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층의 ‘그녀’, 그리고 아름다운 정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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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3층의 ‘그녀’, 그리고 아름다운 정성들
  • 김미애
  • 승인 2020.08.04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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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주년 이야포 추모제에서 보이지 않은 조력자들, '감탄'
주미경씨가 '그분'이 보내온 제물 상자를 열어보고 있다.
3일 이야포 현장에서 주미경씨가 '그분'이 보내온 제물 상자를 열어 진열하고 있다.

이야포 추모제에 이름없이 제물을 보낸 분을 우리는 대형마트에서 ‘옷가게 하시는 분’이라고 지칭할 수 밖에 없었다. 추모제에 큼직한 상자를 보낸 분이다. 나는 그분을 뵙지 못했다. 

8월 3일 당일 행사현장의 그 상자 안에는 생선, 전, 따끈따끈한 시루떡, 각종 과일과, 일회용 그릇과 컵, 젓가락에 이어 정종까지 들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추모제 참가자들 아침식사 대용하라고 콩국에 우무를 넣어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보냈다. 그 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3년 전 부터 해마다  8월3일 이야포 추모식 제단에 사용할 음식을 제공해 왔다고 한다. 나는 “제물을 바쳐왔다”고 말하고 싶다.

보내온 '현물'을 들고 배에 실으려고 나르는 모습
보내온 '현물'을 들고 배에 실으려고 나르는 모습. 상자안에 든 물품이 '정성'의 기부 '제물'이다. 왼쪽 부터 여수넷통 엄길수 이사장,심명남 이사,박정우 이사, 주미경 운영위원

나와 함께 제단에 음식을 진열한 ‘남경전복’ 대표 주미경씨가 상자 안의 정성들을 보고 감탄한다.

“어머나!  생선들 봐요. 전과 떡, 과일도 골고루도 넣었네요. 이건 보통 정성이 아니예요. 일하면서 이렇게 챙기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주미경 씨는 자신의 생활을 비추어 말하는 듯 했다. 제물을 바라보는 감동을 그녀의 모습에서 읽을 수 있었다. 제사상을 차리는 그녀의 표정은 무더위 습기는 아랑곳 없이 이야포 앞바다 처럼 넓고 심오해 보였다.

남경전복 주미경 대표 역시 3년 연속 이야포 추모식에 헌화용 국화와 음식을 바쳐왔다. 거기다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그녀도 만사를 제쳐놓고 이야포로 달려왔다. 요식업을 운영하는 그녀, 점심 시간이 가까워오자 예약 손님들로부터 오는 핸드폰벨이 쉼 없이 울려 댄다. 한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원격 조정을 한다. 다른 한손은 빗자루를 들고 제단 주변 정리를 한다.

어느 화가가 기부한 무쇠솥과 주걱
어느 화가가 기부한 무쇠솥과 주걱
ㅎㅎ
직접 지은 시 낭송을 위해 하루를 바쳐준 시인 이승필 씨
ㅎㅎ
행사를 도와준  TCS국제학교 학생들
ㅎㅎ
열심히 기록을 남기는 '여수356섬' 전문 사진 작가 박근세 씨

이야포 추모제에서 얼굴없이 다양한 후원을 하시는 분들이 어디 이 두 분 뿐이겠는가. 무고한 죽임을 당한 영혼을 위로하고 평화를 담아 줄 것을 상징하는 무쇠솥을 후원한 어느 화가, 단 1분의 시 낭송을 위해 온전한 하루를 바친 시인, 카메라를 들고 기록을 남기는 365 여수섬 사진작가, 카페를 운영하며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어느 청춘의 제물 후원, 수박 덩이와 행사용 물품을 날라준 학생들, 익명으로 행사 참가자 전원에게 채양 긴 모자를 후원한 분까지 이야포 추모제에는 보이지 않는 마음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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