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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그때 많이 아팠단다. 용서해주겠니

A교사의 상흔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 입력 2020.05.06 13:10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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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많이 아팠지. 많이 미웠지.

A교사는 우연히 카톡을 보다가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단란해 보이는 한 가정의 사진이었다. 아들이 엄마와 아빠 사이에 꼭 안긴 채 모두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 아래에는 '행복 가득한 우리집'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A교사는 사진 속 아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A교사의 제자 B군이었다. A교사는 그와 있었던 23년 전의 추억을 되새김질했다.

A교사는 그날의 아픔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결코 있어서도 안 될 사건이었다.

그날은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었다. 오전 자율학습을 끝낸 제자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하여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면서 축구 또한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다.

A교사는 교실에 들어와 아이들의 숫자를 확인했다. 3명의 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방송실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을 안 A교사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야, 너희들 제 정신이야? 그렇게 선생님이 믿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차례로 엎드려."

사진 속의 아빠, B군이 먼저 엎드렸다. A교사는 그 B군의 엉덩이를 때리고 또 때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A교사는 50대라는 말을 해버렸던 것이다. B군은 이를 악물고 50대를 다 맞았다. A교사는 30대 초반이었기에 혈기가 왕성했고 온 힘을 다하여 B군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다음 엎드려! H군과 T군마저 연이어서 50대씩 엉덩이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때서야 A교사는 직성이 풀렸는지 "야, 복도에 꿇어 앉아 있어." 그들은 마치 죄인처럼 부끄러운 얼굴로 복도 바닥에 꿇어앉았다.

A교사는 화가 풀렸는지 제자들의 몸 상태를 확인하였다. 순간 심한 죄책감을 느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한거야. 왜 이렇게 사랑하는 제자들을 때려야했지.'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들은 '고3이잖아. 고3말이야.'라는 체벌의 당위성을 찾고 있었다.

마음이 불편했던 A교사는 그들을 숙직실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바지를 내리게 했다. 정말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었다. 엉덩이 곳곳이 피멍이 들었으며 살갗이 헤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A교사는 다른 친구에게 약국에서 약품을 사오게 했다. 그 약으로 제자들의 엉덩이를 소독하고 발라 주었지만 분위기는 무겁기만 했다. '얼마나 마음의 상처가 컸을까? 앞으로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A교사는 순간 다양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며칠이 지났다. A교사는 그들을 자신의 아파트로 불러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고3학생이었지만 준비한 술을 따르며 그들에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과연 그게 위로가 되었을까? 그들은 모두 술에 취해갔고 그 중 한명이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거실 바닥에 토를 했다.

거실 바닥은 온통 난장판이 되어버렸고 그들은 하나가 되어 삽시간에 그 사태를 수습했다. 그날 그들은 결국 A교사의 집에서 함께 자고 뒷날 총총히 집으로 갔다.

A교사의 상흔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그리고 23년의 세월이 흘렀다. 2명의 제자 또한 B군처럼 중년이 되어 어디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두 제자는 지금 어떻게 사는지 소식을 모른다. 오직 카톡 속에 있는 B군과만 교류할 뿐이다.

그들은 그날의 체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A교사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그들을 아파트로 초대해서 그날의 만찬을 재현할 생각이다. 과연 그들은 그 고통스러운 체벌을 기억하며 만찬에 응할까?

A교사는 만약 세 제자를 다시 만난다면 그들에게 솔직하게 말할 예정이다. " 그때 많이 아팠지. 많이 미웠지. 그러나 샘도 그때 많이 아팠단다. 용서해주겠니! "

A교사는 지금도 그 폭력에 대한 상흔을 안은 채 그날의 그 교실로 걸어가고 있다.

 

추신 : 이 글은 23년 전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3명의 제자에게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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