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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여! 엉뚱한 교육 패러다임을 상상하자

애들아, 삶은 '도전 골든벨'이 아니란다
매번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는 21세기에,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졸업 후 '낡은 지식'이 될 가능성이 커
주위를 관찰하고 새로운 융합을 시도하는 학습이 중요해

  • 입력 2020.04.24 14:48
  • 수정 2020.04.29 13:25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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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공부는“도전 골든벨”이 아니란다

천재 중에도 지존의 천재가 있다. 네이버 지식인이다. 업무를 보거나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면 그는 클릭과 동시에 답을 알려준다.

KBS에서는 오래전부터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답을 틀리지 않고 맞춘 최후의 한 명의 이름을 골든벨 명예의 전당에 새겨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교육은 네이버 지식인에게 물어보면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을 진리라 믿고 학생들에게 도전 골든벨처럼 정답만 말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그 교육 내용이 전혀 쓸모없는 지식은 아니지만 그렇게 유용한가라는 물음에는 답하기 어렵다. 정해진 문제와 답을 외워 막힘없이 답하는 학생을 영리하고 똑똑하다고 말하는 것 또한 불편하다. 심지어 몸으로 표현해야 할 예체능까지, 종이 위에 적힌 문제로 만들어서 모두 같은 답을 말하게 한다. 참으로 놀라운 교육의 맨얼굴이다.

흔히 21세기를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한다. 학생들이 이런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매사에 관찰하고 조합하며 융합하는 학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나 가치는 학생들이 학교 문을 나설 때면 이미 낡은 지식이 되는 있을 것이다. 불과 2, 3개월 사이에 지식과 정보의 양이 갑절로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지식의 노후화가 빠르다.

그렇다면 우린 이런 시대를 준비해야 할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까? 교육 전문가들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논제임이 분명하다.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엉뚱한 패러다임을 생각해 보고 싶다.

우선 모든 초등과 중등학교에서는 예체능 교과를 핵심 과목으로 인식하고 학생들에게 안내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론보다는 실기 위주의 실용 기능을 습득하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학습자에게 이론을 암기하게 하고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1인 1기능을 몸으로 익혀서 아침마다 감성과 체성을 맘껏 발산하게 하는 것이다.

체육교과를 생각해 보자. 기본 이론은 최소화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 하나쯤 완벽하게 몸으로 익히도록 지도한다. 그렇게 익힌 운동을 매일 등교 후 1시간 정도 자유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초등부터 중고등 12년 동안 체육 과목을 배우지만 과연 완벽히 마스터한 운동이 한 가지라도 있는가? 졸업 후 성공한 사람만이 하는 운동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학교에서부터 생활화하고 사회생활에 나가서도 일상화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국, 영, 수, 사,과의 지식 위주의 전달 수업에서 탈피해야 한다. 일상의 모든 것을 관찰과 체험하며 그것을 토대로 생각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다.

국어를 예로 들어보자. 국어는 타인과 소통을 하기 위한 도구 교과이다. 그렇기에 독서나 영화 감상을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책이나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을 만나고 사회현상에 접하며 자신만의 의문지를 만들고 해답지를 완성하게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능하겠지만 필요하다면 협력학습을 통해 문제점을 찾고 대안을 제시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여 친구들과 내용을 공유하며 깊이 있는 토론까지 병행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문학 영역( 고전, 철학, 심리, 독서, 문화, 예술, 남성학, 여성학, 성 등 )을 초등과 중등 교육 현장에 도입하는 것이다.

주제별로 외부 강사를 초빙하거나 인터넷특강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삶을 안내하고 질의와 응답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가 참 자아 찾기, 타인과의 관계 맺기 그리고 사회 통찰하기까지 세 가지의 주제를 고민하여 이른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명제에 대한 답을 찾아보며 삶을 설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듯 예체능 교육 중시, 탐구적 지식 익힘, 인문학과의 대화 등 큰 교육을 통해 자아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뇌하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올바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정립하게 해야 한다.

애들아! 그냥 오늘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거라

지금부터는 '명문'이란 단어를 지워버리자. 어느 학교만 졸업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허무맹랑(虛無孟浪)한 말을 하지 말자. 어느 직장만 들어가면 인생이 완성된다는 침소봉대(針小棒大)의 말을 하지 말자. 즉 명문대, 고위직이라는 의례를 통과하면 365일 웃음꽃이 필 것이라는 삶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하지 말자.

애들아! 삶은 절대 서바이벌 도전 골든벨이 아니란다. 삶은 그리 쉽게 말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단다. 그래서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거야. 삶은 쉽지도 않지만 그리 어렵지도 않단다.

늘 고통과 기쁨을 따뜻하게 앉아 줄 자아만 있다면 우린 모두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단다. 지금부터는 기성세대가 말했던 성공과 출세라는 단어를 지워버려야 한다. 그냥 쉬지 말고 오늘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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