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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댓꿀쇼, 부정선거 논란 ‘검증’한다더니 ‘헛발질’

20일 방송서 진보와 보수 모두 부정선거 '음모론' 폈다 주장... '여주'를 '여수'로 잘못 말하는 말실수까지
18대 대선 'K값'과 구로 우편투표함 등을 음모론이라 주장하지만 사실과 달라

  • 입력 2020.04.27 14:40
  • 수정 2020.04.28 12:02
  • 기자명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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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의 댓꿀쇼 갈무리

매일 아침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CBS 김현정의 댓꿀쇼’는 지난 20일 최근 통합당 일각과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 번진 부정선거 논란에 대해 팩트 체크하는 방송을 하였다. 하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 무근’임을 알리면서도 일부 부정확한 정보 전달과 진실 왜곡으로 되레 팩트 체크 대상이 됐다.

김현정 앵커는 변상욱 전 CBS 대기자, 김준일 기자와 함께 “누군가 선거에 장난쳤다? 팩트체크 해봅니다!!”라는 제목으로 20일 댓꿀쇼를 진행하였다. 김 앵커는 “지난 주말 사이 부정선거 운운하는 이야기들이 SNS상 또 유튜브상에 넘쳐났다. 통합당에선 그런 이야기 꺼내지도 말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왜 그런 이야기가 퍼져 나가는지 따져는 보자. 무슨 일이냐”고 말했다.

이에 김준일 기자는 “(제기된) 부정투표 의혹에 대해 여러 언론사가 팩트 체크를 했다. 그런 의혹이 있다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되고 그게 사실이 아님을 시청자가 아셔야 되니까 하나씩 소개를 해드리겠다”며 사례를 들기 시작했다. 김 기자는 “첫 번째 의혹 하나는 ‘여주’에서 투표용지가 섞인 걸로 보이는 파쇄 종이들 더미 사진이 올라오면서”라 말한다.

그러자 ‘여주’를 전남 ‘여수’로 잘못 알아들은 김 앵커가 “여수에서?”라고 하자, 김 기자도 “네. 여수에서, 여수선관위에서 조작된 거 아니냐, 라는 얘기가 나와서 ‘이런 거는 있을 수 없다’라고 했는데 JTBC와 연합뉴스에서 모의 투표지였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한다. 사실은 경기도 ‘여주’에서 벌어진 일인데 전남 ‘여수’에서 벌어진 일처럼 잘못 전달한 거다. 하지만 이 정도면 가벼운 말실수에 속한다.

김 기자는 최근 유튜브와 SNS상에 널리 퍼진 서울 · 경기 · 인천지역의 63% 대 36% 비율 의혹, 양천구의 뜯겨 길바닥에 버린 투표함 봉인지 의혹, 투표함 서명 바뀐 의혹 등에 대해 짧게 소개한다. 이어 댓꿀쇼 측에서는 이 같은 주요 의혹들을 팩트 체크해 사실 무근임을 알린 정리한 ‘YTN의 뉴스 영상’(http://go9.co/ONz)을 보여준다. 21대 총선 선거 부정 의혹과 관련해 CBS 김현정 댓꿀쇼가 직접 취재해 팩트 체크한 새로운 내용은 딱히 없었다.

김준일 기자는 “논리가 없어서 음모론이 되는 게 아니라, 논리가 과잉돼 음모론이 된다”며 “(음모론자들은) 단 하나의 우연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건 논리적으로 설명이 돼야 되는 거다.”라 말한다. 이어 “사실은 이게 보수나 진보 똑 같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진 뒤로 어마 무시한 음모론들이 나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영화 <더 플랜>에서 제기한 이른바 ‘K값’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총수가 <더 플랜>에서) 문재인이 받은 (득표수) 총수의 문재인의 무효표, 박근혜가 전체 받은 총수의 박근혜 무효표가 1.5배, 박근혜에게 계속 전국 선관위에 똑같이 나왔다더라 했다. 그런데 그 K값이 2012년 대선에 1.5였고 2017년 대선에 문재인 홍준표 K값이 1.6이었다. 그러면 2017년 대선도 조작이란 얘기다. 그래서 그 가설은 이미 깨졌다. 그래서 음모론은 현실을 부정할 때 생긴다.”

