실로 나왔다. 죽음이 죽음을 부른다고 했다.

K군은 문득 친구가 그리워졌다. 오래전 4월에 친구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K군은 친구의 어머니와 마주칠 때마다 죄인 같은 마음이 들곤 했다. 어머니는 K군을 볼 때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행히도 그 친구 어머니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치매를 앓고 있어서 죽은 자식을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전 K군이 병문안을 갔을 때, 어머니는 마침내 가슴속에서 눈물을 꺼내어 보였다.

옛말에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비록 자식이 아파서 죽었지만, 그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게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어김없이 또 4월이 돌아왔다. K군은 6년 전 진도의 검푸른 바다에서 몸부림치며 죽어갔던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생때같은 자식의 죽음을 보았을 때 세월호 어머니의 가슴은 얼마나 아팠을까?

우린 마침내 가슴속에서 아픔을 꺼냈다

너는 돌 때 실을 잡았는데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걸 놓아서 이리되었을까?

엄마가 다 늙어서 낳아서, 오래 품지도 못하고 빨리 낳았어. 한 달이라도 더 품었으면 사주가 바뀌어 살았을까?

엄마는 모든 걸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벌어 보겠다고 일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 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발견된 유가족 한 어머니의 편지 내용이다.

읽고 또 읽어 보아도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K군 친구의 어머니처럼 자식이 아파서 죽어도 잊지 못하는데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자식을 보낸 어머니의 마음이야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K군은 바란다. 작은 행복을 꿈꾸는 시민들의 삶에 다시는 이런 비정상적이고 비인간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길 소망한다. 더불어 국가의 존재 이유와 정치인의 역할을 준엄하게 묻는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정치인은 국민을 위하여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세월호야, 너만는 그 진실을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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