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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의 기쁨, 예술인 무인카페

간판도 없이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작은 카페 '진 갤러리'
미술 전공 부부가 퇴직 후 차려.. 운영에 얽매이지 않도록 무인카페 형식 택해

  • 입력 2020.06.02 16:53
  • 수정 2020.08.28 20:09
  • 기자명 손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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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부부의 무인카페 진갤러리 Ⓒ손현정

커피와 각종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가 점점 다양한 공간으로 변해 가고 있다. 카페가 호황을 누리는 요즘 사람들이 카페를 찾는 목적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요즘 카페는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공간이기도 하며 젊은이들이 멋진 뷰에서 특별한 인생 샷을 남기며 만족하는 곳이다. 

예쁜 꽃을 보면서 차를 마시거나 그림을 감상하며 차를 마실수 있는 카페도 있다. 현대인들은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들 까지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곳을 찾아 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나 역시 지인들과 종종 좋은 카페를 다니는데  오늘은 특별한 공간을 지닌 카페를 발견했다.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는 아직 생소하게 여겨지는 무인 카페였다. 그 곳은 주택가 골목에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간판도 걸려 있지 않았다.

무인카페 김태완, 박진희 화가 부부 남편인 김태완 씨는 여양고 교사로 근무하다 올해 명예퇴직했다

미술을 전공한 예술가 부부가 퇴직 후의 시간을 주변인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갤러리나 바리스타가 있어야 하는 카페는 상시 근무 하기에 관리자나 사용자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 생각한 게 무인카페란다. 기계 앞에서 직접 선택하는게 약간 어색할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용자도 자유로울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고기가 안내해주는 소박한 입구를 들어서니 두분 주인장의 작품으로만 이뤄진 공간이 깔끔하게 펼쳐진다. 맑고 단아한 색감의 수채화와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게하는 황토로 만든 조형물이  정면으로 보인다. 수채화와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물고기와 연밥줄기를 수줍게 들고 있는 소녀 테라코타는 남편의 작품이란다.

카페 안에 자리잡은 작품들 Ⓒ손현정

그 옆으로 역시 황토를 주 재료로 표현된 그림과 테라코타 작품들이 두분의 사랑을 나타내듯 위 아래로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액자에 걸린 그림은 주로 여주인장의 작품이라는데 황토색이 주를 이루며 다양한 꽃들위로 나비가 너울거리며 날아오르는 그림들을  보니  황토빛의 부드러움이 내 가슴 속에까지 스며들어 아늑히 먼 유년의 그리움에 젖게 한다.

작품마다 다른 꽃과 나비가 그려져 있는데 그 둘은 때로는 혼곤한 기쁨을 나누고, 때로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향기를 나누며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듯 표현되어 있었다.

볼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진갤러리 내부 Ⓒ손현정

천정까지 맞춰 짠 선반에는 직접 만들고 가마에 구워 탄생시킨 화병과 화분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각각의  화분에는 두 분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귀티가 흘렀다.

수제분에 어울리게 다육식물을 심어 코디해 놓았는데 예술가들의 손에 의해 멋진 화분에 심겨져서인지  다육이들은 인물이 확 살았다. 보기 힘든 특별한 다육식물이 많은 걸 보니 주인장들의 식물에 대한 애정도 남다름이 느껴졌다.

다양한 화분들을 구경하고 특이한 종류의 다육과 식물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고 덕분에 책 한 줄도 읽지 못했다.

황토로 빚은 미술작품과 수채화

갤러리인 듯 카페인 듯 식물원인 듯한 이 특별한 공간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인테리어를 순전히 두 분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말이었다. 남편이 나무를 실내에 맞게 재서 재단하면 부인은 여러번 사포로 문질러 나무결을 부드럽게 만들고 니스를 서너번씩 칠해서 테이블과 의자, 화분 선반까지 그 외의 모든 소품까지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전기공사만 지인 찬스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은퇴 후 시간을 주변인들과 공유하고 나누기 위해 세심하게 계획하고 두 분이 직접 꾸며가는 그 과정이 결코 녹녹하진 않았겠지만, 얼마나 값지고 보람있는 시간이었을까를 생각하니  이 공간이 더욱 특별하게 여겨졌고 그 어떤 세련된 인테리어로 장식된 카페보다 값지고 비싼 공간으로 보였다.

아내 박진희 씨의 작품 '속삭임'
박진희,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이 공간을 완성하기까지의 노고를  말하는 두분의 표정에서 순수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우리 여수에 부담없이 들를 수 있는 이런 문화공간이 많아지니 참 좋고 이런 공간을 공유하고자 노력하는 예술인들이 존경스럽다.

오늘 발견한 이 공간을 자주 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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