하지만 김준일 기자는 영화 <더 플랜>에 나오는 ‘K값’의 개념 설명에서부터 오류를 보인다. 그는 ‘미분류표’를 ‘무효표’라 잘못 말했다. ‘미분류표’와 ‘무효표’는 전혀 다른 개념이며, 미분류표는 무효표가 아니라 ‘재분류가 필요한 표’에 해당한다. 이를 선관위는 ‘미분류표’라 내내 쓰다가 영화 <더 플랜> 이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여 ‘재분류 대상 투표지’라 용어를 바꿨다.

<더 플랜>에 나오는 ‘K값’이란 투표지분류기가 미분류한 표, 즉 분류에 실패해 미분류 포트로 쏟아낸 표 가운데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분류표 득표수 비율로 문 후보와 박 후보의 미분류표 득표수 비율을 나눈 값을 말한다. 투표지분류기가 정상적으로 분류한 분류표나 미분류표나 득표수 비율은 동일하거나 근사치여야 상식에 맞다(더 자세한 설명은 다큐 영화 ‘더 플랜’을 참고할 것. http://go9.co/ONA).

그런데 18대 대선의 문 후보와 박 후보의 미분류표를 다시 분류해 보니 정상 분류표 비율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K값은 1이 아닌 1.5로 나왔다.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거다. 영화 <더플랜>은 이를 근거로 18대 대선에 일종의 ‘플랜’이 있었던 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CBS 김현정 댓꿀쇼에 출연한 김준일 기자

이에 대해 김 기자는 “지난 19대 대선 결과에서 문재인 VS 홍준표 후보의 K값이 1.6이 나왔으니 김어준이 제기한 K값 의혹은 깨졌다”고 말한다. 뉴스타파가 <더플랜인가 노플랜인가>(2017. 7. 7)에서 주장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더플랜>이 제기한 K값 의혹은 깨졌다”고 일축한 거다.

하지만 당시 뉴스타파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 채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 18대 대선 1.2위, 19대 대선 1.2위 후보자의 K값 차이만을 단순 비교한 뒤, 문 후보에 비해 박근혜, 홍준표 후보가 미분류표에서 크게 이기는 건 애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주장한 거다. 김보협 기자(한겨레신문)가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나와 농담처럼 말한 ‘노인 손 떨림설’, 즉 “박근혜 후보나 홍준표 후보의 지지자들은 고령층이 많아 그들이 기표를 부정확하게 하다 보니 미분류율이 높게 나온다”는 가설을 뒷받침한 내용이었다.

이 같은 뉴스타파의 주장이 맹점이 있다는 사실은 현존하는 16대, 17대 대선과 17대 총선 개표 자료를 대조해 보면 금세 드러난다. 16대 대선 서울 관악구는 116개 투표구에 투표자수가 29만 5,213명인데 K값 1.04였고, 17대 대선 서울 노원구는 121개 투표구, 투표자수가 30만 6,503명인데 K값이 1.02였으며, 17대 대선 용인 수지구는 58개 투표구이고 투표자수 14만 500명인데 K값이 1.04로 나타났다.

또한 17대 총선 노원구(갑) 선거는 전체 36개 투표구에 투표자수 8만7,597명인데 K값이 1.05이다. 모두 분류표나 미분류표나 비율이 거의 유사한 상식적 결과가 나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뉴스타파는 이처럼 자신들의 가설과는 전혀 다른 K값은 외면한 채 18대 대선과 19대 대선의 K값만을 단순 비교한 뒤 <더플랜>이 제기한 K값은 ‘음모론’이란 주장을 펼쳤다.

뉴스타파가 간과한 또 다른 변수들도 있다. 16대부터 18대 대선까지는 동일한 A업체의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했으나, 19대 대선에서는 다른 B업체가 제작한 신형 기기를 썼다. 16~18대 대선 때까지는 부재자 투표를 시행하였으나 19대 대선 당시는 부재자투표 제도가 없어지고 대신 사전투표제도를 실시하였다. 이 같은 변화된 사항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18대 대선과 19대 대선의 K값만을 비교한 뒤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시민 1만여 명은 18대 대선 조작 의혹 규명을 위해 2013년 1월 대법원에 대선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선거법상 180일 이내 선고하게 돼 있는 이 재판을 무려 4년이나 열지 않다가 박근혜 씨가 탄핵된 뒤에야 ‘대통령이 탄핵돼 재판으로 구할 실익이 없다’는 핑계로 이 사건을 '각하' 처리했다. 더욱이 선관위는 재심이 청구된 해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도 전인 2017년 8월, 18대 대선 투표지를 폐기하여 검증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김준일 기자는 1987년 대선 당시 벌어진 구로구청 투표함 점거 사건도 언급한다. 그는 “당시 진보진영에서 ‘부재자투표함이 바꿔치기 됐다’며 그 투표함을 탈취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농성을 벌였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 당시 내용이 뭐였냐면 노태우 후보가 얻은 퍼센트는 20%, 30%인데 부재자투표에서는 70%를 얻었다, 그래서 ‘이건 부정투표다’ 했는데 실제 70%가 비상식적으로 많이 나왔다”고 말한다.

