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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엄한 대한민국이다

인권의 첫 단추를 다시 꿰자

  • 입력 2020.05.27 12:19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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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첫 단추를 다시 꿰자

"인간 존엄은 불가침하다." 독일 헌법 제1조이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이다.

나와 국가의 관계를 읽을 수 있는 다른 잣대이다. 독일은 인간을 앞에 놓고 삶의 이야기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를 앞에 놓고 삶을 말한다. 닭이 우선일지 계란이 우선일지는 삶의 지향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이 없는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존재하지 않은 국가가 의미가 있을까?

우리 사회는 마치 국가를 위하여 개인이 존재해야 하는 것처럼 의식화되어 있으며 그것에 대해서는 토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직도 많은 사람의 의식 속에는 반공주의랄까?, 권위주의랄까?, 국가주의랄까? 규정할 수 없는 이념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생명과 인권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생명과 인권보다는 사회나 국가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를 나로 바라보기보다는 '나를 누구의 아들로, 어디 출신으로, 어디 졸업생으로, 어디 소속으로' 바꾸어서 판단한다. 그러다보니 진정 중요한 나는 없고 국가 권력에 길들여진 가짜 나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의 나를 진정 나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왜 우린 나를 찾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이나 체면 그리고 외부의 힘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일까? 바로 기형적인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아프지만 우린 과거와 직면할 용기가 필요하다. 일제 시대와 제주 4.3, 여순 사건, 광주 5.18 등등 과거의 역사를 재소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우린 지금 그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위해서 역사와 대화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생명과 인권의 첫 단추를 바르게 꿰기 위해서 대화를 해야 한다.

많이 아프겠지만 과거와의 만남을 절대 피하지 말아야 한다. 고통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그런 아픔과 고통 속에서 이해와 위로 그리고 연민과 용서의 힘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동안 살아있는 역사를 배워본 적이 있는가? 배웠다면 입시나 취업을 위한 역사를 배웠을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산되고 반성해야 할 무리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국가 권력을 독점하면서 아픈 역사를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나는 존엄한 대한민국이다.

우린 1945년 해방 이후 역사의 첫 단추를 잘못 꿰어 70여 년을 살아 왔다. 그 속에서 인권을 이야기했던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림잡아 15년쯤밖에 되지 않는다.

우린 나머지 55년을 국가 권력이 독식했던 비정상적인 국가에서 살았던 것이다. 그로 인하여 우린 불의가 정의의 가면을 쓰고 정의를 단죄했던 그 통증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젠 가슴 따뜻한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인권과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혹여 경쟁에서 밀려나는 사람이 있더라도 더불어 도와주고 상생하는 사회를 복원해야 한다.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려 그들을 돌보지 않는 야만적인 사회는 이제 끝내야 한다. 너의 생명이 있기에 나의 인권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연대하는 사회를 구조화해야 한다. 어찌 내가 없는 너가 있을 수 있으며 우리 없는 국가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지금부터라도 괴물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를 인간의 모습으로 복원해야 한다. 이른바 명문고, 명문대를 졸업한 범생이가 모든 권력을 독식하며 국가를 천박하게 이끌어 가는 것을 지켜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생명과 인권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천명해야 한다. 나는 존엄한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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