이어 “근데 문제는 구로만 그런 게 아니라 전국의 부재자 투표가 다 그렇게 나왔다. 무슨 얘기냐면 이거는 바꿔치기를 한 게 아니라 92년에 이지문 중위가 양심 선언했잖아요. 군대나 이런데서 사전투표하면 강압적으로 하게 했다. 그런 식의 것은 있을 수 있어도 이거를 바꿔치기 하고 통째로 더 힘든 거죠”라고 덧붙였다.

한국정치학회가 펴낸 1987년 대선 구로을 군 부재자 우편 투표함 진위 검증 보고서 표지

김 기자가 ‘구로구청 투표함 사건’을 언급하는 동안 변상욱 전 대기자도 당시 자신이 그 농성장에 들어가 취재한 유일한 기자라며 그때 경험을 들려줬다. 그런데 김준일 기자나 변 전 대기자 모두 ‘구로을 군 부재자 우편투표함’을 자꾸 ‘사전투표함’이라고 잘못 말하는 실수를 거듭하였다. 군 부재자 우편 투표함과 사전투표함은 엄연히 다른데도 말이다.

또한 “군대나 이런데서 사전투표하면 강압적으로 하게 했다. 그런 식의 것은 있을 수 있어도 이거를 바꿔치기 하고 통째로 너무 더 힘든 거죠”라는 김 기자의 설명은 당시 “구로구청 군 부재자 우편 투표함은 ‘부정 투표함’이 아니었다”는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

13대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는 총 828만 2,738표(36.6%)를 얻어 당선됐고 구로구에서 노 후보는 28.05%를 얻었다. 노 후보는 김대중 후보가 구로에서 얻은 35.66%보다 7.61%나 적게 얻었다. 하지만 2016년 7월 21일 29년 만에 개함한 구로구을 우편 투표함 개표에서 노 후보는 같은 구로을 일반 투표 결과에 비해 무려 45.79%나 더 많이 얻었다.

이는 구로구을 군 부재자 우편 투표에 부정이 있었음을 드러낸다. 그 당시 개함 행사에 참여한 선관위 사무관조차 해당 투표함을 ‘정상적인 투표함이라 보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http://omn.kr/kgk8).

또한 한국정치학회는 ‘1987년 구로을 부재자 우편 투표함 진위 검증 보고서’에서 “이번 구로을 부재자 우편투표함의 개함과 개표 결과는 민주화 이후 최초 대통령선거가 헌법 차원의 민주정체 채택과는 별도로 ‘온전히 민주적으로 시행되지는 못하였다’는 점을 확인해 주며, 그 이후 많은 시민들의 (군대에 만연한 부정선거에 대한) 개별적 증언 내용들이 사실에 부합하였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사료가 된다”(118쪽)며 그 함의를 서술하였다.

그런데 김 기자는 “구로뿐만 아니라 그 당시 군 부재자 투표 결과가 다 그렇게 나왔다”며 ‘투표함이 바뀐 게 아니니 별 문제없다’는 투로 말한다. 이는 너무 안이한 인식이자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33년 전 구로구청 부정선거에 항의하다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장애를 입거나 부상당해 여태 고통당하는 분들을 생각한다면 이럴 수는 없다. 더욱이 투표함이 바뀌지 않았다 하더라도 개표 결과 부정 개입을 능히 짐작케 하는 결과가 나왔다면 ‘부정 투표함’이라 보아야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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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7 22:29:43
굉장히 자세한 기사네요. 저도 저 댓꿀쇼 봤어요.
앞으로 이 곳의 기사들 자주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